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종훈 “한-중 FTA, 석유화학-IT-자동차 부문 유리”(종합)
출처 : 조선일보 입력 : 2010.06.23 11:30 / 수정 : 2010.06.23 11:35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23/2010062301088.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01
-IT·자동차·석유화학 유리, 농산물·저가생필품 불리
-9월에 민감부문 사전협의 착수 예정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23/2010062301088.html?Dep1=news&Dep2=headline2&Dep3=h2_01
-IT·자동차·석유화학 유리, 농산물·저가생필품 불리
-9월에 민감부문 사전협의 착수 예정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관련, “중국측의 개방 수준은 미국·EU(유럽연합) 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석유화학과 IT(정보통신), 자동차업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28일 3년반을 끌어온 FTA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를 종료했다. 한·중 FTA가 양국에 장점 뿐 아니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양국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민감한 분야에 대해 사전협의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FTA 협상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통상교섭본부장 집무실에서 1시간 40분동안 진행됐다.
그는 한·미, 한·EU(유럽연합), 한·중, 한·일, 한·중·일 FTA의 추진 우선 순위와 관련, “미국·EU가 최우선이고, 중국·일본 순”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아세안(ASEAN)·인도 등 총 16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켰다. 한·미, 한·EU FTA의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페루·콜롬비아·호주 등 8개국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김 본부장은 한·중 FTA 협상의 향후 일정과 관련, “중국 측은 오는 9월부터 약 6개월간의 사전협의를 거친 뒤 정부간 본협상에 들어갈 생각인 것 같다”며 “협의만 잘 되면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국가의 통상을 담당해오면서 김 본부장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다”며 “엔드게임(end game)에 가서는 진솔해야 한다. 상대가 공을 몰고 오는데 골대를 옮겨 놓으면 룰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FTA가 민감한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민감한 부문에 대한 사전협상을 마친 뒤 본협상에 들어갈 예정인데, 양국의 민감한 분야란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우리는 농산물이고, 중국은 공산품 분야다. 중국은 공산품 중 특정 품목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민감한 정도로 따지면 중국도 우리 못지 않다.”
한·중 양국은 지난 5월 28일 3년반을 끌어온 FTA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를 종료했다. 한·중 FTA가 양국에 장점 뿐 아니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양국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민감한 분야에 대해 사전협의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FTA 협상 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통상교섭본부장 집무실에서 1시간 40분동안 진행됐다.
그는 한·미, 한·EU(유럽연합), 한·중, 한·일, 한·중·일 FTA의 추진 우선 순위와 관련, “미국·EU가 최우선이고, 중국·일본 순”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아세안(ASEAN)·인도 등 총 16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켰다. 한·미, 한·EU FTA의 비준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페루·콜롬비아·호주 등 8개국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김 본부장은 한·중 FTA 협상의 향후 일정과 관련, “중국 측은 오는 9월부터 약 6개월간의 사전협의를 거친 뒤 정부간 본협상에 들어갈 생각인 것 같다”며 “협의만 잘 되면 기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국가의 통상을 담당해오면서 김 본부장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다”며 “엔드게임(end game)에 가서는 진솔해야 한다. 상대가 공을 몰고 오는데 골대를 옮겨 놓으면 룰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FTA가 민감한 경제현안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민감한 부문에 대한 사전협상을 마친 뒤 본협상에 들어갈 예정인데, 양국의 민감한 분야란 어떤 것들을 말하는가.
“우리는 농산물이고, 중국은 공산품 분야다. 중국은 공산품 중 특정 품목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민감한 정도로 따지면 중국도 우리 못지 않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어떤 업종이 유리한가.
“석유화학·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범용·저가의 생필품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가 좀 어려울 수 있다”
“석유화학·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범용·저가의 생필품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가 좀 어려울 수 있다”
―중국과 FTA 협상을 한다면 미국과 협상하던 방식과 어떻게 다를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국과 협상할 때는 큰 틀을 정해놓지 않고 각자가 모든 오퍼(요구)를 내는 포괄적 방식으로 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FTA 체결 사례를 보면) 중국은 (한꺼번에 모든 오퍼를 내놓는) 그런 식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 국가와 FTA를 추진하는 게 우리가 처음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말한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가 조기수확을 말하는 건지, 10년 안에 교역대상의 90% 이상을 자유화 시키는 (미국식의) 포괄적 협상을 말하는지는 협상을 시작할 때 중국측이 구체적으로 얘기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협상할 때는 큰 틀을 정해놓지 않고 각자가 모든 오퍼(요구)를 내는 포괄적 방식으로 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FTA 체결 사례를 보면) 중국은 (한꺼번에 모든 오퍼를 내놓는) 그런 식은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산업 국가와 FTA를 추진하는 게 우리가 처음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말한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추구하고 이견은 남겨둔다)’가 조기수확을 말하는 건지, 10년 안에 교역대상의 90% 이상을 자유화 시키는 (미국식의) 포괄적 협상을 말하는지는 협상을 시작할 때 중국측이 구체적으로 얘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데
“중국 내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정한 개방 수준보다 좀 더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WTO+?’ 전략을 쓰겠다. 여기서 ‘?’는 서비스, 정부 조달,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다. 공정경쟁도 포함된다. 중국은 WTO에서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정부가 조달하는 건설 등의 입찰에서 외국인을 내국인과 차별없이 대우한다면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다른나라와의 협상에서 그것을 허용한 적은 없다.”
