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의학계와 통상관계 전문가 및 생산자단체 대표들은 11일 〈농민신문〉이 마련한 ‘한·캐나다 쇠고기 수입 협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에 참석, 현재 제소중인 WTO 패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적고 패소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양자협의를 통해 제한된 조건하에 수입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된 것은 한국의 쇠고기 수입 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며 패소할 경우 현재의 법과 제도를 다시 개정해야 하고 추후 통상분쟁에서 판례와 사례로 인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패널 판정 이전에 양자협의로 마무리하는 것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다만 미국보다 강화된 수입위생조건을 협의할 때 월령 문제와 뼈 포함 여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과 내장 제거 여부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측하고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규 기자 psgtobia@nongmin.com | ||||
기획좌담/한·캐나다 쇠고기협상 어떻게 대응하나 | ||||
양자협의 바람직 … 30개월령·뼈·내장 포함 여부 논란일듯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 현안이다. 2009년 4월 캐나다가 자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패널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9월 수입위생조건 마련을 위한 양자 기술협의가 이뤄졌다. 캐나다와 어떻게 협상해야 할까. 본지가 전문가들을 초청, WTO 제소 문제와 양자협의, 수입위생조건을 듣는 11일 좌담회 자리에서는 ‘양자협의를 통해, 미국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협상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집중 개진됐다. 사회=김병문 편집국장 -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나? ◆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우리나라의 쇠고기 교역 기준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 미국 쇠고기에 대해서는 30개월 미만을 (민간 자율규제를 통해) 잠정 수입하고 있는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WTO 패널에서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고 판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막는 것은 국제법상으로 어려울 것이다. ◆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현재 상황은 캐나다 쇠고기를 수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수입하는가의 문제다. 광우병은 현재 과학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광우병 정책이나 과학기준을 통해 실제 질병발생이 감소했다는 증거를 보여 준 기준은 유럽연합(EU)밖에 없다. 또 OIE 기준은 각국의 상황을 고려할 여지를 두고 있다. 해석상의 유연성이 있다. 따라서 OIE 기준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준비와 의지도 중요하다. ◆ 남호경 전국한우협회장=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이 캐나다와의 협상에서는 군색하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통제가능국 지위를 가졌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또 국가간 교역은 자국 소비자의 상태와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 WTO 패널과 양자협의 가운데 어떤 방식이 우리에게 유리한가. ◆ 최원목 교수=WTO 패널에서 패소하기 때문에 양자협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패소할 경우 여파가 클 것이다. 우리는 1980년대 쇠고기 수입육 쿼터제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서 불법판정을 받았고, 1990년대 쇠고기 부분육 판매 역시 그랬다. 2011년 초에는 쇠고기 수입을 막는 것이 또 불법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10년 주기로 ‘쇠고기 보호주의’ 지적을 듣는 것이 부담스럽다. 또 제3자로 참여한 나라들도 이 판례를 들어 개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일관된 쇠고기 수입 정책을 유지하지 못한 우리가 WTO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느껴야 한다. ◆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캐나다가 WTO에 제소한 것은 자국산 쇠고기를 하루라도 빨리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캐나다 쇠고기 문제는 우리가 2008년에 미국산 쇠고기를 풀었기 때문 아닌가. 식품위생과 정서상 국민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고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수준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 ◆ 우희종 교수=캐나다와의 앞으로 협상은 한시적으로나마 미국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사육환경 등이 비슷하다. 캐나다는 표면적으로 보면 지금도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체계만 놓고 보면 미국보다 광우병 관리수준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 양자협상을 하더라도 미국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30개월령 미만, 뼈 포함 여부, SRM 범위와 내장포함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 남호경 회장=우교수가 지적했듯이 미국에 밀려 협상을 마무리했더라도 캐나다와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캐나다와 협상하고, 앞으로 다른 여러 나라와의 쇠고기 협상 때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 이영순 명예교수=작업장 문제도 잘 살펴봐야 한다. 