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환경수첩’은 알고 있다 | |
<한겨레21>삼성 반도체 공장 환경수첩 입수 기흥공장 발암물질만 6종 위험물질 40여종 사용 기사등록 : 2010-05-17 오전 09:03:14 기사수정 : 2010-05-17 오후 01:02:0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1088.html | |
허재현 기자 김도성 피디 | |
|
분석 결과, 반도체 공장에선 트리클로로에틸렌, 시너, 감광액, 디메틸아세트아미드, 아르신(AsH₃), 황산(H₂SO₄) 등 6종의 발암성 물질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정·식각’ 공정에서 쓰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은 백혈병, 비호지킨 림프종, 유방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역시 세정·식각 공정에서 쓰인 디메틸아세트아미드도 발암성 물질로, 불임·유산 등을 유발한다. 세정 작업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에서 일한 뒤 2007년 3월 급성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23)씨가 맡았던 일이다.
‘사진’ 공정에 사용되는 감광액에는 발암성 물질인 중크롬산염과 벤젠이 포함된다. 중크롬산염은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일으키고, 천식을 유발한다. 벤젠은 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 발암물질이다.
이밖에 하이드로퀴논과 메탄올 등 생리불순이나 불임, 불면, 착란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성 물질 40여종도 환경수첩을 통해 확인됐다.
지금까지 삼성 반도체 공장과 엘시디(LCD) 공장 등에서 일하다 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렸다며 인권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도움을 요청한 이들은 47명에 이른다. 공유정옥 산업전문의는 “가족 병력이 없고 건강하던 젊은이들이 암에 걸렸는데, 이들이 일하던 공장에서 이처럼 여러 가지 발암성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업무상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리클로로에틸렌은 과거 온양사업장에서 사용한 바 있지만 95년 대체물질을 개발한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고, 디메틸아세트아미드도 현재 사용하는 물질이 아니다”라며 “트리클로로에틸렌을 뺀 나머지 5종의 화학물질은 국내 기준으로는 발암물질이나 사용금지 물질이 아니지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 쪽은 이어 “반도체 생산 현장에는 화학물질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2중, 3중으로 시설돼 있어, 작업자에게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그만둔 김아무개씨는 “화학물질이 누출되면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데, 경보음이 울리지 않고 엔지니어들끼리만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흥공장에서 10년 이상 일한 또다른 엔지니어도 “생산량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전장치(인터록)를 해제하고 일한 적이 많았고, 유기용제와 가스 누출사고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지선 <한겨레21> 기자 sun21@hani.co.kr,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