―한·중 FTA 개방수준은 한·미, 한·EU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WTO 규칙 중에 MFN(최혜국대우)이 있다. 이 나라에 관세를 5% 매기면 저 나라에도 5%를 매겨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양자가 합의해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MFN 위반이다. 하지만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4조에 따르면 양자 교역이 10년 안에 90% 이상 자유화되면 MFN 위반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우리 사이의 90% 이상의 교역이 10년 안에 무관세로 자유화 돼야 한다.”
“WTO 규칙 중에 MFN(최혜국대우)이 있다. 이 나라에 관세를 5% 매기면 저 나라에도 5%를 매겨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양자가 합의해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MFN 위반이다. 하지만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4조에 따르면 양자 교역이 10년 안에 90% 이상 자유화되면 MFN 위반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우리 사이의 90% 이상의 교역이 10년 안에 무관세로 자유화 돼야 한다.”
―선진국과의 협상에 준해서 중국을 개방한다는 얘기인가.
“개도국의 경우는 ‘에누리’가 있다. 우리와 인도의 경우도 무관세 품목 비율을 85%로 5%정도 에누리 받았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표주자이고, 한국도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다. 특히 농업 분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공산품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무역 대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한·중 FTA의 개방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준하는 협상을 하되 조금 에누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개도국의 경우는 ‘에누리’가 있다. 우리와 인도의 경우도 무관세 품목 비율을 85%로 5%정도 에누리 받았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표주자이고, 한국도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다. 특히 농업 분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공산품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무역 대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한·중 FTA의 개방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준하는 협상을 하되 조금 에누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한·미 FTA 미국 내 비준은 언제되는 건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반드시 FTA를 비준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FTA가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에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기업, 언론 등도 지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간선거가 걸림돌이다.”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반드시 FTA를 비준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FTA가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에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기업, 언론 등도 지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간선거가 걸림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TPP(Trans-Pacific Partnership), 즉 환태평양 파트너십 체결을 중시한다는 말이 들린다.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이 있나.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부르나이 4개국이 시작한 TPP에 호주·페루, 그리고 미국 등 총 7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와 TPP 나머지 6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를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60% 수준이다. 한국 한나라와의 교역규모가 6개국을 합한 규모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미 FTA는 3루에 있는 주자로 히트(hit) 한방이면 끝난다. 하지만 TPP는 (이제 1루에 출격해) 죽을 지 살 지 모르는 주자’라고 대답했다.”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부르나이 4개국이 시작한 TPP에 호주·페루, 그리고 미국 등 총 7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와 TPP 나머지 6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를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60% 수준이다. 한국 한나라와의 교역규모가 6개국을 합한 규모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미 FTA는 3루에 있는 주자로 히트(hit) 한방이면 끝난다. 하지만 TPP는 (이제 1루에 출격해) 죽을 지 살 지 모르는 주자’라고 대답했다.”
―가서명까지 마친 한·EU FTA의 정식서명과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언제쯤 발효될 수 있나.
“EU의 공식 언어가 22개다. 지난 3월 29일 EU사무국이 각국 언어로 한·EU FTA 협정문 번역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번역본이 틀린 게 없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한국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탈자가 300개 발견됐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발효엔 문제 없다. 최근 방한한 EU의회 대표단도 올해 비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EU의 공식 언어가 22개다. 지난 3월 29일 EU사무국이 각국 언어로 한·EU FTA 협정문 번역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번역본이 틀린 게 없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한국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탈자가 300개 발견됐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발효엔 문제 없다. 최근 방한한 EU의회 대표단도 올해 비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EU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도 출렁거리고 있다. 한·EU FTA도 영향을 받는 거 아닌가.
“없다. 경제위기가 와서 EU(유럽연합)의 구매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한국 뿐아니라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EU FTA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EU 수출을 늘려 한국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측의 FTA 발효 의지도 강하다. EU에서 최근 천안함 관련한 공개토론장에서 한·EU FTA도 거론됐는데 빨리해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자동차협회 측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없다. 경제위기가 와서 EU(유럽연합)의 구매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한국 뿐아니라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EU FTA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EU 수출을 늘려 한국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EU 측의 FTA 발효 의지도 강하다. EU에서 최근 천안함 관련한 공개토론장에서 한·EU FTA도 거론됐는데 빨리해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자동차협회 측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에서 한국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EU측에서 보호무역주의에 항의하는 서한도 보내 온 것으로 아는데.
