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돼지독감] 2009년 발생한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정책적 대응 평가

1     2009년 발생한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정책적 대응 평가 /최원석 ;김우주 ;정희진    2010    豫防醫學會誌. 제43권 제2호 (2010년 3월), pp.105-108    대한예방의학회   

http://kspm.richis.org/bbs/bbsView.php?id=17&code=bbs_dn&bbs_id=3 (대한예방의학회지)

*  환자와 사망자 발생에 대한 언론의 경주식 보도와 정부의 정보전달 노력 부족으로 국민들이 실제보다 과도한 공포심에 시달렸다고 평가

* 의료기관 및 대응기관의 업무를 필요 이상으로 가중시키는 결과 초래

* 신종플루 발생 초기인 지난해 4∼7월 사이 정부의 ‘전파차단 조치’는 비교적 우수했으나 상황이 악화된 7월 말 이후의 ‘피해최소화 조치’는 위해-정보소통 정책 등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평가

* 신종플루 백신의 불확실한 확보량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도 이러한 공포를 가중시켰다고 평가

* 단체접종률보다 개별접종률이 낮아진 것은 부적절한 정보에 따른 과도한 불안감과 불신이 미친 결과로 이 역시 정부의 위해-정보소통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

* 이전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역사를 돌아볼 때 신종플루 재유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

* 변종이나 내성 획득 바이러스의 유행 가능성도 있는 만큼 보건수칙을 준수하고 위해-정보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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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유행 신종인플루엔자 A (H1N1)의 역학, 임상 소견 및 치료 /김우주    2009    대한내과학회지. 제77권 제2호 통권 제588호 (2009년 8월), pp.157-164    대한내과학회   

 3     신종플루 대유행 예견 김우주 교수 “2006년 정부 문건엔 5만5000여명 사망 추계” :”임상시험 결과 따라 연내 백신공급량 급감할 수도…” <인터뷰> /김우주 ;최영철    2009    주간동아. 통권703호 (2009-09-15), pp.50-52    동아일보사    
       
 4     “허둥지둥하다 피해 늘어… 더 센 놈 오면 크게 당할라”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 출간 김우주 교수의 ‘정부 지침 없이도 대유행에서 살아남는 법’ /김수영    2009    주간동아. 통권715호 (2009-12-15), pp.68-69    동아일보사  
  
 5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의 진단과 치료 /위성헌 ;김우주    2009    가정의학회지. 제30권 제11호 통권 제343호 (2009. 11), pp.843-847    대한가정의학회    
     
 6     신종인플루엔자 A (H1N1) 대유행의 전망과 대책 /김우주    2009    대한내과학회지. 제77권 제2호 통권 제588호 (2009년 8월), pp.139-142    대한내과학회    

 7     섬뜩한 SI(돼지 인플루엔자) 공포, 숨죽인 인류 :조류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신종 … 인간 면역성 없어 일파만파 충격 /김우주    2009    주간동아. 통권685호 (2009-05-12), pp.58-60    

 8   국내 응급의료센터의 생물학적 재난에 대한 준비현황 /박태진 ;김우주 ;윤재철 ;오범진 ;임경수 ;이부수 ;임태호 ;이재백 ;홍은석    2008    대한응급의학회지. 제19권 제3호 통권69호 (2008년 6월), pp.263-272    대한응급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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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섬뜩한 SI(돼지 인플루엔자) 공포, 숨죽인 인류
조류 바이러스보다 강력한 신종 … 인간 면역성 없어 일파만파 충격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구로병원 감염내과 wjkim@korea.ac.kr








 주간동아: 2009.05.12 685호(p58~60)
 









4월26일 인천 국제공항에서 열적외선 감시카메라로 입국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멕시코발 SI로 각국 보건당국의 검역 활동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월29일(현지시간)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SI)의 전염병 경보 수준을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했다. 5단계는 한 대륙 내 2개 이상의 국가에서 지역사회의 유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6단계인 대유행(pandemic)에 임박했음을 나타낸다. 각국 정부 역시 여러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4월30일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보건부)는 그동안 질병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중앙방역대책본부를 보건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 SI대책본부’로 격상하고 24시간 비상방역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4월부터 북미에서 출현한 신종 SI. 그 실체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진행 방향과 속도는 어떨까.
 

