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쇠고기 실사단 ‘변질’ …정부, 우희종 교수 빼고 ‘친정부 인사’ 파견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09-12-09 00:33:11ㅣ수정 : 2009-12-09 0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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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캐나다산 쇠고기 안전성 조사를 위해 현지에 파견한 민간 실사단에 당초 계획했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등을 전격 제외하고 친정부 인사로 대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 교수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당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 온 인물이다.
특히 교체 시점이 한·캐나다 정상회담(7일)을 앞둔 데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우호적 입장을 표명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캐나다 쇠고기 안전성 조사를 위한 민간 조사단으로 광우병 전문가인 서울대 우희종 교수와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홍하일 대표, 박상표 정책국장 등을 참여시켰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정부 차원의 캐나다 쇠고기 방역시스템 조사를 민간 차원에서 다시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조사단원 구성도 우 교수에게 일임했다. 우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시각으로 쇠고기 안전성을 점검하고 싶다며 조사단장을 의뢰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후 수의사연대의 홍 대표, 박 정책국장과 함께 캐나다내 인간과 동물 방역 시스템 점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2월 초 정부에서 갑자기 조사단에 강원대 박선일 교수를 포함시키자는 요구가 들어왔다. 박 교수는 이미 지난해 정부 차원의 조사로 캐나다를 다녀왔으며 미국산 쇠고기 점검 때도 정부 측 인사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다양한 시각을 원한다면 정부 조사단이 아니었던 제3의 인물을 추천하라고 요구했다”며 “정부 조사단이 다시 가면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우 교수를 제외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직원과 박 교수 2명으로 이뤄진 민간조사단을 지난 6일 파견했다. 이들은 13일까지 현지에 머물 예정이다.
우 교수는 “정부가 명목상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나같이 비판적인 사람이 가서 혹시라도 잘못된 결과가 나올까봐 두려웠던 것”이라며 “‘민간조사단’으로 구성했으나 ‘정부조사단’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한·캐나다 양국 정상회담 하루 전날 쇠고기의 안전성을 조사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현지조사단과 관련해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위한 수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