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부트라민 시판중단‥식약청 안절부절>(종합)
연합뉴스 | 입력 2010.10.09 11:30 | 수정 2010.10.09 13:49 |
“자체 판단력 없는 안이한 대응” 비난 봇물
(서울=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자국 제약업체 애보트의 살빼는 약 리덕틸(미국명:메리디아)에 대해 시판중단 권고라는 초강수를 두자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유럽 보건당국의 시판중단 권고에 이어 FDA까지 나서 사실상 시판중단 조치를 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앞서 시판유지 결정으로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9일 관련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이 미국 FDA의 시판중단 권고 조치에 뒤따라 곧바로 안전성 재검토 발표를 내놓음으로써 기존에 시판유지를 결정한 자체 안전성 조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식약청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올해 1월 심장발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며 시판중단을 권고했는데도 6개월 후인 7월 국내시판을 유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애보트가 EMA와 함께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뇌졸중, 말초동맥 질환 등을 앓은 적이 있는 심혈관계 질환자가 다수인 9천804명을 대상으로 리덕틸의 안전성 시험을 실시한 결과 위약군 보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이 16%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그런데도 지난 7월 “이 시험에서 치명성이 있는 위험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고 허가사항대로 투약할 때 부작용의 판단이 없다”며 리덕틸을 포함한 시부트라민 성분의 시판을 유지하는 대신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 처방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수준의 안전성 조치를 내렸었다.
그로부터 2개월여가 지난 이날 FDA가 시판중단을 권고하자 부랴부랴 판매중단을 포함한 재검토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도 FDA가 당뇨병약 아반디아에 대해 시판중단 조치를 뒤늦게 했을 뿐 아니라 리덕틸에 대해서도 유럽의 조치에 이어 9개월이나 늦게 조치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애보트 본사가 FDA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시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뿐 아니라 리덕틸을 판매 중인 캐나다와 호주에도 시판을 중단할 계획을 내놓았다.
시부트라민은 지난해 국내시장 매출 1천11억원으로 2006년 233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왔다.
식약청 관계자는 “FDA가 시판권고라는 조치를 내놓으면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해 재검토 계획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국애보트 관계자는 “식약청에 미국 등의 조치를 알렸다”며 “식약청이 조만간 재조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강아라 사무국장은 “의약품의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환자들의 피해현황에 대한 자체 연구조사를 벌여야 하는데 후진적으로 미국 보건당국 등의 조치를 따라가겠다는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사무국장은 “시부트라민 문제가 하루 이틀 된 게 아닌데 자체적으로 우리나라 환자가 그동안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부작용 관리체계뿐 아니라 상관관계를 분석하지도 못하니 FDA 등 해외 보건당국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