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품귀현상’ 뒤에 의료비리 있었다
출처 : 연합뉴스 연합뉴스 | 입력 2010.03.26 13:29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가을 국내에서 치료약인 타미플루의 품귀현상이 빚어진 데는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전 발급과 다국적기업의 사재기 등도 한몫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안상돈 부장검사)는 다국적기업 등에 타미플루 처방전을 허위 발급해 준 혐의(의료법 위반)로 정모씨 등 의사 7명을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기업들의 불법 사재기를 부추긴 스위스 제약회사 한국로슈와 허위 처방전으로 타미플루를 대량 비축한 한국노바티스 등 3개사의 임직원 5명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최대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 의사들은 2007년 1월부터 작년 9월까지 다국적기업과 대기업 등 20여개 업체에 진찰 없이 회사직원들 명의로 100여장에서 많게는 2천여장까지 타미플루 처방전을 허위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수법으로 사들인 타미플루의 규모는 모두 7천200여명분(2억원 상당)에 달했다. 특히 한국HSBC(1천978명분)와 한국노바티스(3천960명분) 등 두 다국적기업에 발급된 허위 처방전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신종플루의 `대유행’(Pandemic)에 대비해 자사 직원과 가족들을 위한 타미플루를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장기간 ‘불법 사재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러나 의사들이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으며, 대부분 자신들에게 타미플루를 공급하는 한국로슈의 소개나 부탁으로 처방전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법 사재기를 할 당시 일부 지역에서 타미플루 품귀현상이 빚어지긴 했지만 공급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원칙대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약식기소된 의사 7명 전원에게 시한부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하고, 검찰에서 처분 결과를 정식 통보받는 대로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