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7시간 마라톤 대좌… ‘깊숙한 이야기’ 함구
서의동 기자 phil21@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0-10-28 22:12:27ㅣ수정 : 2010-10-28 22:12:2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282212275&code=920501
ㆍ한·미 FTA 추가협상… 양국 통상장관 연이틀 협상 안팎
ㆍ김종훈 본부장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짧은 설명
ㆍ‘車 주고 섬유 얻기’ 논의 관측… G20 이전 다시 협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6~27일 이틀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가졌다. 당초 예정과 달리 회의가 두차례에 걸쳐 장시간 열린 것으로 미뤄 깊숙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협상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한국이 자동차를 내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일부 양보를 얻어내는 거래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교섭본부는 28일 “양측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전에 추후 합의한 시기와 장소에서 다시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통상장관은 26일 5시간에 걸친 회의에 이어 27일 오전에도 다시 만나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는 최석영 FTA 대표가 함께 참석했고 6~7명이 김 본부장을 수행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 본부장은 귀국길에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다음에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회담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USTR도 이날 캐럴 거스리 대변인 명의의 발표문에서 양국 통상장관의 첫 접촉 사실을 밝히고 두 사람이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이전에 다시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측의 짤막한 설명과 달리 회담에서는 양측의 요구안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견조율이 시도됐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회의 내내 자동차와 쇠고기 교역 부문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수입량이 불균형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쇠고기의 경우 월령 30개월 이상의 수입개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이번에 쇠고기 다 열라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기본적인 것은 쇠고기 문제는 FTA 협상과는 다른 트랙”이라며 쇠고기 추가개방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 입장은 한·미 FTA 협정이 양쪽 이익을 균형있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미국은 이런저런 개선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측은 추가협상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미측도 ‘선물’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교섭본부 안팎에선 본협상에서 미국의 개방폭이 작았던 섬유분야에서 일정한 양보를 받아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2차 회담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는 다음달 2일 이후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G20 서울 정상회의 전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을지가 사실상 2차 협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당국자들은 회담결과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밀실협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음에도 안호영 통상교섭조정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없다”며 함구했다. 안 조정관은 전날에도 “미국 측의 구체적인 의사표시가 있으면 미국 측과 협의해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한편 외교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장관 등은 지난 25일 대책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추가협상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