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의 감춰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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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이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엔 세상은 너무 바삐 돌아간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바쁜 일상 속에서 아침에 먹은 우유 한 잔, 토마토 주스 한 잔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밥상까지 올라왔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그 틈을 비집고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우리의 밥상을 점령해 버렸다. GMO는 두유, 마가린, 마요네즈, 팝콘, 케첩, 시리얼, 토마토주스, 옥수수콘 스넥, 콩, 콩나물, 콩기름, 캐놀라유, 알팔파, 파파야, 호박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한 옥수수나 콩을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은 거의 1백 퍼센트 가깝게 GMO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2008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85퍼센트, 콩의 95퍼센트, 면화의 87퍼센트가 유전자조작 종자를 파종하여 수확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도 유전자조작 재배 면적을 슬금슬금 늘려 가고 있는 중이다.
앞에 열거한 목록에 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이 없다고 안심하는 사람들에게 ‘독한 말’을 한마디 해 둔다. “당신이 맛있게 먹었던 대부분의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는 유전자조작 작물을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여 생산했을 걸!” 그래도 우유와 아이스크림은 괜찮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도 환상을 모두 깨주겠다. “그 우유와 아이스크림은 유전자조작 기법으로 생산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젖소에게 나왔을 가능성이 높거든!”
세계 최대의 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가 판매하는 성장호르몬 파실락을 투여한 소는 유선염, 생식능력저하, 난소낭종, 자궁장애 등 22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쇠고기를 먹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정자수가 24.3퍼센트나 적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생산되는 대부분의 미국산 쇠고기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있으며, 30개월령 이상 도축 소는 젖소나 씨받이 어미 소일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GMO 기업,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 실험하려는가?
아직까지 인류의 과학기술은 GMO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다국적 거대 농축산기업과 그들을 옹호하는 미국 정부는 위험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니 일단 상업적으로 판매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단체, 환경생태운동 진영 등은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될 때까지 상업적 판매를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GMO의 안전성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기업들은 GMO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인류의 기아와 농약 남용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판적 능력이 결여된 언론도 이런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벗들(Friends of Earth)’이 지난해 발표한 ‘누가 유전자 조작 작물로부터 이익을 보는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런 주장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미 농무부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GMO를 재배하는 면적이 늘어날수록 제초제 사용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이유는 한 군데의 경작지에서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를 윤작하면서 같은 성분의 제초제를 계속 사용한 결과 상당수 잡초들이 이 제초제에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몬산토의 경영실적으로도 추정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세계 최대의 유전자조작 기업 몬산토는 지난 사분기에 브라질에서 라운드업 제초제 판매와 유전자조작 옥수수ㆍ콩 판매가 크게 늘어 기록적인 판매량과 2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몬산토사의 궤적은 유전자조작 기업의 역사 그 자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모니크 로뱅은 몬산토가 어떻게 ‘독약의 군주’에서 ‘생명공학 사업가’로 변신했는가를 4년 동안 세계 곳곳을 발로 누비며 역사적으로 추적했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레)을 보면, 몬산토는 1901년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제조해 코카콜라에 판매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 후 강력한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폴리염화비페닐(PCB), 다이옥신을 생성하는 고엽제 등으로 많은 이윤을 남겨 ‘독약의 군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명공학’으로 이미지 변신한 ‘독약의 군주’ 감시운동 벌여야
몬산토는 ‘독약의 군주’라는 불명예스러운 악명을 떨쳐 버리기 위해 1997년부터 2002년에 걸쳐 종자기업과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고, 화학분야를 매각하거나 분리했다. 그 뒤 ‘생명공학 기업’임을 자칭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현재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소 성장호르몬, 라운드업 레디 콩, Bt 옥수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 성장호르몬은 소를 더 빨리 살찌우고 엄청나게 많은 우유를 짜낼 수 있으며, 라운드업 레디 콩은 땅에 자라는 모든 식물을 죽이는 제초제(라운드업)에도 살아남는다. Bt 옥수수는 나방의 신경을 마비시켜서 죽게 만드는 바실러스 튜린젠시스(Bt) 독소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산토는 독성물질인 라운드업 제초제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몬산토의 2006년 매출액은 73억 4천4백만 달러였으며, 그 가운데 제초제 라운드업의 매출액은 22억 달러나 됐다. 몬산토는 결코 ‘독약의 군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제초제 판매를 위해 생명공학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몬산토는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몬산토코리아는 2007년까지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다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주력을 하는 바람에 지난해 간발의 차이로 2위로 밀려난 상태다. 2008년 국내 종자 매출액은 모두 1천8백49억 원이었다. 농우바이오는 지난해 3백57억 원(19.3퍼센트)의 매출을 올려 1위를 차지했으며, 몬산토코리아는 3백55억 원(19.2퍼센트)을 기록해 2위가 됐다.
밥상의 안전과 거대기업 감시는 결코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우리의 밥상을 누가 지배하고 있고, 어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대중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과 기업권력을 감시하는 일상의 촛불을 밝혀야만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