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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어제(5일) 신종플루 심각단계 대응 9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신종플루에 대한 특별대책을 발표하는 등 겉으로는 신종플루와 관련해서 적극 대응하는 듯 보이지만 지난 9월에 편성한 500억에 달하는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확진검사기(PCR기) 구입 2개월째 제자리
이수정 민주노동당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9월 초에 편성한 신종플루 관련 500억 예산 중 보건소별로 1대씩 배치할 계획이던 확진검사기기 구매는 아직도 진행되지 않으며, 열감지 스크린의 경우 30여 대를 구매했다고만 할 뿐 어느 부서 어느 곳에서 사용되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확진검사기의 경우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거점병원은 물론 비거점병원에도 환자가 몰려 기본 3~4시간 대기는 물론 확진검사결과가 5일 ~ 7일 정도 지나야 나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신종플루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서울시는 추경예산 편성 당시 신종플루 확진검사 장비인 PCR기를 각 자치구 보건소별 1대씩 구입하기로 하고 1대당 1억씩 총 25억 예산을 편성하였으나 아직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다.
실제 동작구에 거주하는 만 1살 남자아이의 경우 지난 10월 28일 발열 등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신종플루 확진검사를 받았으나 검사결과는 11월 4일 신종플루 확진 판명되어 통보받았다. 다행히 완치가 되었으나 확진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7일이 소요되는 동안 아이의 부모는 속이 타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확진검사기를 도입해도 확진검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500억에는 신종플루 심각단계 확산시 의료인(의사, 간호사, 보조인력) 인건비가 책정되어 있지만 검사인력 등에 대한 인건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고 장비에 따라서는 독립 검사실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각 자치구 보건소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최대한 멸균실과 인력이 덜 소요되는 자동화된 장비로 일괄단가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11월 중순경에는 보건소마다 확진검사장비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월에 예산을 책정하고 2개월이 지나도록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어렵다.
열감지 스크린 10억, 몇 대를 구입했는지도 파악 못해
또한 서울시는 500억 예산 중 ‘자산 및 물품취득비’ 명목으로 10억을 열감지 스크린 구입에 책정하였다. 그러나 열감지 스크린은 사실 도입 초기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등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특히 출입구에 설치된 경우 실외에서 실내로 진입시 실외 기온으로 인해 정상으로 열감지가 되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각 부서는 대당 2천만원에서 4천만에 이르는 열감지 스크린을 부서별로 구입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열감지 스크린 구입에 10억을 쓰고도 열감지 스크린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열감지 스크린 구입을 각 부서별로 소요량을 신청받아 부서에 예산을 지급해서 사도록 하였다. 그러나 신청을 받고 예산을 주기만 했을 뿐 얼마짜리 기계를 언제 도입해서 어떻게 쓰는 지는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의원이 서울시 담당자에 문의한 결과 30여대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이 전부이다. 또한 열감지 스크린의 경우 기계 종류에 따라 2천만 원에서 4천만 원까지 가격 차이가 커서 상대적으로 고가 장비를 구입한 부서가 있을 경우 효과대비 예산낭비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집행된 홍보비의 85%는 신문, 잡지 광고 1회 비용
과도한 홍보비도 문제다. 서울시는 신종플루 예방홍보를 위해 20억5천만 원을 책정했다. 신종플루의 예방홍보를 적극 별여야 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예방홍보 방식이다. 서울시가 편성한 신종플루 홍보비 20억5천만 원 중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7억1천만 원으로 약 34.8%를 집행했다. 이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홍보담당관실에서 신문 33개 매체, 잡지 16개 매체에 광고비로 지출한 6억1천만 원이다. 전체 지출액의 85%에 달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15%는 전동차 모서리 포스터, 현수막, 홍보배너, 리플렛, 버스내 음성광고 등이다.
신문 또는 잡지 등의 매체광고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1회에 그칠 홍보를 위해 너무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지원한 예산에는 이미 학교나 각종 시설에서 예방홍보 교육을 하는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 사실상 홍보비 20억5천만 원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통한 예방홍보 확대와 자치구의 협조를 통한 시민홍보를 통해 홍보예산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거점병원에 최대 1억 지원, 차라리 거점병원 확대를 위해 예산 변경 필요
또한 서울시는 거점병원에 별도진료구역을 설치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병원별로 최대 1억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이 예산도 결국 병원별 시설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책정했다가 비품구입비로 최대 2천만 원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변경하였다.
그러나 몇몇 거점병원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신종플루관련 진료를 하면서 특진료와 응급의료비를 적용하고 보험적용이 가능한 환자들에게 보험적용을 하지 않는등 폭리를 취하는 상황이어서 예산 편성의 적절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거점병원으로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이 몰려 사실상 제대로 된 진료 및 처리가 안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차라리 거점병원이 아닌 병원을 지원하여 거점병원 확대를 통한 환자의 분산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자치구에 지원된 예산 집행 천차만별, 영등포 최대 47%, 강북 최저 5.3%
자치구에 교부된 신종플루 종합대책 사업비의 집행현황도 천차만별이다. 이수정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가 자치구에 신종플루 종합대책을 위해 지원한 예산은 270억이지만 현재까지 80억 29.6%만 집행이 되었다. 문제는 자치구별 예산집행의 편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한 자치구는 영등포구로 11억 원을 지원받안 5억4천만 원을 사용하여 47%의 집행률을 보였으나 강북구의 경우는 9억4천만 원을 교부받아 4천만 원만 집행하여 5.3%의 집행률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예산 집행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구가 어떻게 예산을 쓰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 물론 자치구별 특성에 따라 집행률이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지만 이렇듯 큰 차이가 발생함에도 서울시는 제대로 된 점검조차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서울시가 5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신종플루 종합대책 명목으로 책정하면서 제대로 집행계획과 대응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의 신종플루 관련 예산 500억 중 손세정제, 손소독기, 마스크 등의 구입에 사용되는 재료비는 64억으로 현재까지 서울시가 마스크, 손세정제, 체온계, 소독기를 구입한 현황은 총 1억9천4백만 원에 불과하다. 또한 이 물품들은 전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각종행사에만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사는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예산만 사용하는 것이다.
보건소등 공공의료체계 적극적 활용, 영유아·임산부 예방접종비 지원해야
이렇듯 서울시 신종플루 대책은 예산 500억과 9대 특별대책 등 화려한 수사에 비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차라리 서울시가 보건소 등을 활용한 의료체계를 정비할 계획을 수립하고 확진검사기와 검사인력 등을 보건소에 신속하게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 신종플루 확진기간 단축 등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비싼 검진료 걱정으로 확진검사 받기를 주저하고 있는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동당 이수정 의원은 ‘신종플루 우선 예방접종 대상자 중 약 50만 명에 달하는 영유아 및 임산부의 경우 무료로 예방접종이 실시되지 않고 개인이 1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5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고도 이렇게 주먹구구로 사용할 바에야 차라리 홍보비와 불필요한 물품 구입비를 줄여서 영유아 및 임산부에 대해 예방접종비를 지원하는 것이 더욱 신종플루 확산방지에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