출처 : 주간 건강과질병 2009-08-28 /제2권 35호, 질병관리본부
Ⅰ.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 전염병예방법에서는 페스트를 제외한 제1군 전염병을 ‘수인성전염병’으로 불러 왔고, 식품 위생법에서는 ‘식중독’을 ‘식품 섭취로 인하여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또는 유독물질에 의하여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질환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WHO 등 국제사회에서도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여 발생하였거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식품매개질환(foodborne disease)’ 또는 ‘식중독(food poisoning)’으로 일컫고 있다. 그러므로 질병 관리의 측면이나 그 의미로 보았을 때, ‘식중독’과 ‘수인성 전염병’을 따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질병관리본부의 2009년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지침에서는 ‘수인성·식품매개질환(water and foodborne diseases)’을 ‘병원성 미생물 또는 독성물질에 오염된 물 또는 식품섭취로 인하여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 증상이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1]. 수인성·식품매개질환에는 제1군 전염병(페스트 제외), 제4군 전염병 중 크립토스포리디움증, 지정 전염병 중 병원체감시대상, 그리고 환자감시대상 중 A형간염, 자연독, 화학성 물질에 의한 질환이 포함되며, 원인에 따라 세균성, 바이러스성, 원충성, 독소형으로 분류한다(Table 1).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역학적으로 연관된 2명 이상에서 위장관염이 발생하였을 때 원인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전염병관리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08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여 질병관리본부로 최종 보고된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의 역학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Ⅱ. 몸 말
분석 대상은 2008년 일년 동안 입국자 추적 및 대량환자 관리시스템을 통해 질병관리본부로 보고된 국내 발생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355건으로 하였다. 유행의 발생 월별, 지역별, 발생장소별 분석을 수행하였고, 최종보고서가 제출된 348건을 대상으로 특성별 원인 병원체의 분포를 분석하였다. 여름철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의 계절적인 특성을 보기 위해서 하절기(6-9월) 동안의 발생건수와 유증상자수를 분석하였다. 2008년에 보고된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총 355건 중 유행 역학조사의 환례정의에 의한 유증상자 수는 8,601명이었고 인구 백만명당 발생 건수는 7.3건, 유증상자수는 177명이었다. 시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경기 85건, 서울 39건, 경북 28건, 울산 27건, 인천 26건 순이었고, 전체 유증상자 수는 경기 2,146명, 울산 953명, 강원 817명, 서울 792명 순이었다. 인구 백만명당 발생건수로는 울산 24.9건, 제주 22.0건, 대전 및 전남 각각 14.0건순이었고, 인구 백만명당 유증상자 수는 울산 878.5명, 강원 559.1명, 전남 282.0명, 대구 271.5명 순이었다(Table 2).
월별 유행 발생 건수는 9월 53건, 8월 37건, 11월 35건 순이었고 6-9월 사이에 149건이 발생하여 전체의 42.0%를 차지하였다. 월별 유증상자 발생 수도 이와 비슷한데, 유증상자가 많이 발생한 달은 9월 1,473명, 6월 1,398명, 4월 976명 순이었고 6-9월 사이에 3,657명이 발생하여 전체의 42.5%를 차지하였다. 발생장소별로는 급식시설에서 발생한 경우가 77건(21.7%), 음식점에서 발생한 경우가 230건(64.8%)이었다. 발생장소별 월별 발생 건수를 보면, 급식시설은 9월에 12건이 발생하였고 6월과 12월에 각각 10건씩 발생하였다. 음식점에서는 9월 31건, 8월 27건, 4월과 11월에 각각 24건 발생하였다. 6-9월 동안 발생 건수는 급식시설 32건(41.6%), 음식점 94건(40.9%)이었다(Table 3).
시도별 발생장소별 분포를 보면 집단급식소는 경기 24건, 경북 9건, 그리고 부산·울산·충남이 각각 6건씩 발생하였다. 음식점은 경기 51건, 서울 34건, 울산 21건, 인천 19건, 경북 18건, 대전 17건 발생하였다. 가정집, 마을잔치 또는 여행지에서 직접 조리한 경우이거나 발생장소가 불분명한 곳은 전남 12건, 경기 10건 순으로 발생하였다(Table 4).