1~2주 170명 사망 강력한 전파력


사람에게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A형과 B형이 있다. 돌연변이가 잦아 대유행 질환으로 번지는 것은 A형 바이러스다. SI도 A형 인플루엔자, 특히 신종 H1N1 아형(亞形)에 속한다. 구형(求形)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육안이나 일반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고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야 보일 정도로 작다(그림 참조). 바이러스 표면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것이 단백질 H(hemagglutinin)와 N(neuraminidase)인데 각각 16가지(H1~H16), 9가지(N1~N9) 종류인 이들이 조합을 이루면서 다양한 아형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1997년 홍콩에서 처음으로 인체 감염을 일으킨 조류 인플루엔자의 원인은 H5N1이었다.
H1N1 아형인 SI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는 계절 인플루엔자(일반 독감) H1N1과 같지만 유전자의 유래가 달라 신종 인플루엔자로 간주된다. 계절 인플루엔자 H1N1의 유전자는 사람에게서 생기는 반면, SI는 돼지나 조류 및 사람 유래 바이러스 유전자가 섞인 하이브리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세계로 번지는 SI 공포

SI의 가장 큰 특징은 인류 대부분에게 면역성이 없어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태학적으로도 돼지는 인플루엔자의 자연계 보고(寶庫)인 조류와 접촉 가능성이 높다. 또 가축이라 사람과의 접촉도 빈번하다.
오랫동안 과학자,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돼지를 중간 숙주로 해 출현하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원인이 되리라고 예측해왔다. 돼지가 사람, 조류, 돼지에게서 나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으며, 서로 유래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유전자 재편성을 거쳐 신종 바이러스로 재탄생하는 ‘혼합용기(mixing vessel)’ 노릇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세기에 발생한 1918년 스페인 대유행, 1957년 아시아 대유행, 1968년 홍콩 대유행 가운데 아시아 대유행과 홍콩 대유행은 돼지 체내에서 조류와 사람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편성돼 탄생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경기 안양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진단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멕시코산 돼지고기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H5N1 조류 인플루엔자가 돼지 같은 중간 숙주를 거치지 않고 직접 사람에게 감염됨으로써 이와 같은 예측이 빗나가는 듯했다. 이에 따라 WHO도 조류 인플루엔자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지난 10여 년간 대유행 백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왔다가 이번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지난 10년 동안 사람 간 감염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뚫지 못한 반면, SI는 한두 주 만에 2000여 명의 감염자와 170여 명의 사망자를 유발했다. 사람 간 강력한 전파력이 순식간에 대유행을 빚은 것이다. 돼지의 인플루엔자 감염 증상은 사람에게 발병하는 인플루엔자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1~3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기침, 콧물, 재채기,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무력증, 호흡 곤란, 결막염, 자연유산 등을 일으키는 것.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H5N1 조류 인플루엔자는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나타내는 데 반해 SI의 치사율은 1~3%에 그치며, 대부분의 돼지는 발병 5~7일째에 회복된다. 일부 돼지에서는 중증 바이러스 폐렴이 발생해 폐사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SI 감염은 사람 간 전파가 없는 산발적 발생으로 끝나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5년까지 미국 19명, 체코슬로바키아 6명, 네덜란드 4명, 러시아 3명, 스위스 3명, 캐나다 1명, 홍콩 1명 등 3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61%는 돼지와 접촉한 경험이 있었다. 전체 사망률은 17%. 이번 멕시코발(發) SI의 공포는 4월17일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 어린이에게서 신종 SI가 발견됐다고 판단하면서부터 급물살을 탔다. 4월24일 미국 정부는 A형 H1N1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감염 사례를 공표했고, 멕시코에서는 854명의 의심환자와 59명의 사망자를 발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4월25일 WHO는 긴급회의 후 SI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제적인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선포했다. 또 4월27일 미국 국토안보부장관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우리나라도 국가재난단계 4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관심’에서 2단계 ‘주의’로 조정함으로써 대응 수준을 높였다. 4월30일 현재 SI 감염이 확인되거나 의심 또는 추정되는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4대륙 30여 개국이다. SI의 원발 지역인 멕시코의 감염 의심 사례는 2500여 명, 사망자는 176명으로 희생자가 시시각각 늘고 있다. 4월29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생후 23개월 된 유아가 SI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사망 사례로 기록됐다. 한편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동물에게서는 현재 유행 중인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견된 바 없다면서 관례대로 발병지의 이름을 본떠 ‘북미 인플루엔자’라고 부를 것을 촉구했다.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으로 돼지고기 수출과 소비가 급감하는 등 양돈농가의 피해를 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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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피해규모 국가간 빈익빈 부익부

