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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촛불에 덴’ 정부, 미 쇠고기 전면개방 요구에 ‘멈칫’













‘촛불에 덴’ 정부, 미 쇠고기 전면개방 요구에 ‘멈칫’
미 “한국서 미쇠고기 판매 증가” 내세워 압박
한국산 차 세이프가드 강화 등 더 양보 가능성

출처 : 한겨레 2010-11-11 오후 11:40:38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48296.html
한겨레 정은주 기자

결국 쇠고기 문제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확대 문제가 실제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 테이블에서 따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그러자 1차 시한인 11일 한-미 정상회담 전에 재협상이 타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정치권은 물론 정부 안에서도 나돌았다. 미국 요구를 그대로 들어줄 경우 국내 정치적 파장이 워낙 커,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인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쇠고기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걸림돌”이라며 월령 구분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고, 검역주권도 미국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촛불시위로 국민적 저항이 거세자 두 나라 정부는 재협상에 돌입했고, 결국 ‘한국 소비자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허용한다’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가 확정됐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되려면 우선,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돼야 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국회의 심의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쪽이 쇠고기 시장 개방 확대를 압박하는 근거는 바로 이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올해 들어 미국산 수입쇠고기 국내 소비가 늘어났다는 통계를 내세우며 2008년 4월에 맺은 쇠고기 전면 개방 합의서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통상당국도 “쇠고기는 자유무역협정과는 별개 이슈”라는 우리 쪽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에프티에이 비준 동의를 받으려면 미 정부로서는 쇠고기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다. 비준 동의의 주요 관문인 상원 재무위원회의 위원장이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 출신의 맥스 보커스 의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커스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주문해왔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상장관 회의에서 쇠고기 문제는 별개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전하며 “이는 보커스 상원의원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일본과 대만 등 다른 나라와 비교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로 재협상에 나서면서도 ‘쇠고기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촛불시위의 학습효과도 있겠지만, 현행 수입조건을 미국과 쇠고기 교역을 하는 다른 나라에 견줘 보면 이미 대폭 양보한 상태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일본과 대만 역시 미국으로부터 수입위생조건의 완화를 요구받았지만, ‘20개월 미만 뼈 있는 쇠고기’ ‘30개월 미만 뼈 있는 쇠고기’만 허용하는 기존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쇠고기 문제에서 끝까지 버틸지는 미지수다. 또 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에 맞서는 대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강화 등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 미국의 추가 요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 독소·불평등 조항도 개정 통상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가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이익의 균형을 맞춘’ 전면 재협상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한-미 협정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제, 자동차 분야의 스냅백(snap-back·관세철폐 환원조처), 래칫(역진방지) 조항 등 독소·불평등 조항이 많다”며 어차피 협상을 연장한다면 이런 조항도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 달리, 통상교섭권이 의회에 있는데다 행정부에 통상교섭을 위임하는 ‘무역촉진권한’(TPA)의 시한이 이미 만료된 탓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전면 재협상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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