발병률은 급식시설이 15.9%, 음식점이 61.8%이었다. 유행 당 유증상자 수는 9명 이하가 가장 많았는데, 발생장소별로는 급식시설에서 발생하였을 때 규모가 큰 경향을 보였다. 급식시설에서 발생한 유행에서는 환례가 60명 이상인 경우도 16건이 있었다. 유증상자들이 병원치료를 받은 경우가 216건(60.8%)이었고, 최초 신고자는 급식시설에서 발생한 유행에서는 급식시설을 둔 기관, 환례를 진료한 의사, 보건교사 순이었고, 음식점의 경우에서는 노출자 및 노출자의 가족 등 관련자, 환례를 진료한 의사 순이었다. 조리수나 음용수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은 52건(14.6%)이었으나 확인하지 못한 경우도 150건(42.3%)이었다(Table 5).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의 감염원에 대해서는 감염원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215건(60.6%)으로 가장 많았다. 감염원이 밝혀진 경우는 어패류가 32건(9.0%)으로 가장 많았고, 물이 23건(6.5%),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11건(3.1%), 달걀 및 달걀류, 과일 또는 채소(익히지 않음), 익힌 채소류, 사람간 전파가 각각 4건(1.1%)이었다(Table 6).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의 원인 병원체는 노로바이러스가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장염비브리오균 28건, 병원성대장균 27건, 살모넬라균 20건, 황색포도알균 15건, 바실루스 세레우스균 13건 순이었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의 전체 유증상자수는 2,465명이고 유행 한 건당 평균 유증상자수는 38.5명이었다. 유행 한 건당 유증상자수가 가장 많은 병원체는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균으로 77.8명이었다. 그 다음은 병원성대장균으로 70.8명, 노로바이러스 38.5명 순이었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유행은 S.Enteritidis가 5건, S.Typhimurium 2건, S.Virchow 1건이었다.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유행은 장병원성대장균 9건, 장독소성대장균 7건, 장응집성대장균 2건 등이었다. 제1군 전염병 중에는 세균성이질균속과 장출혈성대장균에 의한 집단 발생이 있었다. 세균성이질균속에 의한 유행은 12건이 발생하였고 전체 유증상자 수는 86명, 유행 한 건당 유증상자 수는 7.2명이었다. 세균성이질균속을 혈청형 그룹별로 보면, 그룹 B(Shigella flexneri)가 9건, 그룹 D(Shigella sonnei)가 3건이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2건이 발생하였는데, 평균 유증상자 수는 7.5명이었다. 전체적인 원인 병원체 규명률은 59.0%이다(Table 7).
원인 병원체별 여름철(6-9월) 발생 분포를 보면 장염 비브리오균이 22건으로 총 발생의 78.6%가 여름철에 발생하였고, 살모넬라균속은 14건으로 전체의 70.0%, 황색포도알균은 10건으로 전체의 66.7%, 병원성대장균은 16건으로 전체의 59.3%이었다. 노로바이러스는 여름철에는 10건(15.6%)만이 발생한 반면, 겨울철(10월-익년 1월)에는 29건(45.3%)이 발생하였다. 세균성이질균속도 9건(75.0%)이 겨울철에 발생하였다(Table 8).
유행 발생 장소별, 원인 병원체별 분포를 보면 급식시설에서는 노로바이러스가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병원성대장균 13건, 세균성이질균속,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균, 바실루스 세레우스균, 황색포도알균, 살모넬라균속은 각각 3건이었다. 음식점에서는 노로바이러스 33건, 장염비브리오균 19건, 병원성대장균 13건, 황색포도알균,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 각각 10건이었다(Table 9).
Ⅲ. 맺는 말
2008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은 총 355건이었고, 유증상자 수는 8,601명으로 2007년의 444건, 9,844명에 비해 각각 25.1%, 14.5% 감소하였다. 2008년의 인구 1백만명 당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발생 건수는 7.3건, 유증상자수는 177명이었다. 유행 발생 건수와 발생률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유행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85건이 발생한 경기도였고, 인구 1백만명당 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24.9건이 발생한 울산광역시였다. 이렇게 지역별로 유행 발생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신고율의 차이, 식품 및 개인위생 수준의 차이,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예방관리대책의 차이,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의 위험 요인의 분포 및 이에 노출되는 인구 분포의 차이 등을 들 수 있다. 여름철 혹은 환절기에 해당되는 6-9월간 발생한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건수는 149건으로 전체의 41.9%로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발생하였다.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은 병원체의 증식이 온도, 습도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아 통상적으로 여름철이나 환절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기온과 살모넬라균 감염증 환자 발생간에 약 6℃를 기점으로 양의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럽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와 연관하여 살모넬라균 감염증의 발생 양상을 주목하고 있다[2]. 또한 장염비브리오균은 플랑크톤이 증식하고 해수온도가 높아지는 계절에 많이 증식한다[3]. 우리나라에서도 살모넬라균속, 장염비브리오균, 병원성대장균, 황색포도알균에 의한 유행 발생은 6-9월에 집중되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노로바이러스는 6-9월에는 10건이 발생한 반면, 10월-익년 1월에는 29건(45.3%)이 발생하였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의 급성설사질환 원인바이러스 실험실 감시 결과, 노로 바이러스의 검출률이 겨울철에 더 높은 것과 일치하는 양상이다. 2008년에는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이 64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총 유증상자 수도 2,4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통계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은 2003년 14건, 2004년 13건, 2005년 6건, 2006년 51건, 2007년 97건이 발생하였다[4]. 