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질환 `뎅기열’ 한반도 상륙?
연합뉴스 | 입력 2010.02.08 06:14
겨울인데도 제주서 뎅기열 모기유충 첫 발견
전문가들 “한반도 이미 아열대..열대 풍토병 감시체계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열대·아열대 지방의 대표적 풍토병으로 꼽히는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 유충(알)이 겨울철인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화되면서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풍토병 위험이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이근화 교수팀은 “뎅기열 매개체인 `흰줄숲모기(아시아 타이거 모기)’가 2008년부터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서 채집된데 이어 2009년 12월에는 겨울철인데도 제주도 보목동의 물웅덩이 등에서 유충이 처음으로 발견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런 내용을 최근 제주도서 열린 `한반도 기후 환경변화와 국민의 건강’ 포럼에서 공개했다.
뎅기열 바이러스를 가진 `흰줄숲모기’에 물리면 발열, 두통, 근육통, 발진,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특히 뎅기열 환자가 다른 형태의 뎅기바이러스에 2차 감염되면 출혈과 순환장애를 일으키는 뎅기출혈열로 발전, 쇼크 증상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뎅기열은 1991년~1994년간 아태 지역을 휩쓸어 35만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바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뎅기열이 한반도에서 직접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었으며, 매년 발생하는 60-70명의 환자는 모두 동남아 지역에서 매개 모기에 물려 감염된 채 귀국한 경우로 추정됐었다.
이번에 흰줄숲모기 모기 유충이 12월에 발견된 데 대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모기가 기온 20도 이상이면서 강우량이 150㎜ 이상일 때 번식력이 높고, 기온 14.5도 이하에서는 알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흰줄숲모기 유충은 한반도가 겨울철로 들어선 12월에서 발견됨으로써 이미 이 모기가 제주도에 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제주도에서 뎅기열 환자가 자체 발생했었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제주대의대와 공동으로 올해 2월부터 `제주지역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거점센터’를 운영, 제주지역에서 우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뎅기열 등의 열대 질환을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이근화 교수는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뀐 지역으로, 앞으로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면서 아열대질환 및 수인성전염병이 한반도 다른 지역보다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뎅기열과 같은 아열대질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제주도에 아열대질환연구소를 설립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의대 미생물학교실 성승용 교수는 “이번 사례는 말라리아에 이어 한반도가 더 이상 뎅기열과 같은 열대 풍토병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조사, 감시체계를 가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