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때 물러난 참모들 ‘전원 복귀’…MB ‘반성은 없다’
박영환 기자 yhpark@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2010-10-27 16:22:3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271622351&code=910203
·미 쇠고기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의 외교통상부 제2차관 임명으로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주역들이 사실상 전부 복귀했다. 촛불 참모들의 귀환은 쇠고기 협상이 잘못된 게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촛불에 대한 정치적 복권 시도로 풀이된다.
촛불 시위 2년반을 맞는 현재 촛불 정국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참모들의 대부분이 청와대나 정부의 요직으로 복귀했다. 우선 청와대 참모 7명 중 뇌물수수 혐의가 제기된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을 뺀 5명이 돌아왔다.
곽승준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물러난 지 6개월여 만인 2009년 1월 청와대 미래기획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도 같은 시기에 교육과학기술부의 1차관으로 발탁된 후 지난 8월 장관으로 올라갔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2009년 12월 주중대사로 당당히 돌아왔다.
촛불시위 당시 경제정책을 관장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직접 관여했던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지난 4월 통화정책 책임자인 한국은행 총재가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총지휘했던 김병국 초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내각의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2008년 7월 개각시 물러났던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9년 4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장에 임명됐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신해 ‘대리경질’됐다는 논란이 일었던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돌아와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전북지사 후보로 사실상 복권됐다. 민 차관의 중용은 촛불 참모 복권의 최종판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는 촛불시위에 대한 재평가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당성 회복 작업의 일환이란 분석이다. 촛불시위 당시에는 시민의 힘에 밀려 참모들을 경질했지만, 국정운영의 여유를 찾은 이제는 그들의 복권을 통해 협상은 문제가 없고 촛불시위는 선동에 의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짚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미 촛불시위 2년을 맞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관련 부처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더불어 한번 충성하면 끝까지 챙긴다는 이 대통령 인사 스타일의 반영이자, 집권 후반기를 맞아 공직사회를 향해 ‘끝까지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촛불 인사 복권은 ‘소신 인사’라기 보다는 ‘오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졸속협상의 문제를 인정하고 미국과의 추가협상에 나섰던 현실을 부정하고, 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우려를 단순히 ‘괴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지율 40~50%를 회복한 지금은 10% 수준 때의 ‘반성모드’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촛불시위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 국민과의 소통부족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교훈도 망각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민 차관 내정에 대해 “촛불 시위 당시 이 대통령의 사과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드러내는, 국민에게 ‘한번 해보자’고 도전하는 인사”(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