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한 자선단체가 와인 애호가들에게 던진 계몽성 메시지다.
런던에 본부를 둔 ‘빈곤과의 투쟁(War on Want)’은 15일 ‘시디 신 포도-남아공 와인너리 근로자와 영국 슈퍼마켓의 파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남아공 와이너리가 몰려있는 웨스턴 케이프주(州) 포도농장 일꾼들이 처한 고달픈 삶의 현실을 전하면서 영국 유통업체에 그 책임을 돌렸다.
테스코, 코업, 세인즈버리 등과 같은 영국 슈퍼마켓들이 많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남아공 와이너리에 와인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현지 일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
350년의 와인 역사를 지닌 남아공은 연간 와인 수출량이 4억ℓ에 달하는 세계 9위의 와인 생산국으로, 영국은 이 가운데 30%를 수입하는 최대 고객이다.
그러나 남아공 와인의 대부분을 구매해주는 유통업체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바람에 남아공 와이너리에 고용된 25만여 근로자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남아공 와이너리들이 수지를 맞추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건비 절감을 나선 결과다. 특히 와이너리 근로자 중 상시 고용자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포도 수확기에만 낮은 임금의 여성들을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지난 13일자 기사에서 남아공 와이너리 근로자들의 하루 임금이 평균 4파운드(남아공 화폐 57랜드. 한화 8천100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남아공 와이너리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국 기업의 악행으로 인해 피해를 본 해외 근로자들이 해당 기업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도록 영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 또 남아공 와인을 구매할 경우에는 ‘공정무역 인증(Fairtrade label)’을 받은 와인을 선택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주문했다.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가격이 매겨지고 근로자들도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음을 뜻하는,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와인은 2003년 남아공 탄디 와인이 최초다. 현재 영국에서 판매되는 와인 중 이 인증을 취득한 와인은 전체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