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게 두 번째 성폭행 당한 여성의 고통
[기고]나는 모든 것을 들었다. 그리고 또 듣는다
미디어충청 / 2010년02월01일 11시29분
금속노조 충남지부 임원 심모씨가 1월 15일 소속 여성조합원에게 욕설 및 폭언을 했으며, 이 사건은 현재 금속노조에 ‘성폭행건’으로 사건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피해자의 기고 글을 실습니다. -편집자 주
출처 : 참세상 2010년02월01일 11시29분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5530
이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데 2004년 7월 금속노조 전간부 노숙상경투쟁중에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성폭행 당한 일이 있다. 당시 나는 여러 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금속노조 간부들이 모인 상경투쟁중에 새벽 침낭을 깔고 선잠이 들었던 내가 눈을 떴을 때 생전 처음 보는 남성이 내 윗옷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그 상황 자체가 충격인데, 가해자인 그가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며 덤비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내가 조직적으로 문제제기 했더니 나에게 쏟아진 그 무수한 2차가해들은 하나하나 모두 다 나를 쥐고 흔들었다.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는데 무슨 성폭행이냐. 술 취해서 그런 게 무슨 죄냐. 지퍼 내리다 말았다는데 그것도 성폭행이냐. 내 동지가 성폭행 안했다고 해서 믿어준 것도 잘못이냐. 그게 왜 2차 가해냐. 너도 즐긴 것 아니냐. 남자가 미안하다고 하면 된 거지 뭘 더 바라냐. 안 그래도 힘든 싸움하는 지회를 왜 공격 하냐. 의도가 뭐냐. 이런 말들이 구두로 소문으로 인터넷을 통해 나에게 입 닥치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질렀다.
금속노조 임원과의 간담회, 상집회의, 중집회의, 중앙위회의를 거쳐 결국 대의원대회에 가서야 성폭행과 2차 가해를 모두 인정받았다. 그리고 가해자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2차 가해도 많지만 2차 가해자들의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어떤 중집위원은 나는 무식해서 2차 가해 같은 건 모르는데 모르는 것도 잘못이냐고 따졌다. 다른 중집위원은 중집회의에서 2차 가해라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결국 3차 가해 하는 거냐고 물었다. 어떤 중앙위원은 진상조사위에서 제출한 자료들을 발기발기 찢으며 이따위 것 인정 못한다고 집어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다른 중앙위원은 2차 가해를 인정해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와 다르게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해도 피해자가 중앙위회의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확인해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중앙위원은 내가 너무 조목조목 얘기하니까 듣기 싫어한다고 너무 딱딱하게 말하지 않아야 중앙위원들이 설득될 거라고 나에게 충고했고, 어떤 대의원은 가해자와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편집해서 몰고나오니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어떤 동지는 사과 받는 것이 목적이면 가해자와 다시 한 번 차분히 대화해서 설득해보라고 나에게 말했고 어떤 동지는 목소리를 크게 하면 가해자를 지지하는 동지들을 자극하니까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들었다. 그 모든 것을 듣고 또 들었다.
6년이 지나고 2010년 1월 15일 동희오토 주점에서 이번에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노조 임원 심00이 나에게 이것저것 온갖 이상한 말을 하다가 “야, 씨발년아.” 욕을 했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싸웠다. 서로 술잔을 퍼붓고 목소리가 커지니 여러 동지들이 와서 심00을 데리고 나갔다. 17일 심00은 나에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했다. 기억나지 않는데 뭐가 미안한지 나는 알 수가 없다. 18일 지부운영위에 심00의 징계를 노조로 공식 요청해 줄 것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나는 또 듣는다.
조합원이 무슨 자격으로 운영위에 안건을 제출 하냐. 사내하청지회에서 공식안건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발언권을 주는 것이 맞나. 충남지부 5000조합원이 모두 이런 안건 갖고 오면 그때마다 운영위나 하고 앉아 있을 거냐. 다시는 투쟁사업장 주점 같은 건 하지 마라. 지부임원에 대해 인신공격하지 마라. 지회장의 발언에 대해 말대꾸처럼 말하지 마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서로 화해하면 되는 거 아니냐. 술 취해서 그런 걸 사과하면 그만이지, 이런 걸 왜 논의해야 하나…….
결국 지부운영위에서는 안건으로 받지도 않았고, 지부임원들과 잘 해결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보고 차차기 운영위에서 안건으로 상정할건지 말건 지부터 다시 논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임원중 한 동지가 나에게 말했다. “000 동지가 너무 날을 세우며 얘기하니까 회의가 힘들다.” 그리고 다른 임원동지가 나를 쫓아 나와 묻는다. “사과하면 받을 생각은 있어?”
나는 화가 난다. 내 동지가, 남이야 뭐라던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금속노조의 투쟁을 함께하는 내 동지가 술 먹고 나에게 “씨발년아” 라고 말해서 화난다. 도대체 왜 나에게 심00 동지는 씨발년이라고 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왜 내 동지들은 자꾸 나에게 성폭행 할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나는 화가 난다. 기억이 안 나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화가 난다. 술 취해서 실수한 것 가지고 뭘 그러나, 사과도 하는데 화해하라는 말들이 화가 난다. 나는 동지들에게 씨발년아 라는 말을 듣고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인가? 내 동지들은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씨발년?
나는 지겹다. 술 먹고 실수한 사람이 사과하는데 사과를 받아들이고 좋게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압력, 건수 잡아서 심00을 매장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정파적 공격, 우리 운동의 문화를 위해 잘 대처하라는 충고, 지역에서 함께 하는 동지들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너만 손해니까 잘 설득하라는 충고들이 지겹고, 지겹고, 지겹다.
