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파괴의 씨앗 GMO- 미국 식량제국주의의 역사와 실체〉
마리모니크 로뱅 지음·이선혜 옮김/이레·2만4000원
윌리엄 엥달 지음·김홍옥 옮김/길·1만8000원
우리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대두(콩)류도 ‘라운드업 레디 대두’로 불리는, 강력한 제초제 라운드업에만 선택적으로 내성을 갖는 유전자조작 대두일 가능성이 높다. 라운드업은 베트남전 때 미군이 뿌려댄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보다 독성이 더 강하다. 그 후유증으로 베트남에선 지금도 수십만명의 기형아들이 출산되고 있는 에이전트 오렌지처럼, 라운드업 역시 ‘절대안전’ ‘환경친화’라는 선전문구로 포장됐지만 위험성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고 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 사례들이 보고됐다.
안전식품이라는 우유는 정말 안전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른바 ‘광우병 소동’과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우리는 에프디에이(FDA, 미국 식품의약청)니 이피에이(EPA, 미국 환경보호국), 엔아이에이치(NIH, 미국 국립보건원), 또는 유에스디에이(USDA, 미국 농무부)처럼 영문 약자로 표기되는 외국기관들 이름에 익숙해졌다. 식품에 대한 의심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 기관들이 마치 안전 보증자나 잘잘못을 가리는 판관처럼 동원돼 권위를 누렸다. 그들은 식료품 생산업체들이 ‘안심하고 드세요’를 외칠 때 앞장세우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전자조작 식품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것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 된 가게의 식료품들을 믿을 수 있을까. 거기에 표시된 에프디에이 기준 따위를 과연 믿어도 될까.
<몬산토>(이레)와 <파괴의 씨앗 GMO>(길)는 이런 문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고 논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여줄 책들이다. <몬산토>는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 몬산토의 속내, 특히 비리와 술수로 얼룩진 그 성장사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모니크 로뱅이 3년여 취재 끝에 만들어 세계적으로 호평받은 다큐멘터리 <몬산토가 만드는 세상> 현장취재 경험을 토대로 쓴 심층기획물이다.
<파괴의 씨앗 GMO>는 <석유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윌리엄 엥달이 그 속편으로 쓴, 지엠오의 은폐된 국제정치경제 역학이라고나 할까. 몬산토의 급성장 배경에 신자유주의 정책과 바이오산업 육성을 국가전략으로 삼았던 역대 미국 정권과 록펠러 등 재벌들의 의도가 구석구석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음모론적 냄새를 풍기지만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순치돼버린 세상에서 엥달의 주장은 오히려 신선하고 설득력이 있다.
| ||||||
에프디에이는 심지어 유전자조작 산유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일반 우유 생산자들의 제품 부착 표시도 붙여서는 안 된다는, 몬산토가 감격할 지침까지 내렸다.
또 에프디에이는 라운드업 레디 대두와 일반 대두 성분은 다를 게 없다는 성분동일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근거도 없이 지엠오 호르몬제를 식품첨가물이 아닌 일반안전성분으로 분류함으로써 아예 독성 테스트를 받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몬산토는 라운드업 내성 지엠오 농작물들 종자 사용료를 거두어들이면서 라운드업 제초제를 세트로 쓰도록 강요하고, 매년 새 종자를 사게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몇 년에 걸쳐 엄청난 비용을 써야 하는 몬산토와의 분쟁과 소송을 꺼렸다.
몬산토는 그런 관행을 전세계로 이식했다. 록펠러 등 금융자본가들이 깊숙이 개입한 석유위기와 제3세계 외채위기 때 몬산토 등과 결탁한 아르헨티나의 미국 유학파 권력자들은 전체 경작지의 절반 이상을 라운드업 레디 대두가 차지하도록 정책을 몰아갔고 그에 비례해 아르헨티나의 삼림은 파괴되고 경제는 망가졌다. 마약과의 전쟁에 제초제를 쏟아부은 콜롬비아, 비티 면화 침투로 전통 면화산업이 황폐화하면서 하루 평균 3명이 자살하는 ‘대량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인도 농촌, 지엠 옥수수의 점령으로 전통 옥수수가 사라지고 옥수수 소비량의 30%를 미국에서 역수입하기에 이른 옥수수 대국 멕시코도 다르지 않다.