“걱정이다.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 어려운 분야를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보호 일변도도 상책이 아니다. 특히 SSM 문제는 EU와 약속의 문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대편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이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분야인데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공세적으로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보호 일변도로 나가면 중·장기적으로 가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보호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걱정이다.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 어려운 분야를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보호 일변도도 상책이 아니다. 특히 SSM 문제는 EU와 약속의 문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대편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이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분야인데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공세적으로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보호 일변도로 나가면 중·장기적으로 가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보호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어느 수준까지 용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재래시장 반경 500m 안에 SSM 규제를 막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적절히 설득하면 EU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것으로 본다. 이전엔 상상을 못한 부분이라 협상의 여지가 있다. 그 부분은 통상교섭본부도 노력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반경 500m 밖의 SSM 설립을 규제하는 상생법은 설득하기가 어렵다. 규제일변도로 가면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일 FTA 최대쟁점은 무엇인가.
“농업이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업 개방도를 60% 이상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농업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일간 교역에서 농업 비중은 2%도 안 돼 무슨 실익이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은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민들의 독특한 국산품 집착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도 못 버티고 철수했을 정도다. FTA를 하려면 한국·일본이 전부 균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농업이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업 개방도를 60% 이상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농업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일간 교역에서 농업 비중은 2%도 안 돼 무슨 실익이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은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민들의 독특한 국산품 집착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도 못 버티고 철수했을 정도다. FTA를 하려면 한국·일본이 전부 균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의 양자 혹은 3국 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에 지어질 완성된 건물은 어떤 모습인가.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맡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세안(ASEAN) 10개국에 비해서는 공동체를 위한 작업에 늦게 착수했다. ASEAN+3(한·중·일)로 만나다가 최근 세 나라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일본·한국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3국간의 경제적 교류의 종착지는 하나의 큰 공동체이다.”
-한·중 FTA 서비스 협상, ‘WTO+?’ 전략 추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석유화학·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범용·저가의 생필품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가 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FTA 체결로 어떤 업종이 유리하게 될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중 FTA 협상이 성사되면 중국의 개방 수준은 한·미, 한·EU FTA보다 조금은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또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면 중국 내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정한 개방 수준보다 좀 더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WTO+?’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중 FTA 서비스 분야 ‘WTO+?’ 전략에서 ‘?’는 무엇인가.
“서비스, 정부 조달,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다. 공정경쟁도 포함된다. 중국은 WTO에서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정부가 조달하는 건설 등의 입찰에서 외국인을 내국인과 차별없이 대우한다면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다른나라와의 협상에서 그것을 허용한 적은 없다.”
―한·중 FTA에서 서비스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주로 관세·상품교역에 포커스가 많이 돼 있지만 중국의 내수시장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따라서 제도의 투명성, 투자에 대한 보호,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등도 중요하다. 관세를 얼마나 내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중국 안에서 ‘사업하기(doing business)’ 좋은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중 FTA 개방수준은 한·미, 한·EU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WTO 규칙 중에 MFN(최혜국대우)이 있다. 이 나라에 관세를 5% 매기면 저 나라에도 5%를 매겨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양자가 합의해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MFN 위반이다. 하지만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4조에 따르면 양자 교역이 10년 안에 90% 이상 자유화되면 MFN 위반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우리 사이의 90% 이상의 교역이 10년 안에 무관세로 자유화 돼야 한다.”
―선진국과의 협상에 준해서 중국을 개방한다는 얘기인가.
“개도국의 경우는 ‘에누리’가 있다. 우리와 인도의 경우도 무관세 품목 비율을 85%로 5%정도 에누리 받았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표주자이고, 한국도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다. 특히 농업 분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공산품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무역 대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한·중 FTA의 개방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준하는 협상을 하되 조금 에누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FTA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농업 분야다. 농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물론 우리에겐 농업이 가장 민감한 분야다. 하지만 중국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민감부분에 대한 협의를 한 뒤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농업을 고려할 생각이다. 하지만 중국에 구매력 있는 엄청난 소비층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 수준이지만 연간 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사람이 5000만명 이상으로 한국 인구보다 많다.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농 농산물이나 우수한 품질의 가공식품 등은 충분히 중국에 많이 팔 수 있다. 수세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부분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중국측도 FTA에 열의를 갖고 있나. 중국은 단지 정치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FTA를 맺으려는 것 아닌가.
“중국과 우리와의 교역은 지난해 1400억달러로 전체(2조5000억불)의 10%가 채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일본·EU 다음으로 많은 교역을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중국도 교역·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대외지향적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멀리 갈 필요없이 가까운 나라와 FTA를 해야 한다면 한국이 좋은 상대가 된다고 본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한·중간에 안보 갈등이 있었는데, FTA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그런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중국 상무부와 주로 만나는데 천안함사태에 대해 그들도 애도를 표한다. 천암함 사태로 (FTA 협상과 관련한) 태도가 바뀌거나 하는 것은 없다.”
