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환경/책]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


저자

폴 D. 블랭크 지음 | 박정숙 옮김


출판

에코리브르 펴냄 | 2010.06.15 발간


목차



약어
감사의 글
서문

1 기억에서 사라진 ‘현대’ 위험의 역사
2 연기 그림자: 규제를 피하는 방법
3 좋은 접착제, 더 좋은 접착제, 초강력 접착제
4 초록빛 바다 밑: 밀려오는 염소의 파도
5 일터에서 미쳐가다: 이황화탄소 중독
6 직업 열: 먼지와 증기 흡입
7 신흥 독성물질

결론

찾아보기


저자소개



저자 폴 D. 블랭크 PAUL D. BLANC
의학박사 폴 D. 블랭크는 1988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학 교수이자 산업의학 석좌 교수로 있었으며 현재 산업의학 분과를 이끌고 있다. 캘리포니아 독성 제어 시스템의 샌프란시스코 지부에서 내과, 직업병 의학, 독성학 분야의 준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고다드 대학 시절에 건강과 환경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서 수학했다. 독성 노출과 질병을 주제로 한 학술 서적을 저술해왔다.

역자 박정숙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와힐리어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부설 사회교육원 영한번역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워커홀리즘≫ ≪비밀스런 삶의 해부≫ ≪진보의 역설≫ ≪미래의 소비자들≫ ≪측정할 수 없는 이익≫ ≪나를 세일즈하라≫ ≪설득의 법칙≫ ≪오키나와 프로그램≫ 등이 있다.


출판사 서평



끝없이 진화하는 직업병과 환경병
소리 없이 다가와 건강을 위협하는 독성물질


대개 의학과 관련된 문제들과는 달리 산업재해나 산업 질병, 환경오염 사건은 가해자와 관련되어 있다. 이것은 결코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의학은 늘 이들을 새로운 질병 목록에 올리지만, 이에 대한 예방은 노골적으로 지연되곤 한다. 이 반복되는 역사는 우리에게 환경과 산업 질병을 의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을 남기거나, 이런 질병들이 특정 직업에만 국한되는 ‘남의 일’이라는 안도감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 직업과 환경이 주는 위험에 절대적인 경계란 없으며 위험 물질을 재료로 한 생산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산업의학 전문의인 지은이는 과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학과 영화와 노래 등 대중문화, 그리고 산업 부문과 정부 대응까지 철저한 자료를 통해 폭넓게 사유하면서 생활용품과 독성물질의 문제를 파고든다.