이는 2006년 수도권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이후로 역학조사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을 보다 많이 시도한 것이 주요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노로바이러스 외 원인 병원체로는 장염비브리오균,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균속, 황색포도알균이 많이 발생하였다. 노로바이러스와 병원성대장균은 급식시설에서 주로 발생하였고, 장염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속, 황색포도알균은 음식점이나 기타 장소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7개 보건환경연구원 및 105개 협력병원과 함께 ‘급성설사질환 실험실감시사업(EnterNet-Korea)’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장출혈성대장균, 장독소성대장균, 살모넬라균속, 세균성이질균속, 장염 비브리오균, 캄필로박터 제주니균에 대한 검출시험을 실시하는데, 2008년에는 장독소성대장균 481건, 살모넬라균속 398건, 캄필로박터 제주니균 181건, 장염비브리오균 50건, 세균성이질균속 32건, 장출혈성대장균 27건이 검출되었다[5].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과 비교하였을 때, 급성설사질환 실험실감시사업에서는 장독소성��장균, 캄필로박터 제주니균의 검출분율이 높고, 장염비브리오균과 세균성이질균속은 검출분율이 낮았다. 이는 실험실 검사기관의 차이, 검체 종류의 차이, 집단 발생과 산발 발생간의 역학적 특성의 차이 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수련원 등 집단 급식시설에서 발생한 유행은 77건으로 전체의 21.7%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수가 섭취하는 특성에 따라 환례가 100명 이상 발생한 대규모 유행 22건 중 집단 급식시설에서 발생한 사례가 16건이었다. 발생 건수는 적지만 한번 발생하면 대규모로 발생하므로 집단 급식시설에서는 특히 식품 위생관리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집단 급식시설 외에 발생한 대규모 사례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지역사회 등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환례가 200명 이상 발생한 유행은 모두 5건이었다. 이 중 환례가 381명이 발생한 2008년 2월 강원도 철원군 지역사회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 가장 규모가 컸으며, 이 유행의 감염원은 오염된 음용수 섭취 또는 사람간 전파로 추정된다. 그 외 2008년 12월 경기도 수원시 A학교에서 오염된 굴무생채 섭취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유행(환례 378명), 2008년 9월 경기도 안산시 B학교에서 오염된 식수 음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독소성대장균(ETEC) 감염증 유행(환례 272명), 2008년 6월 대구광역시 C학교에서 감염원이 불명인 장병원성대장균 (EPEC) 감염증 유행(환례 246명), 2008년 10월 강원도 철원군의 한 행사장 참가자들에서 발생한 장병원성대장균(EPEC) 감염증 유행(환례 214명)이 있다. 감염원(source of infection)은 병원체의 증식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체에 오염된 음식, 물, 또는 병원체보유자를 말하는데, 보존식, 물과 같은 환경검체에 대한 실험실 검사에서 병원체가 검출되거나 섭취음식 조사에서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일 때, 유행의 역학적 연관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그러므로 원인 병원체 규명률 보다 감염원의 규명률이 더 낮다. 2008년의 원인 병원체 규명률이 59.2%이었고, 감염원 규명률은 39.0%에 불과하였다. 감염원이 규명된 유행에서 특정 식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식품_미분류(37건, 10.4%)’를 제외하고는 어패류가 32건(9.0%)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경우 원인 병원체로는 장염비브리오균이 가장 많았고, 그 외 노로바이러스, 병원성대장균 등이 있었다. 달걀류에 의한 유행에서는 4건 모두 살모넬라균이 원인 병원체로 밝혀졌으며, 물이 감염원일 때는 병원성대장균, 노로바이러스가 주된 원인 병원체였다. 감염원을 밝힘으로써 유행의 원인이 되는 식품이나 물의 오염경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식품위생 개선책에도 직접적이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감염원 규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섭취음식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분석할 수 있도록 유행 역학조사에서 분석역학적 방법을 이용하고, 보존식을 이용한 병원체 검출률을 높일 수 있도록 검체채취, 실험방법 등을 표준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용수 및 조리용수에서 분변의 간접 오염지표를 검출할 수 있도록 실험실 검사 항목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이 보고는 2008년에 전국에서 보고된 질병관리본부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에 기반한 것으로 일부 내용은 ‘불명’인 경우가 많아 결과에 대하여 올바른 해석을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 질병관리본부 중앙역학조사반은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역학조사를 통하여 질병부담, 유행의 위험요인, 원인 규명률과 연관된 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체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리고 수인성·식품매개질환의 원인 병원체 및 감염원의 규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여 적용할 것이다.
Ⅳ. 참고문헌
1. 질병관리본부,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역학조사 지침, 2-3, 2009 2. WHO Regional Office for Europe. Global Change and Health. 1st ed., Germany; Springer, 2006: 271-5 3. GL Mandell, JE Bennett and R Dolin. Principles and Practice of Infectious Diseases. 6th ed., Pennsylvania; Elsevier Inc., 2005: 2544-5. 4. http://e-stat.kfda.go.kr/ 5. 「2008년도 우리나라 급성설사질환 유발 원인 세균의 분리현황 및 특성」, PHWR 2(26호): 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