-미국 측 자동차분야 추가협상 요구 없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미국 내 의회 비준이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반드시 FTA를 비준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FTA가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에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기업, 언론 등도 지지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간선거가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한·미 FTA 비준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미국 측에서 자동차 재협상 요구가 있었나.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자동차 재협상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추가 요구는 전혀 없었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미국 자동차 노조는 어떤가.
“가만히 있던 사람들 중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 의회에 자유무역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계파들의 모임이 생기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생겼다. 자동차 노조는 따로 만나지는 못했다.”
―오바마는 소수민족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는데, FTA 체결을 위해 교포들이나 유권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나.
“LA·뉴욕 등지에 있는 한국상공회의소(KOCHAM)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엔 ‘모든 정치는 결국 지역구(All politics are local)’라는 말이 있다. 지역구에서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캘리포니아 지역구 의원을 만나 한·미 FTA가 캘리포니아에 무슨 이익이 있는지 따로 얘기도 했다. 50개 주별로 이런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TPP(Trans-Pacific Partnership), 즉 환태평양 파트너십 체결을 중시한다는 말이 들린다.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이 있나.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부르나이 4개국이 시작한 TPP에 호주·페루, 그리고 미국 등 총 7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와 TPP 나머지 6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를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60% 수준이다. 한국 한나라와의 교역규모가 6개국을 합한 규모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미 FTA는 3루에 있는 주자로 히트(hit) 한방이면 끝난다. 하지만 TPP는 (이제 1루에 출격해) 죽을 지 살 지 모르는 주자’라고 대답했다.”
―TPP를 한·미FTA보다 먼저 할 가능성은 없나.
“TPP를 체결하는 데 2년 정도 걸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미국에서 개최 하는데 최근 미국업계가 APEC 정상회의 하기 전까지는 끝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걸릴 것이다.”
-한·EU FTA 연내 발효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EU(유럽연합) FTA가 연내에는 분명히 발효될 것”이라며 “남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한·EU FTA는 한국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경제위기가 와서 EU(유럽연합)의 구매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한국 뿐아니라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한·EU FTA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EU 수출을 늘려 한국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를 담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과 관련, EU가 한국의 보호주의를 문제삼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서명까지 마친 한·EU FTA의 정식서명과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언제쯤 발효될 수 있나.
“EU의 공식 언어가 22개다. 지난 3월 29일 EU사무국이 각국 언어로 한·EU FTA 협정문 번역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번역본이 틀린 게 없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한국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탈자가 300개 발견됐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발효엔 문제 없다. 최근 방한한 EU의회 대표단도 올해 비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EU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도 출렁거리고 있다. 한·EU FTA도 영향을 받는 거 아닌가.
“없다. EU 측의 FTA 발효 의지가 강하다. EU에서 최근 천안함 관련한 공개토론장에서 한·EU FTA도 거론됐는데 빨리해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자동차협회 측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에서 한국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EU측에서 보호무역주의에 항의하는 서한도 보내 온 것으로 아는데.
“걱정이다.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 어려운 분야를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보호 일변도도 상책이 아니다. 특히 SSM 문제는 EU와 약속의 문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대편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이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분야인데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공세적으로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보호 일변도로 나가면 중·장기적으로 가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보호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EU가 한국의 SSM규제 추진과 관련해 최근 항의서한을 보낸 뒤 추가 움직임이 있었나.
“FTA 비준을 안 해주겠다는 협박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EU의회 의원수만 700명이고 또 각 국가별로 국회가 있다. 한국의 SSM 규제 문제를 누가 한명이라도 들고 나와 말썽을 키우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부득이한 사정의 경우 상대가 양해하면 상관없지만, 양해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느 수준까지 용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재래시장 반경 500? 안에 SSM 규제를 막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적절히 설득하면 EU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것으로 본다. 이전엔 상상을 못한 부분이라 협상의 여지가 있다. 그 부분은 통상교섭본부도 노력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반경 500? 밖의 SSM 설립을 규제하는 상생법은 설득하기가 어렵다. 규제일변도로 가면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일 FTA 문제와 관련, “일본측이 의지는 있으나 실질적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에 진행되는 각종 자유무역협정의 최종 목적은 3국의 경제적 통합”이라며 “3국의 역사적 거리감 때문에 정치적 통합은 어렵겠지만 경제가 통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가 속도를 내면서 한·일 FTA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전이 있나?
“지난 2004년 12월에 협상이 중단됐고 6년이 지났다. 사실상 ‘죽은’ 협상안을 다시 살려보자고 나선 셈이다. 일본이 굉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협상은 의지만으로 안된다. 지금도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큰 적자를 보고 있다. 무역 장벽을 거뒀을 때 적자가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갈 지, 균형으로 수렴될 지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한·일 FTA 최대쟁점은 무엇인가.
