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막기도 힘든데 AI까지..전남 초비상
출처 : 연합뉴스 2010.12.28 14:14.
.(해남=연합뉴스) 남현호 기자 = 전북 익산과 충남 서산에 이어 전남 해남의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됨에 따라 방역 당국과 닭, 오리 사육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AI가 발견된 곳은 철새 도래지인 해남군 산이면 고천암호 인근 농경지다.
지난 22일 이곳에서 가창오리 74마리가 폐사된 채 발견되자 이중 20마리의 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의과학 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시료채취 당시에는 가창오리의 가검물에서 볍씨가 발견돼 농약이나 독극물에 의한 폐사일 것으로 봤으나 검사 결과 이중 1마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에는 농장에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에만 AI검사를 했지만 지금은 상시 예찰을 통해 농장은 물론 철새 도래지들에 대해서도 정기 검사를 하고 있다.
이같은 방역작업 덕분으로 그동안 추정만 했었던 철새에 의한 AI감염 사실이 올해 전북 익산과 충남 서산에 이어 전남 해남에서도 확인됐다.
남하하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안감힘을 쏟고 있는 전남도는 이처럼 AI마저 도내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I 감염이 확인된 가창오리가 발견된 현장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고천암호와 8㎞ 거리라는 점에서 그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10만여 마리의 철새가 무더기로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I 검출지 인근 해남 고천암호에는 매년 12월부터 2월 말까지 가창오리 등 철새 20만~30만 마리가 찾아오고 있으나 올해는 5만~6만 마리가 찾아와 겨울나기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전남도는 2008년 영암, 나주, 무안 등지에서 발생한 AI로 수십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된 적이 있어 그때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닭을 사육하는 농가는 모두 1만2천농가로 3천만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오리 사육농가는 1천농가, 600만마리이다.
농장에서 AI가 발견될 경우 반경 500m 이내의 모든 가금류를 폐사하고 3km이내 농장은 이동제한을 받게 되며 10km 이내는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이번처럼 철새 AI의 경우 이같은 관리대상을 정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만 이동제한을 받는다.
해남의 경우 폐사 장소에서 3km 이내에 오리농가는 없으며 닭 사육농가만 1곳이 있고 10km 이내에도 오리농가는 없고 닭농가만 44곳이 84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전남도는 이들 사육농가에 대한 예찰을 실시해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AI에 감염되는 경우 임상증상없이 이르면 24시간 안에 집단폐사가 발생하기도 해 방역 당국과 사육농가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AI발생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닭을 키우는 임모(67)씨는 “3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는데 걱정이다”면서 “야생 조류가 침입하지 못하게 하고 매일 농장을 소독하겠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에따라 AI가 검출된 농경지와 주변지역에 대하여 긴급 소독을 실시했으며 발생지 반경 10㎞ 이내를 가금류 사육농가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가축과 차량, 사람에 대한 이동통제 조처를 내렸다.
이들 농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30일간의 이동제한 후 임상검사 등을 거쳐 이동제한을 해제할 계획이다.
안병선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이번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가 일반농가로의 전파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AI의 농가 전파를 막으려면 농장을 매일 소독하고 농장 출입자와 차량에 대한 철저한 차단방역이 필요하다”면서 “일반인들도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철새도래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야생조류에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지난 7일 전북 익산 만경강과 지난 10일 충남 서산 천수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