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전쟁 중 세균전 현장실험 명령”
출처 : 연합뉴스 2010/03/19 00:3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0/03/18/0200000000AKR20100318230000070.HTML?did=1179m
“미국, 한국전쟁 중 세균전 실험”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미군 합동참모본부가 한국전쟁 중 세균전 실험을 하도록 명령했다는 문서가 발견됐다고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알-자지라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서에서 입수한 자료. <<알-자지라 방송화면 캡쳐>> 2010.3.19 inyon@yna.co.kr |
알자지라, 美국립문서보관서 자료 입수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북한에서 세균전 현장 실험을 명령했음을 보여 주는 문서가 발견됐다고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방영한 `피플파워’라는 심층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입수한 문서를 공개했다.
1951년 9월 21일 작성된 이 문서에는 “미 합참이 작전상황 중 (세균전에 사용되는) 특정 병원체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대규모 현장 실험을 개시할 것을 명령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세균전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은 미국 참전용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미 합참이 세균전 실험을 명령했다는 문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일제 관동군 소속으로 세균전 연구를 담당했던 731부대 소속원들의 도움을 받아 미군이 한반도에서 세균전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전쟁 때 세균전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미군이 731부대 대원들로부터 생체실험 자료를 건네받는 등 생화학 무기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돼 왔다.
일본 스나이시 게이치 교수가 2005년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견한 기밀 해제 문서에도 미군 주도 연합군이 731부대원들에게 생체실험 자료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전범 재판의 기소를 면제해주고 총 15만∼20만엔의 돈을 부대원들에게 지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을 방문한 알-자지라 취재진과 인터뷰한 북한 주민 윤창빈 씨는 “전쟁통이던 3월인가 파리들이 꽤 커지고 갈색빛을 띠더니 4월부터 마을에 장티푸스 처럼 전염병이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50가구였던 마을에서 주민들이 팔, 다리가 가렵고 고열 증세에 시달리다가 30명이 죽었다”고 회상했다.
알-자지라는 한국전쟁 당시 세균전과 관련해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관련 전문가 모리 마사타카 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생화학 무기 사용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기 때문에 미국은 세균전 의혹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당시 북한 폭격에 가담했던 미군 조종사 케네스 에노크(85.현 텍사스주 거주) 씨는 항공기 추락으로 북한군에 포로가 됐을 당시는 자신이 세균 폭탄 투하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으나 종전으로 석방된 후엔 강요에 의한 거짓 진술이라고 밝혔다면서 그럼에도 케네스 씨는 자신은 가담하지 않았으나 세균전이 수행됐을 개연성에 대해선 일부 시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합참의 명령이 실행됐음을 보여 주는 확증은 아직 없으며, 미국 정부가 관련 기록도 모두 없애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고 밝힌 알-자지라는 따라서 공정한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는 한 미군의 한국전 당시 생물학전 여부는 풀리지 않는 냉전시대 미스테리 중 하나로 남아 미국과 북한 관계에 망령으로 떠돌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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