“농업이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업 개방도를 60% 이상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농업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일간 교역에서 농업 비중은 2%도 안 돼 무슨 실익이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은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민들의 독특한 국산품 집착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도 못 버티고 철수했을 정도다. FTA를 하려면 한국·일본이 전부 균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현재 속도로 봤을 때 한·일 FTA가 한·중 FTA보다 더 빨리 체결될 수도 있겠나.
“교역 자유화는 자유화에 들어가는 지역적 범위가 넓으면 넓을 수록 좋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다자간 무역체계를 만드는 것인데 안되니까 둘이 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간 협상도 다자간 무역체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벽돌쌓기로 봐야한다. 어떤 양자간의 협정도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반하면서 갈 수는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자간 벽돌쌓기에서 어느 벽돌을 먼저 쌓는게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의 양자 혹은 3국 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에 지어질 완성된 건물은 어떤 모습인가.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맡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세안(ASEAN) 10개국에 비해서는 공동체를 위한 작업에 늦게 착수했다. ASEAN+3(한·중·일)로 만나다가 최근 세 나라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일본·한국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3국간의 경제적 교류의 종착지는 하나의 큰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경제적 공동체를 말하는 것인가. 또 3국이 통합을 이뤄 나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무엇인가.
“한·중·일 3국이 저마다 강한 국가주의를 가지고 있어 배타성이 크다. 통합 과정이 잘 돼더라도 영토문제가 툭 튀어나오면 쉽게 등 돌리게 된다. 의미있는 점은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협력 사무국을 내년에 한국에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완전한 경제공동체는 아니더라도 세 나라를 아우르는 무역지대 설립은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지역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경제적 유대강화가 우선적인 과제이다.”
-통상 전문가의 필수덕목은 ‘신뢰’
“정부간의 협상은 장시간을 두고 이뤄진다. 한번 만남으로 협상이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만남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는 협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협상가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일, 한·중, 한·중·일 등 FTA협상 논의가 요즘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탓에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못탈 정도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의 통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오랫동안 통상을 담당해오면서 어떤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다. 전략상 엄살을 부릴 때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엄살이고 저것이 진짜라는 것을 다 안다. 협상 초기 기싸움을 할 때는 상대편이 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필요없는 부분인데도 내놓으라고 한다. 상대가 못 내놓는다고 하면 그때가서 ‘그건 봐줄 게 이건 내놔라’라고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도 있지 않나. 상대편도 그런 전술을 쓴다. 하지만 엔드게임(end game)에 가서는 진솔해야 한다. 상대가 공을 몰고 오는데 골대를 옮겨 놓으면 룰의 위반이다.”
―오토바이 타기가 취미로 알고 있다. 요즘도 자주 타나.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rukinaFaso)에서 3년 정도 근무할 때 차 살 여력이 안돼서 오토바이를 샀다. 처음에는 아내가 시장보는 데 쓰라고 구입한 건데 아내 체구가 작아서 오토바이를 감당하지 못해 내가 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주말 외에는 거의 타질 못한다. 양복 입고 타기가 어려워서다. 다만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차가 너무 막혀 다시 탔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해외 출장이 잦아서 시차 적응의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세어보니까 지난해만 25번 해외출장을 갔다. 한 달에 두번 꼴이다. 서울에 없었던 날이 꼭 100일 이다. 그 중 25일은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체력이 옛날 같지 않다. 바빠서 체력관리도 못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등이 다 주말에 있어 주말에 못 쉰지 벌써 오래됐다.”
―경제협상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이 좀 더 쉽게 보이지 않나.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크다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내수를 좀더 키워야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수출로 국가를 키워온 한국이 무역을 포기할 순 없다. 결국, 무역과 내수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균형의 방향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호(號)’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다보스포럼때 한국의 단시간 성장 노하우에 대한 발표를 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적기에 ‘굴뚝산업’으로 옮겨간 것, 한국부모들의 교육열, 대외지향적인 정부 정책을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향후 성장 방향의 화두도 던졌다. 제조업이 중요하나 지식·녹색·서비스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 교육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고등교육 수요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실용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국내시장을 막아 놓고 수출만 하던 경제체제를 수출입 균형을 맞추는 체제로 바꾸는 것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외교통상부 내에서 정치·안보와 경제가 별도로 움직여도 문제는 없나.
“통상은 경제를 다루지만 정무적인 센스도 있어야 한다. 그 나라 전체의 관계속에서 궁극적으로 통상이 이뤄진다. 다루는 분야가 경제(economic) 이슈인데 트레이드(trade)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론에선 치열하게 경제논리로 접근하지만 결국에는 전반적인 국가의 이익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통상이 갖는 특성이 아닌가 한다.”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맡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세안(ASEAN) 10개국에 비해서는 공동체를 위한 작업에 늦게 착수했다. ASEAN+3(한·중·일)로 만나다가 최근 세 나라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일본·한국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3국간의 경제적 교류의 종착지는 하나의 큰 공동체이다.”
