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2개 단체 “삼성은 암 사망 책임 인정하라”
미 산업안전보건 전문지 <뉴 솔루션> 성명에 연대서명
전희경 (hkchun)
출처 : 오마이뉴스 10.04.28 11:06 ㅣ최종 업데이트 10.04.28 11:3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72798&CMPT_CD=A0271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사망과 관련하여 미국의 산업보건계가 큰 우려를 표명했다.
산업안전보건 전문학술지 <뉴 솔루션>은 최근 정기회원들에게 ‘이제 그만 (Enough is enough)’이라는 제목의 전체 이메일을 통해 ‘세계 안전보건 그룹이 삼성과 한국정부에게 책임인정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보냈다.
1년에 4번 발행하는 <뉴 솔루션>은 산업안전 및 환경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1천여명의 정기회원을 갖고 있어 관련 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성명서는 ‘실리콘밸리독성연대(SVTC)’와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ICRT)’의 설립자인 테드 스미스씨가 작성한 것이다.
성명서는 “삼성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암으로 사망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에 항의하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을 체포했다”고 지적하고, “4월 28일 세계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이하여 삼성전자 직업성 암 피해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삼성과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촉구한다”며 삼성 반도체 노동자 투쟁단체 ‘반올림’의 싸움에 대한 연대행동을 요청하고 있다. 이 국제성명서에는 15개국 62개 단체가 서명했다.
성명서 작성 및 일련의 행동은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명예교수이자 <생산의 지점(The Point of Production)>의 저자인 레벤스타인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레벤스타인 교수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반도체 노동자 박지연양의 사망소식을 전한 <한겨레>와 <참세상> 기사, 그리고 이를 영어로 번역한 기사를 올리고, 지인들과 ‘아시아 산재피해자 권리를 위한 네트워크(ANROAV)’의 청원서에 페이스북에서도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2월 28일 만들어진 청원서에는 현재까지 1284명이 서명했다.
이 성명을 작성한 테드 스미스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전자산업은 오래된 기술을 이전하거나 더 싼 노동력, 적은 규제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국, 한국, 대만, 타이 등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며 “이번 성명은 각국의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관계를 세워나가는 국제연대의 한 방법”이라고 성명서 발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달초 박지연씨 사망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요구하는 삼성본사 앞 시위에도 참여했었다”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활동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산업안전보건프로그램을 개선시킨다면 그것은 삼성을 살리는 것이지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며, 독립적인 외부인사로 이뤄진 조사단이 작업환경과 노동자의 건강상태를 감시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사망과 관련해 활동해온 ‘반올림’은 최근 ‘아시아 감독자원센터(AMRC)’와 함께 영문 블로그인 ‘stop samsung – no more deaths!’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테드 스미스씨는 이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 블로그를 통해서 전 세계는 점점 커져가는 노동자 건강권 위기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삼성을 주목할 것”이라며 “휴대전화, TV, 컴퓨터 등의 첨단 전자제품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왜 우리가 이 제품들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생각해야 하는지 이 블로그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며, 이 블로그를 통해 반올림의 싸움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영문 성명서는 반올림 영어 블로그에서 읽을 수 있다.
“이제 그만(Enough is Enough)” – 4월 28일 국제 행동을 위한 공동 성명서
삼성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 암으로 사망,
그러나 한국 정부는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을 체포
2010년 3월 31일 삼성 온양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젊은 노동자 박지연씨가 스물 셋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은 삼성 노동자들과 가족, 친구들이 그동안 삼성에서 일하다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제1회 반도체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 행사를 치룬 지 한 달도 안되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백혈병, 림프종 같은 조혈계암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에 있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은 최소 26명이며, 이 중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이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청원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진행 중이다(http://www.petitiononline.com/s4m5ung/petition-sign.html)
우리는 삼성에서 일한 후 돌아가신 모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의와 위로를 전한다. 현재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기업에 속한다. 2009년에는 1,205억 달러의 판매실적을 올렸으며, 평면TV 생산 세계 1위, 핸드폰 판매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우리 모두는 이 비극적인 죽음,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애도하며, 전자산업의 직업성 암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음에 분노한다. 이 문제는 삼성이나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자산업 전반의 문제다. 안전하지 않은 작업장을 세계 곳곳에 만들고, 공장이 들어선 지역사회 환경을 안전하지 않게 만들어온 기업들 때문이다. 미국, 영국, 대만 등지에서 최근에 이루어진 일련의 연구들은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에게 암 위험이 상승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전자산업 경영진들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기만 해왔으며, 화학물질 노출과 그로 인한 암 사망을 단순한 경영상의 손실로만 취급해왔다. 이제 우리는 선언한다. “이제 그만!”이라고.
한국정부는 암 사망자들의 업무상 특징을 제대로 조사하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채택하는 대신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고, 한국에서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된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들의 집단 암 발병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점점 늘어나자 이를 침묵시키기 위해 애썼다. 4월 2일 박지연씨의 장례식 이후 서울 삼성본사 앞에서 삼성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해산하고 삼성을 향해 “박지연씨의 죽음에 책임져라”고 외쳤던 일곱 명의 활동가들을 체포했다. 이 활동가들은 이틀 뒤 석방되었다.
