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쇠고기 문제, 협상으로 풀 의향 있어”
출처 : 연합뉴스 2010/03/07 07:1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3/05/0200000000AKR20100305158900002.HTML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자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라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캐나다가 이 문제를 협상으로 풀 의향이 있음을 최근 밝혔다.
공식 제소 절차인 WTO 분쟁해소패널에서 해결하는 대신 한국과 캐나다가 ‘양자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아직은 양국이 서로 의향을 떠본 단계여서 실행으로 옮겨질지는 불투명하다.
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국의 농식품부 차관보는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업 각료회의’에서 만나 양국 모두 캐나다산 쇠고기 문제를 양자 협의를 통해 풀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은 그간 분쟁해소패널에서 적극적으로 싸우되 가능하면 협상으로 문제를 푼다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기본 입장이었다.
양자 협의란 분쟁 당사국 간 협상으로 해법을 찾는 절차다. 현재 WTO는 분쟁해소패널을 설치해 이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 이와 별개로 두 나라가 협상해 답을 찾을 의사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협의와 달리 분쟁해소패널은 제 3자가 당사국들의 주장을 듣고 구속력 있는 판결을 내려주는 일종의 국제 통상(通商) 재판부다.
이 만남은 캐나다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에도 실무자 선에서 양자 협의를 통한 해법을 논의했지만 고위급 관료 간에 이런 의사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하거나, 협의를 위해 만날 날짜를 정한 단계는 아니다. ‘탐색전’ 수준인 셈인데 양국의 고위급 관료 간에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정도다.
관건은 양국이 각각 그리고 있는 쇠고기 수입 조건이 얼마나 비슷한 꼴이냐는 것이다. 협상은 결국 양측이 모두 수긍할 만한 교집합을 찾아가는 일인데 애초부터 너무 동떨어져 있다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선 캐나다산 쇠고기에 국내 시장을 개방할 경우 미국보다 수입 조건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발병 빈도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광우병이 지금껏 2건 발병한 데 비해 캐나다는 작년 5월에 발생한 것까지 모두 16건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소한 미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란 조건보다 월령이든, 부위든 더 강화된 조건이 돼야할 것”이라며 “협상을 한다면 여론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분쟁해소패널을 통한 해결보다 협상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분쟁해소패널에서 한국이 패소할 공산이 크다는 통상 전문가들의 지적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공청회에선 이런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패소할 경우 광우병을 둘러싼 첫 통상 분쟁의 판결에 해당해 두고두고 판례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투 트랙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입장 차가 너무 크면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는 지난달 1일 WTO 분쟁해소패널에 1차 서면진술서를 제출했으며 우리도 이에 맞서 우리 주장이 담긴 진술서를 5일 냈다. 양국은 앞으로 구두변론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