-한·중 FTA 서비스 협상, ‘WTO+?’ 전략 추진
-천안함 사태, 한·중 FTA 등 통상에 영향 없어
-한·중 FTA 개방수준은 한·미, 한·EU 보다 조금 덜 할듯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석유화학·IT(정보기술)·자동차 분야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범용·저가의 생필품은 가격경쟁력면에서 우리가 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FTA 체결로 어떤 업종이 유리하게 될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중 FTA 협상이 성사되면 중국의 개방 수준은 한·미, 한·EU FTA보다 조금은 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본부장은 또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면 중국 내 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정한 개방 수준보다 좀 더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WTO+?’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한·중 FTA 서비스 분야 ‘WTO+?’ 전략에서 ‘?’는 무엇인가.
“서비스, 정부 조달,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다. 공정경쟁도 포함된다. 중국은 WTO에서 정부조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중국이 정부가 조달하는 건설 등의 입찰에서 외국인을 내국인과 차별없이 대우한다면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다른나라와의 협상에서 그것을 허용한 적은 없다.”
―한·중 FTA에서 서비스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
“주로 관세·상품교역에 포커스가 많이 돼 있지만 중국의 내수시장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 기업들도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 따라서 제도의 투명성, 투자에 대한 보호,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등도 중요하다. 관세를 얼마나 내리느냐도 중요하지만 중국 안에서 ‘사업하기(doing business)’ 좋은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중 FTA 개방수준은 한·미, 한·EU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
“WTO 규칙 중에 MFN(최혜국대우)이 있다. 이 나라에 관세를 5% 매기면 저 나라에도 5%를 매겨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는 양자가 합의해서 특혜를 주는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MFN 위반이다. 하지만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4조에 따르면 양자 교역이 10년 안에 90% 이상 자유화되면 MFN 위반이 아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과 우리 사이의 90% 이상의 교역이 10년 안에 무관세로 자유화 돼야 한다.”
―선진국과의 협상에 준해서 중국을 개방한다는 얘기인가.
“개도국의 경우는 ‘에누리’가 있다. 우리와 인도의 경우도 무관세 품목 비율을 85%로 5%정도 에누리 받았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표주자이고, 한국도 공식적으로 개도국이다. 특히 농업 분야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공산품에서 개도국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도 무역 대국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한·중 FTA의 개방 정도를 주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준하는 협상을 하되 조금 에누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과의 FTA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농업 분야다. 농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생각인가.
“물론 우리에겐 농업이 가장 민감한 분야다. 하지만 중국도 민감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민감부분에 대한 협의를 한 뒤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농업을 고려할 생각이다. 하지만 중국에 구매력 있는 엄청난 소비층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 수준이지만 연간 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사람이 5000만명 이상으로 한국 인구보다 많다. 부가가치가 높은 유기농 농산물이나 우수한 품질의 가공식품 등은 충분히 중국에 많이 팔 수 있다. 수세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부분도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
―중국측도 FTA에 열의를 갖고 있나. 중국은 단지 정치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FTA를 맺으려는 것 아닌가.
“중국과 우리와의 교역은 지난해 1400억달러로 전체(2조5000억불)의 10%가 채 안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일본·EU 다음으로 많은 교역을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 입장에서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중국도 교역·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대외지향적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멀리 갈 필요없이 가까운 나라와 FTA를 해야 한다면 한국이 좋은 상대가 된다고 본다.”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한·중간에 안보 갈등이 있었는데, FTA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그런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중국 상무부와 주로 만나는데 천안함사태에 대해 그들도 애도를 표한다. 천암함 사태로 (FTA 협상과 관련한) 태도가 바뀌거나 하는 것은 없다.”
-미국 측 자동차분야 추가협상 요구 없어
-한·미 FTA 추진위해 교포유권자 적극 활용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미국 내 의회 비준이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원 등 관계자들로부터 ‘반드시 FTA를 비준 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11월 중간선거 전에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FTA가 ‘일자리 창출(job creation)’에 중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미국 기업, 언론 등도 지지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중간선거가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한·미 FTA 비준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미국 측에서 자동차 재협상 요구가 있었나.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자동차 재협상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추가 요구는 전혀 없었다.”
―한·미 FTA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미국 자동차 노조는 어떤가.
“가만히 있던 사람들 중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었다. 미국 의회에 자유무역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계파들의 모임이 생기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생겼다. 자동차 노조는 따로 만나지는 못했다.”
―오바마는 소수민족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는데, FTA 체결을 위해 교포들이나 유권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나.