그리고 두렵다. 두 번째가 끝인가? 나는 몇 번이나 번번이 성폭행 당해야 하는 걸까. 내 동지들에게.
출처 : 참세상 2010년02월01일 11시29분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5530
이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데 2004년 7월 금속노조 전간부 노숙상경투쟁중에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성폭행 당한 일이 있다. 당시 나는 여러 가지로 충격을 받았다. 금속노조 간부들이 모인 상경투쟁중에 새벽 침낭을 깔고 선잠이 들었던 내가 눈을 떴을 때 생전 처음 보는 남성이 내 윗옷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그 상황 자체가 충격인데, 가해자인 그가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며 덤비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내가 조직적으로 문제제기 했더니 나에게 쏟아진 그 무수한 2차가해들은 하나하나 모두 다 나를 쥐고 흔들었다.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는데 무슨 성폭행이냐. 술 취해서 그런 게 무슨 죄냐. 지퍼 내리다 말았다는데 그것도 성폭행이냐. 내 동지가 성폭행 안했다고 해서 믿어준 것도 잘못이냐. 그게 왜 2차 가해냐. 너도 즐긴 것 아니냐. 남자가 미안하다고 하면 된 거지 뭘 더 바라냐. 안 그래도 힘든 싸움하는 지회를 왜 공격 하냐. 의도가 뭐냐. 이런 말들이 구두로 소문으로 인터넷을 통해 나에게 입 닥치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질렀다.
금속노조 임원과의 간담회, 상집회의, 중집회의, 중앙위회의를 거쳐 결국 대의원대회에 가서야 성폭행과 2차 가해를 모두 인정받았다. 그리고 가해자는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결정이 났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2차 가해도 많지만 2차 가해자들의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어떤 중집위원은 나는 무식해서 2차 가해 같은 건 모르는데 모르는 것도 잘못이냐고 따졌다. 다른 중집위원은 중집회의에서 2차 가해라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결국 3차 가해 하는 거냐고 물었다. 어떤 중앙위원은 진상조사위에서 제출한 자료들을 발기발기 찢으며 이따위 것 인정 못한다고 집어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다른 중앙위원은 2차 가해를 인정해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와 다르게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해도 피해자가 중앙위회의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확인해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중앙위원은 내가 너무 조목조목 얘기하니까 듣기 싫어한다고 너무 딱딱하게 말하지 않아야 중앙위원들이 설득될 거라고 나에게 충고했고, 어떤 대의원은 가해자와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파간의 이해관계로 편집해서 몰고나오니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어떤 동지는 사과 받는 것이 목적이면 가해자와 다시 한 번 차분히 대화해서 설득해보라고 나에게 말했고 어떤 동지는 목소리를 크게 하면 가해자를 지지하는 동지들을 자극하니까 작은 목소리로 말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들었다. 그 모든 것을 듣고 또 들었다.
6년이 지나고 2010년 1월 15일 동희오토 주점에서 이번에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노조 임원 심00이 나에게 이것저것 온갖 이상한 말을 하다가 “야, 씨발년아.” 욕을 했다. 물론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싸웠다. 서로 술잔을 퍼붓고 목소리가 커지니 여러 동지들이 와서 심00을 데리고 나갔다. 17일 심00은 나에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했다. 기억나지 않는데 뭐가 미안한지 나는 알 수가 없다. 18일 지부운영위에 심00의 징계를 노조로 공식 요청해 줄 것을 안건으로 제출했다. 나는 또 듣는다.
조합원이 무슨 자격으로 운영위에 안건을 제출 하냐. 사내하청지회에서 공식안건으로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발언권을 주는 것이 맞나. 충남지부 5000조합원이 모두 이런 안건 갖고 오면 그때마다 운영위나 하고 앉아 있을 거냐. 다시는 투쟁사업장 주점 같은 건 하지 마라. 지부임원에 대해 인신공격하지 마라. 지회장의 발언에 대해 말대꾸처럼 말하지 마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서로 화해하면 되는 거 아니냐. 술 취해서 그런 걸 사과하면 그만이지, 이런 걸 왜 논의해야 하나…….
결국 지부운영위에서는 안건으로 받지도 않았고, 지부임원들과 잘 해결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보고 차차기 운영위에서 안건으로 상정할건지 말건 지부터 다시 논의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데 임원중 한 동지가 나에게 말했다. “000 동지가 너무 날을 세우며 얘기하니까 회의가 힘들다.” 그리고 다른 임원동지가 나를 쫓아 나와 묻는다. “사과하면 받을 생각은 있어?”
나는 화가 난다. 내 동지가, 남이야 뭐라던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금속노조의 투쟁을 함께하는 내 동지가 술 먹고 나에게 “씨발년아” 라고 말해서 화난다. 도대체 왜 나에게 심00 동지는 씨발년이라고 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왜 내 동지들은 자꾸 나에게 성폭행 할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나는 화가 난다. 기억이 안 나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화가 난다. 술 취해서 실수한 것 가지고 뭘 그러나, 사과도 하는데 화해하라는 말들이 화가 난다. 나는 동지들에게 씨발년아 라는 말을 듣고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인가? 내 동지들은 나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씨발년?
나는 지겹다. 술 먹고 실수한 사람이 사과하는데 사과를 받아들이고 좋게 가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압력, 건수 잡아서 심00을 매장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정파적 공격, 우리 운동의 문화를 위해 잘 대처하라는 충고, 지역에서 함께 하는 동지들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너만 손해니까 잘 설득하라는 충고들이 지겹고, 지겹고, 지겹다.
그리고 두렵다. 두 번째가 끝인가? 나는 몇 번이나 번번이 성폭행 당해야 하는 걸까. 내 동지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