사람에게 일어나는 SI 감염 증상은 일반적인 계절 인플루엔자와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환자와 접촉한 후 1~3일의 잠복기(최대 7일)를 거쳐 발열, 콧물, 코막힘, 인후통과 기침 같은 급성호흡기 질환의 양상을 나타내며 오심, 구토, 설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영유아와 노인에게 쉽게 발병하는 계절 인플루엔자와 달리 젊고 건강한 성인의 발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SI는 계절 인플루엔자보다 임상 증상이 심한 편이지만, H5N1 조류 인플루엔자보다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나 사망률이 상당히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표 참조).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한 수의사가 경기 광주시 삼동 냉동창고에 보관된 멕시코산 돼지고기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발생 초기인 현재 SI 대유행의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1918~19년 발생한 스페인 대유행(최소 5000만명 사망)과 비교하기에는 현재의 의료 수준, 항바이러스제 사용 가능성, 공중보건 대응 수준, 일반인의 위생 및 영양 수준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에 당시보다 피해가 많이 적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반면 항공여행의 보편으로 국가 간 전파 가능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점, 인구의 90%가 도시 주변에 밀집해 있어 감염 확산이 용이하다는 점, 상대적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층과 만성병 환자 비율이 높다는 점 등은 비관적인 예측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페인 대유행의 경우, 봄의 첫 유행파(1파)는 비교적 약하게 시작됐지만 가을과 겨울에 다시 발생한 제2, 3의 유행파는 병독성이 극심했다. 이번에도 유행의 1파보다 2파의 정도가 심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만일 SI 백신이 순조로이 개발, 생산돼 2차 유행파 이전에 대량 접종이 가능해진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SI 백신을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처럼 매년 접종함으로써 예방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예방·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각국의 경제력에 따라 그 혜택 또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적 대유행’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생물학적 대유행과 맞물리면서 존망의 기로에 서는 국가가 나올 수도 있다. 각국의 슬기로운 대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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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허둥지둥하다 피해 늘어… 더 센 놈 오면 크게 당할라”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 출간 김우주 교수의 ‘정부 지침 없이도 대유행에서 살아남는 법’




김수영 자유기고가 futark@daum.net








 주간동아: 2009.12.15 715호(p68~69)
 









날씨가 서늘해진 지난 10월 이후 대한민국엔 무시무시한 ‘블록버스터’ 한 편이 상영되고 있다. 제목은 ‘죽음을 부르는 바이러스의 대공습’쯤 될 것이다. 2009년 5월 신종 인플루엔자 A(H1N1)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6개월, 8월15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3개월 만에 사망자가 100명을 돌파했다.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정부와 의료계, 학계, 언론은 왜 각기 다른 소리를 낸 것일까. ‘신종플루 해결사’로 잘 알려진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은 책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를 최근 펴냈다. 그는 정부의 신종플루 대비에 직간접으로 간여하며 신종플루 백신 임상을 이끌기도 했다. 그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이유 중 하나는 2004년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의 귀환을 예고했을 뿐 아니라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여러 대책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책을 낸 이유는 관료도 의사도 국민도 신종플루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비단 신종플루뿐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신종 및 변종플루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또 다른 배경이 됐다. ‘정부, 의사, 기자, 국민 모두 다급한 나머지 균형 잡힌 시각을 잃어버렸고, 전문가들의 조언조차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짜깁기하다 보니 의학적 데이터에 입각한 객관적 시선을 잃어버린 채 소통됐다’는 게 그의 생각.
 

“정부 대응, 순서와 타이밍이 잘못됐다”