“LA·뉴욕 등지에 있는 한국상공회의소(KOCHAM)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엔 ‘모든 정치는 결국 지역구(All politics are local)’라는 말이 있다. 지역구에서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캘리포니아 지역구 의원을 만나 한·미 FTA가 캘리포니아에 무슨 이익이 있는지 따로 얘기도 했다. 50개 주별로 이런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TPP(Trans-Pacific Partnership), 즉 환태평양 파트너십 체결을 중시한다는 말이 들린다.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이 있나.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부르나이 4개국이 시작한 TPP에 호주·페루, 그리고 미국 등 총 7개국이 참여했다. 하지만 미국와 TPP 나머지 6개 회원국간 교역규모를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이 60% 수준이다. 한국 한나라와의 교역규모가 6개국을 합한 규모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한·미 FTA는 3루에 있는 주자로 히트(hit) 한방이면 끝난다. 하지만 TPP는 (이제 1루에 출격해) 죽을 지 살 지 모르는 주자’라고 대답했다.”
―TPP를 한·미FTA보다 먼저 할 가능성은 없나.
“TPP를 체결하는 데 2년 정도 걸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미국에서 개최 하는데 최근 미국업계가 APEC 정상회의 하기 전까지는 끝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걸릴 것이다.”
-한·EU FTA 연내 발효
-SSM 법개정 신중해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EU(유럽연합) FTA가 연내에는 분명히 발효될 것”이라며 “남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한·EU FTA는 한국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경제위기가 와서 EU(유럽연합)의 구매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한국 뿐아니라 경쟁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한·EU FTA는 결국 한국기업들의 EU 수출을 늘려 한국에게 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기업형수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를 담은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과 관련, EU가 한국의 보호주의를 문제삼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서명까지 마친 한·EU FTA의 정식서명과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언제쯤 발효될 수 있나.
“EU의 공식 언어가 22개다. 지난 3월 29일 EU사무국이 각국 언어로 한·EU FTA 협정문 번역작업을 끝냈다. 현재는 번역본이 틀린 게 없는지 확인 작업 중이다. 한국이 프랑스어 번역본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탈자가 300개 발견됐다.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 발효엔 문제 없다. 최근 방한한 EU의회 대표단도 올해 비준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EU의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제도 출렁거리고 있다. 한·EU FTA도 영향을 받는 거 아닌가.
“없다. EU 측의 FTA 발효 의지가 강하다. EU에서 최근 천안함 관련한 공개토론장에서 한·EU FTA도 거론됐는데 빨리해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의회에 강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자동차협회 측에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국회에서 한국 재래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EU측에서 보호무역주의에 항의하는 서한도 보내 온 것으로 아는데.
“걱정이다.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 어려운 분야를 어느 정도 보호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보호 일변도도 상책이 아니다. 특히 SSM 문제는 EU와 약속의 문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상대편이 어느 정도 양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유통이 서비스에서는 중요한 분야인데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공세적으로 나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보호 일변도로 나가면 중·장기적으로 가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래시장) 보호도 필요하지만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EU가 한국의 SSM규제 추진과 관련해 최근 항의서한을 보낸 뒤 추가 움직임이 있었나.
“FTA 비준을 안 해주겠다는 협박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EU의회 의원수만 700명이고 또 각 국가별로 국회가 있다. 한국의 SSM 규제 문제를 누가 한명이라도 들고 나와 말썽을 키우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부득이한 사정의 경우 상대가 양해하면 상관없지만, 양해를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느 수준까지 용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재래시장 반경 500? 안에 SSM 규제를 막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적절히 설득하면 EU도 어느 정도 알아들을 것으로 본다. 이전엔 상상을 못한 부분이라 협상의 여지가 있다. 그 부분은 통상교섭본부도 노력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 반경 500? 밖의 SSM 설립을 규제하는 상생법은 설득하기가 어렵다. 규제일변도로 가면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중·일 동북아 FTA 최종목표는 ‘경제공동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일 FTA 문제와 관련, “일본측이 의지는 있으나 실질적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에 진행되는 각종 자유무역협정의 최종 목적은 3국의 경제적 통합”이라며 “3국의 역사적 거리감 때문에 정치적 통합은 어렵겠지만 경제가 통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가 속도를 내면서 한·일 FTA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전이 있나?
“지난 2004년 12월에 협상이 중단됐고 6년이 지났다. 사실상 ‘죽은’ 협상안을 다시 살려보자고 나선 셈이다. 일본이 굉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협상은 의지만으로 안된다. 지금도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큰 적자를 보고 있다. 무역 장벽을 거뒀을 때 적자가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갈 지, 균형으로 수렴될 지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한·일 FTA 최대쟁점은 무엇인가.