엥달은 이것이 세계농업무역(애그리비즈니스)과 석유시장 장악, 무기 판매를 핵심 성장전략으로 삼은 미국 역대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 시절부터 2차대전 이후 지속됐던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흔들렸다.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국내 정치에도 위기가 닥치자 야심만만한 록펠러가를 중심으로 그와 같은 장기적 패권전략을 수립했고 레이건 정권과 아버지 부시 정권을 거치면서 그런 친기업 신자유주의정책이 본격화했다. 몬산토나 카길, 신젠타, 듀폰, 다우케미컬 등이 그런 토양 위에 번성했다. 헨리 키신저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미국 지배층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석유를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국가들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전세계 인민들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지엠오에 문을 열기 시작한, 식량 자급률 30%도 안 되는 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 ||||||
‘GMO의 지배자’ 몬산토는…
유전자변형 종자 특허 90% 보유
권력과 밀고 끌고 ‘끈끈한 유착’
몬산토(Monsanto). 1901년에 창업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바이오화학업체. 몬산토란 이름은 5000달러의 대출금으로 회사를 시작한 창업자 존 퀴니의 처 올가 멘데즈 몬산토에서 따왔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2008년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회사의 하나. 46개국에서 1만75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종자기업이 된 2005년도의 매출액은 62억달러였고, 2007년엔 75억달러에 순익 10억달러였다. 2008년 매출액은 110억달러. 전세계 1억6000만㏊ 이상에서 재배되는 지엠오의 90%에 대해 특허권을 갖고 있으며, 전세계 재배 지엠오의 70%가 몬산토가 생산하는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 일망타진)에 내성을 갖고 있다. 몬산토산 지엠오 제품의 30%는 살충성 독성을 함유한 유전자변형 종자 비티(Bt)다.
초기엔 첫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제조해 당시 신흥 기업이었던 코카콜라에 팔았고 뒤이어 바닐라와 카페인을 공급했다. 1940년대에 세계 굴지의 고무 생산업체가 됐다. 플라스틱과 폴리스틸렌을 비롯한 합성섬유와 인산염 생산도 세계 수위를 다투었다. 1980년대까지 미국 최대의 아스피린 공급업체였다. 몬산토 빅 히트작 중의 하나는 지금은 생산 중단된 환경오염물질 폴리염화비페닐(PCB). 독점판매권을 갖고 있었다. 베트남전 때 미군이 10여년간 8000만t이나 뿌렸다는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도 몬산토 작. 지금까지 고엽제와 깊은 후유증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기관들도 몬산토 쪽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라운드업 내성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의 유전자조작 종자들과 라운드업을 세트로 팔면서 내성 종자를 수확해 일부를 다음해 종자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판매계약 조건에 명기하고 사설경찰을 동원해 위반 여부를 감시한다.
지엠오는 단일작물 재배로 인한 생물다양성 파괴와 내성을 가진 벌레와 슈퍼잡초들의 등장에 따른 제초·살충제 사용량 증가, 일반작물과의 교배로 인한 종자 오염 등의 부작용도 심각하다.
몬산토의 회전문 인사는 유명하다. 이 회사 돈을 받아 유전자조작 호르몬 실험을 한 데일 바우먼 코넬대 교수. 그의 제자로 젖소 산유촉진 호르몬제 관련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매개로 에프디에이에 채용돼 몬산토가 제출하는 자료들을 심사한 수전 세첸. 15년을 몬산토에서 근무한 뒤 에프디에이로 자리를 옮긴 세첸의 직속상관 마거릿 밀러. 농무부를 거친 뒤 몬산토 부사장이 되는 에프디에이 2인자 마이클 테일러 정책 부국장.
아버지 부시 정권 때는 선거자금을 받은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토미 톰슨 보건부장관, 몬산토 자회사 칼젠 사장을 지낸 앤 베너먼 농무장관, 역시 자회사 설 회장 출신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이 몬산토 지원자였고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원 판사도 몬산토 변호사 출신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정무비서였던 마샤 헤일은 몬산토 국제정부관련업무 담당이사가 됐고 백악관 의전담당 조시 킹도 몬산토 워싱턴지사 국제홍보담당이사가 됐다. 상무장관 미키 켄터 역시 몬산토 이사가 됐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