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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감시/삼성] “이건희.이부진이 ‘용산’ 책임져라”…코레일은 왜?


  • “이건희.이부진이 ‘용산’ 책임져라”…코레일은 왜?

  • 흔들리는 용산역세권개발, 이부진 경영참여한 삼성물산의 수읽기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출처 :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 2010-08-20 12:28:13

  • 최종업데이트 : 2010-08-20 15:46:46
  • http://www.vop.co.kr/2010/08/20/A00000313608.html

    뉴시스

    19일 오전 광화문빌딩에서 코레일이 용산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물산경영진에서는 아무도 결정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 코레일의 판단입니다. 이건희 회장이나 장녀 이부진 씨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땅값만 8조원. 투자금액 30조원. 예상수익 60조원.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 댔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땅주인인 코레일과 건설투자사들을 대표하고 있는 삼성물산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급기야 ‘성역’(?)으로 치부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씨의 이름까지 공식석상에서 거론됐다.

    19일 코레일 김홍성 대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물산이 땅값과 이자를 제대로 내고 있지 않으니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던지, 아니면 사업에서 빠지라면서 이건희 회장과 이부진 씨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코레일 측은 또 허준영 사장 명의에 공문과 사신을 두 차례 이건희 회장 앞으로 보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당초 지난 2007년 코레일이 KTX 건설 등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를 떨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의 시행자는 17개 건설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

    삼성의 드림허브 지분은 6.4%에 불과했지만 건설사들의 지분 24.9%를 대표하고 있었고 10명의 이사 중 3명이 삼성 쪽 인사다. 또 인허가.분양 등의 핵심업무를 맡는 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삼성 지분은 45%에 달해 사실상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007년 계약 당시 삼성물산은 땅값으로 코레일이 제시한 가격보다 2조 2천억 원이나 많은 8조 원을 제시했는데, 삼성은 일단 개발이 완료되면 코레일 소유인 땅값 비용 8조원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시행자인 드림허브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강북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고 이곳에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려 한 것이 아마 땅값을 비싸게 써놓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정점을 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자 부동산 열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은행 돈을 빌려 자금을 충당하는 게 불가능 해진 상황에서 삼성 등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들은 토지대금 8조원 가운데 지난해까지 1조5천억원 가량을 지불하고서 4회로 나눠서 내기로 한 계약금 중 4차분 3175억원과 2차 토지매매 중도금 3835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삼성이 빠지던가 아니면 돈을 제대로 내라고 요구하게 된 것.


    코레일=뉴시스

    용산 역세권 개발 조감도ⓒ 코레일=뉴시스



    그런데 코레일이 이처럼 삼성물산 경영진이 아닌 지분을 1.4%밖에 보유하지 않은 이건희 회장과, 지분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이부진 씨까지 거론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삼성 계열사니까 당연히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추정이지만, 단순히 이 뿐 아니라 삼성물산은 삼성의 후계구도에서도 미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는 앞서 밝힌 이건희 회장의 지분 1.4%를 포함해 삼성 쪽(삼성SDI 7.3%, 삼성생명 4.8% 등)의 직접적인 지분이 15%도 안된다. 다른 삼성 계열사에 비해 총수와 계열사들의 지분율이 낮아 독립회사로 분리시키기 용이한 구조라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삼성물산은 삼성석유화학(27%), 삼성종합화학(38%), 삼성SDS(18%), 제일기획(12%)의 대주주이며 삼성전자(4.0%), 삼성카드(2.4%)의 지분도 갖고 있다. 즉, 삼성전자나 카드 지분을 정리할 경우 건설.석유화학 기업으로의 분리가 비교적 쉽다는 것.

    실제 지난해 말부터 증권가에서는 종합상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구성된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을 분리해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회사인 삼성에버랜드 등과 함께 건설 계열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께 이건희 회장의 딸 이부진 씨가 삼성물산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런 추측은 더 힘을 얻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에 가려 있던 이부진 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신라호텔 전무 직위만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9월에는 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 자리까지 꿰찼다. 실제 이부진 씨가 에버랜드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3~4월 께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초에는 에버랜드를 지난해 1조 8천억 매출에서 10년 뒤 8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그룹=뉴시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0′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일가. 왼쪽부터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 이건희 전 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뒤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홍라희 여사도 보인다ⓒ 삼성그룹=뉴시스


    지난해 에버랜드에 이어 이부진 씨는 올해 4월부터 시작된 삼성물산에 대한 컨설팅사들의 경영진단 이후 삼성물산의 주요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측은 “오너 가족의 일원으로 경영수업 차원에서 일부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확인해 주기도 했다. 이부진 씨가 본격적으로 삼성물산 경영에 참여한 시점에 이뤄진 세계적인 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경영진단에서 용산 역세권 사업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은 영업이익률이 2.6%에 그쳤는데, 국내에서는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건설이, 해외에서는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부르즈 두바이)로 대표되는 초고층 빌딩 건축의 수익성이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최악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님 딸’ 이부진 씨가 경영의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이상 삼성물산은 올해부터는 뭔가 실력을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오빠 이재용 씨가 전자와 금융을 맡고 자신이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을 가져가려면 이건희 회장에게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

    결국 또다시 부동산 경기침체로 큰 수익을 얻지도 못할 삼성물산의 용산 개발사업을 이대로 끌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물산 측은 일단 19일 코레일의 기자회견에 대해 불쾌해 하면서도 사업을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코레일의 제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의 주장대로 해답은 삼성물산의 공식 경영진이 아닌 지분 1.4%를 가진 이건희 회장이나 ‘경영수업’ 중이라는 이부진 씨가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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