“농업이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하면서 농업 개방도를 60% 이상 올린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일본도 농업개방도를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다. 한·일간 교역에서 농업 비중은 2%도 안 돼 무슨 실익이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농업개방은 FTA 체결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본은 국민들의 독특한 국산품 집착 등 보이지 않는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도 못 버티고 철수했을 정도다. FTA를 하려면 한국·일본이 전부 균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현재 속도로 봤을 때 한·일 FTA가 한·중 FTA보다 더 빨리 체결될 수도 있겠나.
“교역 자유화는 자유화에 들어가는 지역적 범위가 넓으면 넓을 수록 좋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다자간 무역체계를 만드는 것인데 안되니까 둘이 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간 협상도 다자간 무역체제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벽돌쌓기로 봐야한다. 어떤 양자간의 협정도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반하면서 갈 수는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자간 벽돌쌓기에서 어느 벽돌을 먼저 쌓는게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간의 양자 혹은 3국 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에 지어질 완성된 건물은 어떤 모습인가.
“한·중·일이 아시아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맡은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세안(ASEAN) 10개국에 비해서는 공동체를 위한 작업에 늦게 착수했다. ASEAN+3(한·중·일)로 만나다가 최근 세 나라도 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베이징을 시작으로 일본·한국에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3국간의 경제적 교류의 종착지는 하나의 큰 공동체이다.”
―공동체는 경제적 공동체를 말하는 것인가. 또 3국이 통합을 이뤄 나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무엇인가.
“한·중·일 3국이 저마다 강한 국가주의를 가지고 있어 배타성이 크다. 통합 과정이 잘 돼더라도 영토문제가 툭 튀어나오면 쉽게 등 돌리게 된다. 의미있는 점은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협력 사무국을 내년에 한국에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완전한 경제공동체는 아니더라도 세 나라를 아우르는 무역지대 설립은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지역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경제적 유대강화가 우선적인 과제이다.”
-통상 전문가의 필수덕목은 ‘신뢰’
-요즘 너무 바빠 좋아하는 오토바이도 못 타
-통상은 결국엔 국가의 이익을 염두에 둬야
“정부간의 협상은 장시간을 두고 이뤄진다. 한번 만남으로 협상이 끝나지 않기 때문에 만남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뢰는 협상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7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에서 협상가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일, 한·중, 한·중·일 등 FTA협상 논의가 요즘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탓에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못탈 정도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의 통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오랫동안 통상을 담당해오면서 어떤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어려우면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다. 전략상 엄살을 부릴 때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엄살이고 저것이 진짜라는 것을 다 안다. 협상 초기 기싸움을 할 때는 상대편이 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필요없는 부분인데도 내놓으라고 한다. 상대가 못 내놓는다고 하면 그때가서 ‘그건 봐줄 게 이건 내놔라’라고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도 있지 않나. 상대편도 그런 전술을 쓴다. 하지만 엔드게임(end game)에 가서는 진솔해야 한다. 상대가 공을 몰고 오는데 골대를 옮겨 놓으면 룰의 위반이다.”
―오토바이 타기가 취미로 알고 있다. 요즘도 자주 타나.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BrukinaFaso)에서 3년 정도 근무할 때 차 살 여력이 안돼서 오토바이를 샀다. 처음에는 아내가 시장보는 데 쓰라고 구입한 건데 아내 체구가 작아서 오토바이를 감당하지 못해 내가 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주말 외에는 거의 타질 못한다. 양복 입고 타기가 어려워서다. 다만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차가 너무 막혀 다시 탔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해외 출장이 잦아서 시차 적응의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세어보니까 지난해만 25번 해외출장을 갔다. 한 달에 두번 꼴이다. 서울에 없었던 날이 꼭 100일 이다. 그 중 25일은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체력이 옛날 같지 않다. 바빠서 체력관리도 못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등이 다 주말에 있어 주말에 못 쉰지 벌써 오래됐다.”
―경제협상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이 좀 더 쉽게 보이지 않나.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크다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내수를 좀더 키워야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수출로 국가를 키워온 한국이 무역을 포기할 순 없다. 결국, 무역과 내수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균형의 방향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호(號)’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다보스포럼때 한국의 단시간 성장 노하우에 대한 발표를 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적기에 ‘굴뚝산업’으로 옮겨간 것, 한국부모들의 교육열, 대외지향적인 정부 정책을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향후 성장 방향의 화두도 던졌다. 제조업이 중요하나 지식·녹색·서비스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 교육이 중요하지만 지나친 고등교육 수요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실용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국내시장을 막아 놓고 수출만 하던 경제체제를 수출입 균형을 맞추는 체제로 바꾸는 것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외교통상부 내에서 정치·안보와 경제가 별도로 움직여도 문제는 없나.
“통상은 경제를 다루지만 정무적인 센스도 있어야 한다. 그 나라 전체의 관계속에서 궁극적으로 통상이 이뤄진다. 다루는 분야가 경제(economic) 이슈인데 트레이드(trade)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론에선 치열하게 경제논리로 접근하지만 결국에는 전반적인 국가의 이익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통상이 갖는 특성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