그의 말대로 항바이러스제 비축, 백신 준비, 팬데믹(신종플루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한 의료진 교육,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책이 제대로 마련됐다면 이렇게 북새통을 떨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의 책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는 의사의 시각에서 본 바이러스 정책, 사망자 사례 분석,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괴담, 앞으로 다가올 신종 바이러스 대책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정부 정책의 부재로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죽었고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신종플루 괴담에 이어 백신 괴담이 돌았으며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휴교령 시기를 놓쳤고 △의료 종사자들은 경험 부재로 진단과 치료에 자신이 없었고 △ 그 결과 국민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는 ‘선방(善防)을 하고 있다’고 정부와 의료계를 평가했다. 미국은 백신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고, 항바이러스제도 백신도 없는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자 변종플루가 나타났다는 괴담을 정부가 앞장서서 유포하는 실정이라는 것. 그는 “정부가 신종플루 출현에 대비해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고 의료진과 국민을 제대로 교육했다면 피해를 지금보다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정부의 대응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순서와 타이밍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발표가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것. 혼란의 첫 번째 요인은 질병관리본부가 타미플루 처방 지침을 수차례 바꿨다는 것. 첫 번째 사망자와 두 번째 사망자의 경우 정부의 ‘엄격한 지침’(오남용 처방 의사 3진 아웃제 등) 때문에 제때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부 비축분이 인구의 2%에 불과했으니 이런 ‘엄격한 지침’이 잘못됐다고 비난하긴 어렵다. 이후 타미플루 처방 속도가 점차 빨라지긴 했지만 열 번째 사망자까지 평균 4~5일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사망자 사례를 보면 첫 번째 사망자는 발병 5일째에 사망했지만 아예 투약이 이뤄지지 못했고 두 번째는 발병 7일째, 세 번째, 네 번째 사망자는 병원을 찾은 지 3~4일 만에 투약이 이뤄졌다.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얘기. 더욱이 첫 번째 사망자는 누가 봐도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은 환자였다. 동남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열이 나 바로 보건소에 갔지만 단순 열병 취급을 받았다. 그 후 정형외과에 갔지만 감기약만 처방받았다. 5일째 되던 날 상태가 악화돼 대학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저산소증으로 쇼크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김 교수는 우선 신종플루에 대한 의사 교육의 부실을 들었다. 다음은 타미플루에 대한 의사들의 생경한 인식. 타미플루는 신종플루뿐 아니라 계절플루에도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항바이러스제인데, 일본에선 너무 흔하게 처방해 문제가 된 반면 우리 개업의는 써본 적이 거의 없는 생소한 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첫 사망자 발생 당시 보건소에는 이 약이 비치되지도 않았다. 그때까지 타미플루 처방 규정은 외국에서 들어온 자, 65세 이상 노인, 임신부, 만성질환자로 37.8℃ 이상의 고열 환자 등이었다. 첫 사망자는 외국을 갔다 왔기에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지만 열이 37.7℃로 규정보다 0.1℃ 모자랐다. 만약 그가 보건소를 방문한 첫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8월15일 첫 번째 사망자와 16일 두 번째 사망자 모두 타미플루 처방이 늦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8월22일과 9월1일 질병관리본부는 타미플루 처방 규정을 다시 수정했다. ‘열이 나면 적극적으로 타미플루를 처방하라’고 권장한 것. 그러나 의사들은 여전히 처방을 망설였다. ‘열이 지속될 때는 투여할 수 있다’는 등 지침의 문구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타미플루 처방이 적절치 못할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삭감한다는 단서조항도 달려 있었다. 뒤에 가서 정부는 ‘타미플루의 경우 남용 여부를 심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지만 개원가의 타미플루 처방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건강한 환자 사망원인은 ‘사이토카인 스톰’ 항바이러스제가 늦게 투약된 것을 안 국민은 ‘확진 노이로제’에 시달렸다. 확진을 받아야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8월16일 이후 거점 병원에 의심환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 바람에 확진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5일 이상 걸려 검사는 한때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두 번째 혼란 요인으로 김 교수는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과 의사의 무지를 들었다. 정부의 말대로 신종플루 환자의 95%는 집에 격리해 요양시키면 병을 이겨낼 수 있다. 문제는 고위험군 및 건강했으나 감염 후 중증상태를 보이는 나머지 5%의 환자. 첫 번째 사망자와 7세 아동, 중·고생 등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환자가 사망한 것은, 비록 연구단계이긴 하나 현재로선 ‘사이토카인 스톰’ 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이토카인은 면역반응 결과 나오는 물질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인체 장기를 공격하는 현상을 사이토카인 스톰이라 한다. 김 교수는 “그간의 데이터를 검토해보면 건강하고 젊은 환자의 사망은 예견됐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신종플루 사망자 중 25~49세가 가장 많은 41%를 차지했다. 그래서 그는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격리와 요양을 하되, 예민하게 상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의 책은 이 밖에도 우리의 상식과 달리 신종플루의 병독성이 계절플루 수준보다 크며 전염력은 계절플루의 3배 이상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왜 신종플루로 인해 뇌염이 발생하는지, 다른 장기가 왜 고장 나는지, 열이 안 나는 신종플루가 왜 발생하는지 등 신종플루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질 ‘플루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우리나라는 철새들의 이동경로로, 해마다 조류독감 등 각종 바이러스의 공습을 받고 있다. 조류독감은 이미 사람으로 감염돼 종 간의 벽을 허물었을 뿐 아니라 가족 간 감염까지 이뤄냈다. 사람 간 감염만 이뤄내면 신종플루보다 훨씬 치명적인 팬데믹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의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라는 제목 뒤에 생략된 말은 ‘정부의 지침 없이도 바이러스 대유행에 별 탈 없이 살아남는 법’일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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