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방역 초동조치 소홀..간이키트 無效 확인
조기진단 못하지만 현장선 ‘의존’..추가 발생 원인 지목
검역원-경기 축산연구소 ‘책임 공방’도
출처 : 연합뉴스 2010/01/14 18:05(포천=연합뉴스) 김도윤 이유미 기자 = 일선 방역기관이 구제역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데 의존하고 있는 ‘항체 검사용 간이 키트’가 구제역 확산을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구제역 추가 발생 원인을 놓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경기도 제2축산연구소 간에 책임 공방을 벌어지고 있다.
1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경기도 제2축산연구소 등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 진단 체계는 가축농가 의심신고→민간수의사 진료→경기 축산연구소 간이키트 진단→검역원 정밀진단 순으로 진행됐다.
경기 축산연구소는 지난 2일 포천 창수면 젖소농가에서 의심증세가 신고된 이후 수의사의 현장 확인을 거쳐 간이 키트로 검사했으나 음성으로 나오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기 축산연구소는 6일 다시 해당 농장을 방문해 육안으로 구제역 증상을 확인한 뒤 농식품부에 신고, 검역원의 정밀진단을 거쳐 7일 확진 판정됐다. 이상 증세 발견 이후 확진까지 5일이나 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수의사는 음성 결과만 믿고 최초 신고 이후 5일간 포천관내 가축농장 20여곳을 돌아다녔고 이 수의사가 방문해 소를 직접 접촉했던 신북면 한우농장에서 이날 추가 발생이 확인됐다.
하지만 간이 키트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진단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역원의 한 연구원은 “간이 키트의 경우 구제역에 감염돼도 초기에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아 발견이 어렵고 항체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확산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며 “간이 키트는 예찰활동이나 도축 시 최종적으로 구제역 감염 확인을 위해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조기 진단을 하려면 항원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검역원은 이를 위해 ‘이상 증세가 발견되면 (항원 검사를 위해) 즉시 검역원에 신고하라’는 긴급행동 지침을 책자로 만들고 매년 3~5월 구제역 특별대책기간에 일선 방역기관에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역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추가 발생은 일선 방역기관이 긴급 지침을 무시하고 간이 키트에 의존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기 축산연구소 측은 검역원이 간이 키트를 일선 방역기관에 배포해 놓고 엉뚱한 소리를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만중 도(道) 제2축산위생연구소장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간이 키트로 검사하고 음성으로 나와 지속적으로 예찰했다”며 “나중에 육안 검사 결과 증상이 뚜렷해 계통을 거쳐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간이 키트가 구제역 조기 진단에 전혀 효과가 없음에도 일선 방역기관에서 여전히 이에 의존하는 허점이 확인된 만큼 ‘항원 검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추가 발생의 매개로 지목받아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수의사는 “이번 구제역 방역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간이 키트 검사로 보인다”며 “음성 판정이 나와 안심하고 진료하러 다닐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상 증상 신고 즉시 항원 검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천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도 “일선에서는 간이 키트 검사 결과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조기 항원검사를 비롯해 방역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 새 매뉴얼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항원 검사는 ‘구제역 증상인 수포가 터질 때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검사 시료 채취부터 검사까지 밀폐된 전문시설이 갖춰진 검역원에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