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전쟁 중
“지금 환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년이나 후년 초에 줄기세포 의약품으로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바이오벤처 메디포스트의 오원일 연구소장은 “현재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
‘카티스템’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첫 번째 줄기세포 의약품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세계적으로 줄기세포로
만든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해 제품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질환 치료제의 상업 임상을 시작했다. 이 회사 말고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임상 3단계까지 진행된 줄기세포 신약이 꽤 있어
‘줄기세포 치료제 1호’를 놓고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 국내서만 11개 후보 임상 진행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상업 임상시험을 치르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모두 11개. 임상시험은 신약 후보가 ‘진짜’
약이 되기 위해 치르는 시험으로 모두 3단계가 있다.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치르고 있는 치료제 후보는 모두 4개로 하나는
메디포스트가, 다른 세 개는 또 다른 바이오벤처인 FCB파미셀이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치르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모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었다.
임상시험을 처음 시작한 메디포스트는 탯줄혈액에 있는 두 가지 줄기세포 중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 중간엽줄기세포에 주목했다.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우수했고,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 소장은 “한 사람의 탯줄혈액으로 500명분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며 “처음 두 단계의 임상시험 결과
퇴행성관절염 및 연골손상 환자들에게서 연골 재생이 확인됐고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FCB파미셀도 골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로 급성 심근경색, 급성 뇌경색, 만성 척수손상 등 세 가지 질환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수를 늘린 뒤 질환 부위에 집어넣어 치료하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신경,
심장, 면역세포 등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고장 난 장기의 일부 조직을 줄기세포로 만든 새 조직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FCB파미셀 관계자는 “조만간 임상시험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식약청에 27일 품목허가 신청서류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 줄기세포 오남용 경계해야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3상까지 갔다고 해서 상업화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오사이리스의 줄기세포 치료제
‘프로키말’이 좋은 사례다. 프로키말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의약품 후보로 한동안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치료제는 골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으로 골수이식을 받은 뒤 이식된 림프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인 이식편대숙주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세 번째 임상시험까지 마쳤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 회사는 임상시험 결과 약효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덜란드 레이던대 빌럼 피브 교수는 “성체줄기세포라도 다 똑같은 건 아니다”라며 “어떤 조건에서
세포를 배양했느냐가 유효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증식력이 왕성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인
중간엽줄기세포는 12, 13번 정도 배양 그릇을 바꿔 수를 늘리면 세포 노화가 온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은 셈이다. 오사이리스는 프로키말 치료제를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 질환, 3상), 당뇨병(2상), 심장질환(2상)에
대해서도 임상시험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아스트롬, 시브이토리 등을 비롯해 스페인 셀러릭스 등 여러 회사가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치르고 있다. 연구임상까지 포함하면 현재 국내에서 수십 건, 세계적으로는 수백 건의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또 미국의 제론은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허가를 받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식약청
첨단제제과 안치영 과장은 “이르면 올해나 내년에 줄기세포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처음 나오는 세포치료제이니만큼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이 끝난 신약이 식약청에서 허가 신청을 받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한편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단장은 “몇 년 지나면 다양한 줄기세포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줄기세포 분야의 연구비가 너무 적어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김 단장은
“일부에서 줄기세포를 오남용해 미용 성형 등 상업적으로 과대 광고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 때문에 난치병을 치료하는 게 목적인
진짜 줄기세포 연구가 지장을 받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