생활용품,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지은이 폴 D. 블랭크가 ≪생활용품이 우리를 어떻게 병들게 하나≫를 집필한 이유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이지만 누구도 섣불리 꺼내지 않는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떤 면에서 생수와 생수병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식수가 사고파는 상품이 되면서 생기는 갖가지 기본권 문제는 차치한다 해도, 페트병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이 발생되며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이 병들고 있는지, 그리고 무수히 쓰레기로 버려지는 병 조각들이 해양을 오염시키는지를 고려한다면 이 역시 쉽게 묻어둘 수 없는 문제다.
접착제나 레이온 천, 놋쇠 손잡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엄밀히 따져보면 기술 발전이라는 공통된 연결고리가 있다. 이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유사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되풀이된다.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은, 새롭게 위험 요소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질병과 상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하는 일이 자주 반복해서 방해를 받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반복되는 역사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고서는 지금껏 관례적으로 해오던 규제를 개혁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환경 수정주의는 우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다. 새로운 환경 질병이 발견 혹은 발명되었을 때 수정주의는 곧잘 그 정체를 폭로하고 나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환경과 관련한 상해와 질병에 관한 기록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 대부분은 공장폐수로 인한 오염에 집중되어 있는데, 수정주의가 내놓은 연대표에 따르다 보면 그 내용이 의도적으로 훼손됨으로써 곧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쯤으로 규정된다. 이로써 사람들은 때로 그 위협이 사라졌다고 착각하게 되지만, 사실상 그로 인한 질병들은 수질오염, 대기오염, 석면증, 속목굴 증후군, 새집 증후군, 업무 탈진 등 새로운 모습,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해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사를 근거로 현재의 문제를 관통한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들이 우리를 위협하는가
직업병과 환경 질병이 주기적으로 재발견되었다가 기억에서 다시 지워지는 과정은 마치 퀴블러로스의 죽음 4단계(부정→ 분노→ 타협→ 수용)처럼 흘러간다. 이때 흔히 쓰이는 방법은 과학 정보가 과장되었다고 규정하기, 희생자를 비난하면서 비용 거론하기,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지하기 따위가 있다. 이런 술책으로 인해 규제는 초보 수준의 장치를 마련하는 수준에서 머물게 된다.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들을 몇 가지만 들어보면, 고무풀 접착제에 쓰이는 중합체인 라텍스, 도료에 함유된 2-나이트로프로페인, 19세기 중반 염료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등장한 벤젠, 산업용 플라스틱인 나이트로셀룰로스, 19세기 후반에 합성된 용매 사염화에틸, 화학 단위체인 뷰타다이엔, 인조 고무 네오프렌, 항공기 생산에 적합한 중합체로 개발된 폴리염화비닐(PVC), 신경병을 유발하는 헥산 등이 있다. 특히 벤젠은 40년이 넘도록 백혈병과의 연관성이 확실하다는 점이 드러났는데도 1945년경 합성 고무풀의 용매로 선택되었으며 이후 여러 사례를 통해 발암물질이라는 증거가 속출하는 가운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염소, 더러움과 치르는 화학전의 강력한 무기… 표백 욕구가 부르는 질병
여러 물질 가운데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은 염소 산업이다. 19세기에 표백을 위해 개발된 염소 가스는 한때 폐병 치료에까지 쓰였는데, 허파 통로로 격렬한 자극을 일으키고 열병과 기침 발작, 천식, 결핵을 일으킨다. 염소 가스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공기보다 무거워 운송이 특히 편리하기 때문에 1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로 등장했고, 크라프트법으로 처리하는 목재 펄프 종이를 표백하는 데 이용된다. 염소에 노출되면 전쟁용 독가스에 공격당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이것을 반응성 기도 장애 증후군(RADS)이라고 부른다. 펄프 종이 공장을 비롯해 염소를 취급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염소 혹은 이산화염소에 노출되며, 이는 가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첫 사례는 터키에서 일어났다. 자극성 가스가 세탁력을 높인다는 믿음 때문에 주부들이 하이포아염소산염 표백제와 염산을 혼합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세정제는 염산이 주원료이며 여기에 염소계 표백제를 섞어 쓰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또한 에어로졸 스프레이가 시판되면서 결합 반응을 거치는 염소 가스를 만들지 않고도 미세한 하이포아염소산염 분무를 생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가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플루오르 가스를 만들게 된다. 암모니아를 포함한 제품과 표백제를 결합해도 클로라민 화합물이 생성된다. 클로라민 노출 사고는 염소 소독을 심하게 한 수영장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며 염소 표백은 대수층까지 스며들어 하수를 오염시킨다. 수돗물 염소 처리는 염소가 소독되는 과정에서 파이프라인을 통과해 물속에 발암 가능 물질을 포함한 화학 부산물을 생성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라벨을 자세하게 붙이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세제 성분을 제한하는 편이 낫다. 지은이는 아주 작은 표백제 물방울이 공중에 뜬 형태로 방출되는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전면 금지해야 하며 소비자의 염소 사용이 대량 마케팅에 따라 추진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자, 노동하는 우리, 거주하는 우리의 문제
이 책은 생활용품 소비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처우 개선과 관련한 노동 운동의 역사에도 시선을 던진다. 디메틸포름아미드(DMF)는 주로 끈끈한 코팅제에 포함되는 산업용 용매로, 간 손상에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몇 주 동안 작업장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화학적인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어도 레이온 산업은 여전히 성장할 만한 여지가 남아 있었다. 특히 아시아에서 그랬다. 레이온 산업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에서 크게 확대되었고, 일본은 이 산업을(중고 장비를 포함해서) 다시 1960년대 한국에 수출했다. 이후 한국 또한 이황화탄소 중독이라는 유행병을 경험해야 했다.
– 본문 5장 ‘일터에서 미쳐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레이온 제조 붐에 동참하면서 이황화탄소 중독 환자도 함께 넘쳐났고, 정부에서 이황화탄소 중독 전문 병원까지 마련할 정도였다. 1999년에는 무려 800명이 치료를 받았다. 노동자와 유해물질의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에 등록된 한국 거주 외국인 근로자는 47만여 명이며(2009년 3월 기준) 매년 100여 명이 직업병에 시달린다. 2006년에는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가 디메틸포름아미드(DMF) 중독으로 사망했고, 2008년에는 3명이 디메틸포름아미드(DMF)에 중독되는 등 직업병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이런 질병이 반드시 이런 산업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접착제만큼 일상적인 물건도 없을 것이다. 접착제는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다. 밀가루 반죽처럼 무해하고 평범할 수도 있지만 실링재처럼 복잡하고 전문적이면서 유해성이 높을 수도 있다. 1985년 미국에서는 32세 회계사가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는 취미 때문에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순간접착제에 노출되어 천식에 걸렸다. 산업 제조나 건설 분야에서 규모가 달라질 수 있지만,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건 손수 가구를 만들건 접착제와 관련된 근본 개념은 마찬가지다. 나이키(Nike) 공동 창립자로 유명한 빌 보워먼은 신발 원형을 개발하기 위해 집에서 작은 방에 틀어박혀 일하는 동안 헥산이 들어간 접착제의 희생자가 되었다. 크롬화 구리 비산염(CCA)으로 방부 처리한 놀이 기구는 어린이 뇌 속 신경계를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비소가 발암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리는 법률 제정자와 규제 기관에 새로운 이익을 주는 원천에 숨겨진 비용이 얼마인지 스스로 따져 물어야 한다. 나태와 무관심을 배경으로 느슨한 소비자 보호, 독성물질 오염, 열악한 노동환경을 변명하는 사람들은 이와 관련된 퇴보가 제3세계에서는 산업 성장과 경제 이익 측면에서 상대적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이런 주장은 공허할 따름이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