이러한 삼성과 한국정부의 행태는 부당한 일이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삼성은 노동자들의 암 사망에 책임을 인정하라
· 한국정부는 삼성 노동자들이나 그 친구들이 아니라 삼성에 대해 법을 집행하라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임태희 노동부장관,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노민기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게 요구한다. 이 악몽과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 그리고 이토록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용감한 안전보건 운동가들을 탄압한 것을 사과하라.
또한 우리는 전 세계의 동지들에게 요청한다. 노동자 건강을 경시해온 삼성과, 이 비극에 공모해온 한국정부를 폭로하는 실천에 나서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Korean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KCTU)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 Korean Metal Workers Union (KMWU)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Supporters of Health And Right of People in Semiconductor industry (SHARPS)
Asia Monitor Resource Centre (AMRC)
Asian Network for the Rights Of Occupational Accident Victims (ANROAV)
Asian Transnational Corporation (ATNC) Monitoring Network
Action Committee for Reinstatement of Laid-off Samsung Workers – Korea
All Together – Korea
Association of Victims of Occupational Injuries – Korea
APROMAC (Environment Protection Association) Brazil
Ban Toxics, Philippines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 (BWI)
Cancer Prevention Alliance – UK
Cancer Prevention Coalition
Chungnam Joint Committee about Leukemia in Samsung -Korea
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AFL-CIO
Communities Against Toxics
Chintan Environmental Research and Action Group (India)
Dasan Human Rights Center -Korea
Democratic Labor Party (Gyeonggi local)
Free Trade Zones & General Services Employees Union ( FTZ&GSEU )
Fronteras Comunes – Mexico
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 (GAIA)
GoodElectronics
Hazards Campaign – UK
Gyeonggi Informal Labor Center -Korea
Gyeonggi Law center of KCTU
Gyeonggi Local branch of KCTU
Health & Environment Alliance – EU
Hesperian Foundation – US
Inchon Association of Victims of Occupational Injuries – Korea
International Metal Workers Federation (IMF)
International Campaign for Responsible Technology
International POPS Elimination Network
Japan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Resource Center (JOSHRC)
Korea Institute of Labor Safety and Health
Labour Watch Taiwan (LWT)
Malaysian Trades Union Congress
Maquiladora Health and Safety Support Network (USA)
Maquila Solidarity Network (Canada)
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ors for Democratic Society – Korea
National Toxics Network (Australia)
New Progressive Party (Gyeonggi local)
New Solutions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Health Network of India (OEHNI)
People’s Health Movement – USA
PHASE II (Scotland)
Preparatory Committee for Socialist Workers Party (Gyeonggi local)
Scottish Hazards Campaign
Socialist Party (Gyeonggi local) -Korea
Solidarity for worker’s health – Korea
Taiwan Association for Victims of Occupational Injuries (TAVOI)
The Solidarity for Healthy Labor World – Korea
TEAN (Taiwan)
TIE Asia
Tokyo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Center (TOSHC)- Japan
Toxics Link – India
TOXISPHERA (Health Environmental Association), Brazil
United Electrical, Radio and Machine Workers of America (UE)
Wonjin Labor Safety and Health Education Center – Korea
Workers’ Assistance Center, Philippines
Worksafe (USA)
“우리는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게 아니라 흥하게 돕는 것”
다음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찰스 레벤스타인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로서는 직업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승인을 거부했다. 어떻게 보나.
“삼성이 그동안 작업환경을 개선해왔다면 과거의 노출이 건강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조건을 바탕으로 조사를 해서 과거영향을 부정하기 쉽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록의 유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기관이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스스로 안전보건위원회를 세우고 회사와 정부기관을 견인해야 한다.”
- 기업이 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료에 접근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접근하더라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클랩 교수의 경우 IBM노동자의 암사망율 연구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급한 보건상의 문제가 발생된다면, 할 수 있고 없음을 규정하는 법보다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도덕을 우위에 둬야 하며, 비밀유지 규정은 잠시 제껴둬야 한다. 노조의 도움 없이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내오기가 힘들며, 외부전문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산재인정과 관련 IBM도 엄청난 저항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은 왜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가.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풍조가 어디서 왔는지.
“물론 돈을 잃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현재 그들이 누리는 권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창피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에 실패자로 기록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워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20년전 사기를 친 기업이 이름만 바꾸어 똑 같은 사기를 치는데, 그 역사를 기억 못한다면 또 당하게 된다.”
- ‘국제적인 청원운동이 삼성에 해를 끼친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경제도 망한다’며 노동자의 사망이나 직업병의 직업관련성에 대한 은폐를 묵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못한 지금 중국의 평판은 크게 떨어졌다. 우리가 하는 행위는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려줌으로써 흥하게 돕는 것이다.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독성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달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미 건강을 잃었다면 보상을 해주는 것이 책임있는 행동이며,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더 나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 이런 일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생리가 불러온 문제가 아닌가. 대안이 있다면?
“자본주의는 생산을 조직하는 방식이자 사회적 힘이다. 자본주의를 거부하지만 자본주의 내에 살고 있는 운동세력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안은 우리가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참여의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고 본다. 삼성은 150개의 제품을 웹 상에서 판매한다. 우리에게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보이코트의 형태로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영장을 가지고 기업의 자료를 요구하면서 현장을 조사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기업이 법을 잘 지켜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