작업장에 소가 들어가기 전부터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어떤 사람이 검사하는지, 30개월 이상 소 구분이나 수출용 내장 등의 처리시스템 등이 제대로 돼 있는지 등이다. 물론 캐나다측은 검역주권이어서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지만 처음엔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는지, 위반사항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지 않나. 더불어 우리는 가축방역협의회가 단순한 자문 역할만 하고 있는데 일본의 식품안전위원회처럼 실질적인 의결권을 갖도록 하고 광우병(BSE)분과위원회도 설치해야 한다. ◆ 이해영 교수=우리가 멕시코와 뉴질랜드?호주 등과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준해 광우병 발생 후 5년간 수입을 중단한다거나 작업장 승인권을 한국정부가 가져야 하며, 멕시코산 수입위생조건처럼 원산지를 도축국 기준이 아닌 완전사육국 기준으로 적용하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용준 경북 상주축협 조합장=양자협의를 하더라도 캐나다가 미국과의 차별대우를 문제삼고 있으므로 우리의 전략이 문제다. 우리 국민정서를 감안해 보다 분명하고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보다는 엄격한 조건을 요구해야 한다. - 양자협의에서 유의할 점은? ◆ 이해영 교수=OIE 기준은 권고사항이지 법이 아니다. 양자협의를 하더라도 OIE 기준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또 WTO 위생검역협정(SPS)에 따르면 과학적 정당성이나 경제적인 요소, 건강상 위험의 예외적 특성을 비롯한 과학적 증거, 가공 및 생산방법, 관련 검사표본 추출 및 시험방법, 특정 병해충 발생률, 생태학적 환경조건, 검역 등에 대한 독자적인 위험평가를 실시해 적정 수준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정부가 자국 농업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알리고 분쟁이 생기면 관련 규정을 개정할 수 있어야 한다. 통상문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이나 계층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 최원목 교수=OIE 기준이 권고사항이지만 SPS의 경우 국가별로 자의적인 조치를 취한다. 한 국가가 위생조치를 취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데 국제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고 여러가지 의무를 지키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가 OIE 기준을 따르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나름대로 독자적인 위생기준을 세우려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양자협의를 통해 해결할 경우 올 연말로 예정된 패널 중간보고서가 작성되기 이전인 11월 말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 ◆ 우희종 교수=OIE의 목적은 국제교역을 통해 가축질병이 전파되는 것을 막자는 데 있다. 즉 OIE는 나름대로의 통상기준은 질병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격한 기준은 잘못된 게 아니다. 일본과 멕시코마저도 30개월령 미만으로 한 것은 그것이야 말로 OIE 조건을 잘 지키자는 것이다.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더욱 (기준을) 잘 지키자는 것이다. 왜 이들 국가가 무역제소를 당하지 않는가를 봐야 한다. 문호를 개방해 과학적 증거를 대야 하는 것이다. 주변국들이 왜 그런지를 생각해 보면 OIE 기준의 취지와 이들 국가가 내세우는 근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김용준 조합장=협상조건을 돌아보면 국제적인 기준은 지켜져야겠지만 국민정서와 식습관을 고려해 주권국가로서 주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WTO 패널에서 2~3년 시간을 끌기보다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캐나다도 양자협의에서 미국보다는 양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있다.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 우희종 교수=현재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들이 나름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캐나다와의 협상도 결국 정부 의지가 문제다. 최근 미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쇠고기 월령 논란을 보면 일본 외무성 장관과 농무성 장관이 다른 얘기를 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현재의 조건을 지켰다. 이게 정부의 의지다. 또 앞으로의 식량전쟁을 내다봐야 한다. 이번 배추대란만 봐도 최소 식량자원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10~20년 이후 식량전쟁 때 우리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2008년 우리 주변국이 우리보다 강화된 수입위생조건을 고수할 경우 미국과 재협상하겠다는 약속을 정부는 지켜야 한다. ◆ 김용준 조합장=개방은 결국 축산인의 희생을 강요한다. 자국민 양축 농가 보호를 바탕으로 깔아야 한다. 먹을거리 문제 식량전쟁에서 한우는 마지막 남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으로 미래를 보고 선 대책마련 후 협상에 임해야 한다. ◆ 남호경 회장=미국이건 어디건 시장 개방에 대비해 평소 제도적개선?위생조건강화?기반조성?가축개량 등에 힘써 달라. 일 닥치면 한꺼번에 농업인들 달래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경쟁력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또 경제논리로만 해석하지 말고 개방이 필연시되고 있지만 충분히 방어하기 위해서는 소외되고 피해 보는 계층에 대해 피해를 덜 볼 수 있도록 평소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박상규 기자 psgtobia@nongmi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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