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법을 어기고 있다. 복지부가 내놓은 병원 영리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 조치는 의료법을 대놓고 위반한다. 의료법은 병원이 영리추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병원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가 환자 부담을 늘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정부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연구·개발이라는 부대사업을 병원의 영리자회사로 허용했다.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와 개발은 환자들과 상관없어 보이는가? 아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의약품과 의료기기 ‘판매’란 의사의 ‘처방’이다. 환자들은 처방된 약과 의료기기를 써야만 한다. 병원이 영리자회사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가지면 그 병원 의사들의 처방이 어떻게 될까? 환자들의 불필요한 의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환자에게 강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제외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식품판매업’이 영리부대사업으로 추가되었다. 지금 건강식품으로 판매되는 것에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들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유산균이나 비타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건강식품’이 대부분이다. 환자 강매 행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추가된 부대사업에는 의류 및 생활용품도 있다. 병원이냐 쇼핑몰이냐 묻지 않을 수 없다. 생활용품 중 ‘건강’을 내세우지 않는 물건은 거의 없다. 비용을 더 내면 더 좋은 침구를 이용할 수 있다고 권하면서, 건강보험 입원비에 포함돼 있는 기본 침구와 환자복 관리에는 소홀해 질 수 있다.
병원에 수영장과 헬스클럽, 체력단련장도 자회사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은 건강보험에서 보장되는 물리치료지만 앞으로는 자회사 이용을 늘리기 위해, 물리치료 처방은 이를 이용한 비급여 치료로 대체될 것이다. 설마 의사들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말은 하지 말자. 현재도 많은 병원의 의사월급은 매출에 따른 성과급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미국식으로 주식 스톡옵션까지 주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호텔과 건물임대업도 추가된다. 이쯤 되면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곳’이라는 정의를 바꿔야 할 정도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어마어마한 의료영리화 조치를 법 개정도 없이 쓱싹 해치우려 한다. 의료법 구석에 있는 ‘환자와 종사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을 부대사업으로 대통령령으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건물임대업, 쇼핑몰, 호텔이 환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까.
더 큰 문제는 병원의 영리 부대사업을 자회사로 만든다는 정부 방침이다. 어떻게 자회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 환자들에게 번 돈과 외부투자자들의 돈으로 건물을 짓고 임대업을 하고 쇼핑몰을 하면 된다는 안내서다.
이 영리자회사의 이윤은 결국 환자 주머니에서 나온다. 돈이 남으면 투자자가 배분한다. 건물임대업을 대폭 허용했기에 부동산경기 침체로 적자가 되면 병원은 자회사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과잉진료를 해야 한다. 자회사 수익으로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정부의 주장은 누가 봐도 헛소리다. 결국 이윤은 투자자와 병원장의 몫이고 손실은 환자가 책임을 지는,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병원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해외 환자 유치업종으로만 영리자회사는 한정하겠다고 한다.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 자체가 정부의 최대 사기다. 가이드라인은 규제 조치가 될 수 없다. 영리자회사를 허용해준 후에는 그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해도 가이드라인으로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가 의료법을 어기면서까지 영리부대사업과 자회사를 허용해주는데 법도 아닌 가이드라인을 병원은 지킬까?
정부가 내놓은 자회사 가이드라인은 그야말로 자회사 설립 안내서지 규제 법령이 아니다. 풀 것은 다 풀고 ‘안내서’로 규제를 한다는 정부의 거짓 프레임에 또 속아야 할까.
*이 글은 우석균 건강과대안 부대표가 경향신문 (2014년 6월 13일자) 시론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6122101525&code=9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