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규제는 WTO 위반” 정부 주장 거짓
식품 대부분 해당안돼…대기업에 판매제한 가능
국회 지경위서 토론…중기청, 가맹점 규제 등 반대
정세라 기자 김성환 기자
출처 : 한겨레신문 2010-04-19 오후 09:11:39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16797.html
유통 대기업들의 기업형 슈퍼(SSM)와 이들의 변종인 가맹점 사업에 대해 영업품목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사업조정 제도를 적용하려는 관련 법 개정안이 19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쟁점 조항 대부분에 반대해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 점포의 영업시간이나 품목 제한과 관련해, 정부는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 협정을 들어 반대해왔으나, 과일·채소 등 일부를 뺀 식품 거의 대부분은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대기업 편들기’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 김재균 의원(민주당) 등이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들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찬반토론에 나섰다. 상생법 개정안은 중소상인들이 사업조정 제도를 통해 대기업 점포의 출점 연기나 영업품목·시간 제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명시적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사업조정을 피해 기업형 슈퍼를 가맹점 형태로 확대하려 하자, 이런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도 새롭게 들어갔다.
이날 지경위 회의에 출석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 위반 소지 등을 들어 개정안 핵심 조항에 반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은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식품 품목 대부분은 개방하지 않아서, 이런 품목은 대기업에 판매 금지를 해도 협정 위반이 안 된다”며 “정부가 여태껏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축소·은폐한 것은 영업품목 제한에 대한 논의 기회를 차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1996년 유통시장 개방 때 과일·채소·어류·해산물만 개방됐을 뿐 유제품·육류·빵·담배·사탕·캔음료·기타식품 등 식품 거의 대부분은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문병철 국회 전문위원은 “외교부가 추진하는 도하개발의제 수정양허안이나 자유무역협정(FTA)들이 비준되지 않은 이상, 현재 국제협정 아래서는 이번 개정안의 중소상인 보호 강화 조항들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며 “결국은 정부한테 정책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있지도 않을 ‘통상마찰’을 앞세워 중소상인 구제책을 외면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토론 과정에서는 중소상인 보호·육성에 앞장서야 할 중기청마저도 상생법 무력화를 막는 핵심 조항에 반대하거나 어중간한 태도를 보여 ‘중소상인 보호 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청은 대기업 가맹점 슈퍼에 대해서는 “가맹점도 중소상인”이란 취지로 사업조정 적용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또 대기업 영업품목 제한에 대해서는 “외교부·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가 모두 반대한다”며 구체적으로 영업을 제한하기보다는 포괄적 규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안진걸 간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중소상인 정책과 유통산업 법 개정 과정에서 중소상인들의 분열만 꾀하고 오히려 후퇴된 법안들을 강요하고 있다”며 “21일 풀뿌리 자영업자단체 등 중소상인 대표단과 야당 의원, 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김성환 기자 seraj@hani.co.kr
* SSM : 기업형 슈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