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이론, ‘과학적 사기극’으로 전락하나
IPCC의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 예측’ 실수로 드러나
출처 :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0-01-24 오후 2:12:17
“히말라야의 빙하는 2035년이면 소멸된다”
이 예측은 2500명이 넘는 과학자로 구성된 유엔의 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며 지난 2007년 발표한 보고서에 담겨 전세계에 충격을 준 ‘과학적 연구’의 산물이다.
IPCC는 이 보고서 활동 등으로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엘 고어와 함께 그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하지만 IPCC의 연구 과정과 그 산물인 보고서 자체가 ‘불편한 진실’로 점철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지난달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는 ‘시기적 절박성’을 부여한 ‘히말라야 빙하 소멸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IPCC는 성명을 통해 “문제의 예측은 IPCC의 규정에 따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인으로 IPCC 위원장을 맡고 있는 라엔드라 파차우리는 “이번 사태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뛰어난 과학자들이 수행한 연구 작업의 가치가 손상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과학적 검증 절차 없는 ‘과학적 논문’
하지만 다른 인도 출신 학자들로부터도 파차우리와 IPCC 집행부는 ‘신뢰의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히말라야 등 빙하 연구에 지리적 이점을 지닌 인도 학자들은 특히 빙하와 관련된 지구온난화 연구 분야를 주도하고 있어, 서구 언론 못지 않게 인도 현지 언론들도 이번 사태를 심층 보도하고 있다.
22일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경 사라진다? IPCC가 실수한 것(Himalayan glaciers gone by 2035? IPCC mistaken)’이라는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보도에 따르면, 파차우리와 IPCC는 시예드 하스나인이라는 인도의 빙하학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1999년 <뉴사이언티스트>라는 과학잡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하스나인이 그렇게 예측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스나인은
그는 “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실에 입각해 자료들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고통스러운 연구를 하는 과학자”라면서 “빙하의 소멸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점성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뉴사이언티스트>의 인터뷰 기사에 쓰인 내용에는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기자의 추측이 개입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20년에 걸친 연구결과를 말하면서 “히말라야 중부에 있는 모든 빙하들이 녹고 있다. 현재의 속도라면 향후 40~50년이면 히말라야 중부와 동부에 있는 모든 빙하는 소멸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스나인에 따르면, 자신의 발언은 1980~1990년 당시의 연구 기술과 도구들에 의지한 연구 결과에 따른 가정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10년 전에 비해 현재는 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도구와 기술이 갖게되었다”면서 “따라서 정확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스나인의 해명은 기자의 윤색을 거쳤을지라도 2050년 이내에 히말라야 빙하가 소멸될 가능성을 말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서 군색한 변명이다. 또한
환경보호 등 취지가 좋다는 명분으로 부풀리기를 일삼은 독선적 기사가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단초가 된 셈이다.
문제는 IPCC 보고서에 이 기사의 내용이 아무런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고서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또한 하스나인도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
하스나인은 자신이 말한 것으로 보도된 오류 자체는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IPCC 논문에 실리기 이전까지는 다른 과학논문에 인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정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들, 오류 알면서도 침묵한 이유
그렇다면 하스나인을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이 왜 IPCC 논문에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 예측이 ‘과학적 진실’처럼 실린 것을 알면서도 침묵했을까?
이에 대해 인도 잠무대 히말리야 빙하연구소장 라진더 간주는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IPCC가 거대한 공룡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치적 압력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더 이상 답변을 거부했다.
그가 애매한 답변과 침묵으로 민감한 질문을 피해갔지만, 그의 태도는 과학계 일각에서 지구온난화가 ‘과학적 사기극’이며 ‘녹색 기술’을 새로운 산업적 돌파구로 삼으려는 자본의 음모가 숨어있다는 의혹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과학과 통계가 대중들의 보편적 신뢰를 받는 현실을 이용해 많은 연구소와 학자들이 ‘과학적 진실’을 주문생산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비록 UN이 미국 등 선진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오기는 했지만, IPCC라는 거대한 과학기구마저 정치와 자본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처럼 학문의 세계도 ‘힘’이 지배하게 되면, 과학자들도 ‘찍히면 죽는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주 소장은 히말라야 빙하연구 자체에 과학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인했다. “현재 히말라야 빙하 50개 정도가 과학적인 연구대상”이라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1만개에 달하는 히말라야 빙하 중 50개는 나머지 빙하에 대해 알기에는 정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들에 의해 특히 히말라야 북동부에 있는 빙하들은 용해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다.
