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처방정책 엇박자에 개원가 ‘갈팡질팡’
출처 : 국민일보 2009.11.10 08:45
[쿠키 건강]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일부의료기관의 타미플루의 중복투약 및 허위처방에 대해 관리감독 강화를 선포하고 나섰지만 실제 이를 처방하는 개원가에서는 정부 정책의 엇박자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증상이 있을 경우 확진 유무와 상관없이 타미플루의 우선 처방을 지시하고 나섰던 보건복지부와 달리 중대본은 약품 부족을 이유로 이에 대한 처방 자제를 요구하는 등 대응책이 수시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 모든게 구체적인 기준 없이 오로지 의사의 판단에만 의지하고 있어 진료 상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현재 확진검사 없이 증상만 있을 경우 의심 증상만으로도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고, 투약이 조금이라도 늦을 경우 자칫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환자들 사이에서 기정사실화 돼 있는 상황에서는 중복처방을 피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는 게 개원가의 전언이다.
실제 일부 개원가에서는 이미 의심 증상으로 타미플루를 선투약 받았지만 (이후 실시된 확진검사에서는 신종플루 음성판정), 얼마후 다시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아 약의 재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처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최근 들어 타미플루의 재처방이 판단되거나, 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대처하기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즉, 기존에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를 투여받은 경험이 있지만 다시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처방을 피할수 없는데도, 중복처방 및 허위투약에 대한 우려와 약가 심사에서의 삭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적극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개원의는 또한 “중복투여 등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진검사 이후의 타미플루 처방 이지만 이 역시 비용과 시간상의 문제로 힘들지 않냐”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내과 개원의 역시 실제 진료현장의 상황과 정반대로 돌아가는 관계당국의 지침 하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개원의는 일단 타병원에서 행해진 환자의 중복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의심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약을 투여하라는 기존의 지침이 확고한 상태에서 이에 반하는 처방을 할 경우 환자들의 반발도 거세 힘들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그는 “타미플루의 무분별한 투약은 내성이 우려돼 의심증상이 확실한 경우, 혹은 가족 및 접촉자 중 신종플루 환자가 있을 경우 등을 가려 처방의 적확한 판단에 누구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마치 의료기관이 허위투약 및 중복투약을 권한다는 표현이 담긴 행정당국의 대처에 일침을 가했다.
수도권의 모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중복 및 허위투약의 자제를 당부하는 당국의 지침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정작 의료진에 이를 직접 하달, 환자의 혼란이 없도록 진료지침을 권하기 보다 언론을 통해 이를 접하게 해 늘 한박자 늦게 대처하게 만들어 외려 불신을 얻게 만든다”며 관계당국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엄희순 기자 best@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