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야의 FTA 부정적 기류 어떻게 돌파하나>
출처 : 연합뉴스 입력 2010.10.29 06:24(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무역이라는 이슈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귀신`과 거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경제사정이 워낙 나빠진 탓이다.
무역이 이런 고약한 이슈로 여겨지게 된 것은 개도국들에 대한 관세장벽 철폐로 미국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2001년 중국에 항구적 최혜국대우 지위를 부여한 이후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쏟아져들어 오면서 경공업 분야를 시작으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이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는 미국 정치권이나 노조단체 등의 시각과 일반 국민의 정서는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FTA가 미국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20%로 1999년 조사때의 24%에서 4%포인트 떨어진데 비해 `FTA가 미국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비율은 99년 32%에서 올해는 53%로 급등했다.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이달 25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현재 협의중인 한.미FTA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협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몇차례에 걸쳐 한.미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한.미FTA 비준의 칼자루를 쥔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캠벨 차관보의 이런 발언이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며 `경고`를 줬다는 후문이다.
미국 의회내 비준절차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에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동을 건 것으로 여겨진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여러 정치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때 한국과의 FTA 협의 결과가 수용할만 내용을 담지 못하고 의회나 노조 측의 반발을 불러온다면 한.미FTA를 그만 접어두자고 주장하는 참모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내에 FTA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만만치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나마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의회의 한.미FTA 비준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중간선거 이후 리더십을 발휘하며 의회를 다독여 한.미FTA의 비준을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또 FTA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보다는 우호적인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의 다수당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도 FTA 비준에 긍정적이다.
만일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면 한.미FTA 이행법안 상정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하원세입위원회의 샌더 레빈(민주) 위원장이 물러나고 공화당이 위원장직을 차지하게 된다.
미시간을 지역구로 하는 레빈 위원장은 자동차와 냉장고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의 교역불균형을 문제삼아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미FTA 이행법안의 상정을 온몸으로 막겠다는 뜻을 밝혀왔기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는 한.미FTA 이행법안 상정의 1차 난관이 해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무역이슈에 우호적인 민주당의 중도 현역의원들이 패배하고 강성의 초선 의원들이 대거 진출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리더십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 통상장관들간의 협의에서 양측이 모두 수용할만한 타협안이 마련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26일부터 이틀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FTA의 쟁점사항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협의 내용에 관해서는 양측 모두 일절 함구하고 있다.
설익은 협의 결과가 흘러나가 양국 정치권과 FTA 반대 세력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데 양측이 공감한 결과로 여겨진다.
또 협상장소를 미국내이기는 하지만 의회가 위치한 워싱턴D.C.를 피해 태평양 연안으로 택한 것도 코앞에 다가온 미국의 중간선거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협의의제가 자동차와 쇠고기 교역 문제로 좁혀진 것은 분명해 보이며 이 두 분야에서 양국이 상호 체면을 세워주면서 실익을 챙기는 창의적인 타협점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한국 시장에 미국 자동차 진출을 좀 더 쉽게 하는 쪽으로 한국측이 양보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미국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안이 일부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연간 자동차 시장규모가 1천400만대인 미국에서 한국업체들의 점유율이 1%만 올라가도 연간 14만대를 더 팔수 있지만, 미국에 비해 시장규모가 10분의 1에 불과한 한국측이 미국차에 대한 수입문호를 대폭 개방하더라도 한국에 팔릴 미국차는 그렇게 많지 않고 한국 업체들의 피해도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안은 미국측에 명분을 내주고 한국이 실리를 챙기는 식의 타협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분을 중시하는 한국 국민의 정서가 이런 타협을 쉽게 받아들일 지 의문이며, 미국 정치권과 업계도 실리가 없는 타협안에 대해 만족할지 불투명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미FTA 쟁점협상과 추후 비준동의 절차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지는 작업이 아니라 FT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누그러뜨리는 일종의 대국민 홍보전쟁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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