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비판하는 의료계 활동가 | ||
[우리 시대의 몸·삶·죽음] 김진국 지음, 한티재 펴냄 |
출처 : 시사인 [161호] 2010.10.18 09:53:53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8557#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국민들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건강·의료 전문가가 된다.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는 전 국민이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대해 박식해졌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진실 공방만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사람들은 관심을 끊었다.
경북 경산시 영남요양병원 김진국 과장(신경과 전문의)이 가까이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멀게는 2000년 의약분업 논란을 다룬 글들을 묶어 책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과장은 “의료나 건강을 둘러싼 쟁점들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되거나 합의점을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책을 낸 동기를 밝혔다.
저자는 자신이 속한 한국 의료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 사회에서 의사가 가져야 할 경쟁력은 ‘목 좋은’ 상권을 찾아내는 안목과 ‘최신식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자본력”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그런 경쟁력을 갖춘 의사가 되기를 포기한 대신, 건강한 의료 풍토를 지키는 활동가를 자처했다. “지금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의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병동으로 만들어 이익을 챙겨가는 세력들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에서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언론대구시민연대에 참여하고 노숙인·외국인 노동자·탈북자를 위한 의료지원센터를 꾸려 운영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 시대의 몸·삶·죽음>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잉여인간> <엄마의 말뚝> <제3병동>과 같은 한국 현대문학 속에 나타난 의료인·의료 현장의 풍경을 찾아 현실을 통찰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