“빙하 녹은 원인, 너무나 많고, 속도도 논란”
간주 소장은 이러한 논쟁 중 지구온난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 학자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그는 “빙하가 녹는 원인을 대기 온도의 상승, 즉 지구온난화라고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8월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세계 최대의 빙하로 꼽히는 시아첸 히말라야 빙하가 사실은 거의 용해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빙하의 용해 속도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IPCC 보고서에 실릴 정도면 이른바 ‘과학적 검증’을 거쳤을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 상식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피어 리뷰(동료학자들의 검증)’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었지만,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예측은 과학적 논문에 게재되기 위해 필수적인 ‘피어 리뷰’ 조차 거치지 않았다.
인도의 저명한 기후학자이자 IPCC의 과학자로 활동하는 스리니바산은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경 소멸될 것이라는 IPCC의 예측은 발표되기 전 검증과정을 거쳤어야 될 ‘포괄적이며 단정적인 서술’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통상 과학적 가설에 적용되는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추정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2035년 같은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할 만큼 과학적 근거가 쌓여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런 수치 제시가 IPCC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자체가 과학적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부실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의, 묵살, 은폐 의혹까지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정말 실수에 불과한 해프닝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의적이었으며, 오류를 지적하는 의견들을 묵살하며 은폐한 정황까지 있다는 점이다.
IPCC의 논문에서 의심받고 있는 핵심 주장들은 이뿐이 아니다. ‘IPCC는 해수면 수위도 잘못 예측했나?(Did IPCC also get sea levels wrong?)라는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기사에 따르면, 빙하 용해에 따른 해수면 상승도 과장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도의 저명한 화학자 파르타사라디 라마누잠은 지난 2007년 5월 파차우리에게 이메일을 통해 ‘빙하 용해에 따른 해수면 수위 상승설’에 대해 반박했다.
IPCC는 북극 해빙의 소멸로 해수면이 28~43 cm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라마누잠에 따르면, 얼음은 바닷물보다 농도가 낮아서 수면 위에 떠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음이 녹는다고 해수면 수위가 그다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 수위가 상승한다는 주장은 ‘비과학적이거나 사이비 과학’이라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설도 비과학적 주장이거나 사이비 과학”
라마누잠과 파차우리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었으나, 해수면 수위 상승설에 대한 반박 견해 등 몇가지 쟁점에 대해서 파차우리는 답변하지 않았다.
라마누잠은 “아르키메데스가 얼음을 떠나니는 욕조에서 실험을 한다면, 얼음이 녹아 욕조의 수위에 차이가 생겼다는 주장을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라마누잠은 파차우리에게 이미 이렇게 경고했다. “IPCC처럼 권위있는 과학기구가 연구결과를 과학적 문외한에게 해석을 맡겼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중대한 오류가 IPCC 보고서에 막대한 기여를 한 과학자들에 의해 저질러졌으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과학적 지식인’ 또는 IPCC 위원장이 이런 의문에 대해 해명하거나 이해할 단서를 제공할까?”
라마누잠은 “파차우리 위원장은 통상 나의 모든 편지에 대해 답변했지만, 이 편지에 대해서 침묵했다”고 말했다.
파차우리 위원장은 지난 23일 IPCC 보고서에 최소한 4가지 이상의 오류가 더 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사퇴에 대해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연구에 의심을 품은 학자들이 해킹으로 입수한 이메일들의 내용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반대론자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서 배제하는 등 연구 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증거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기후게이트’와 IPCC 보고서 논란을 계기로 지구온난화 이론이 이른바 ‘문화 매연’ 이론(명분을 앞세워 조작된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락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