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최초 의심신고, 검역당국이 간과
진단키트 결과만 보고 “구제역 아니다 안심하라” 인터넷 공개 드러나
출처 : 매일신문 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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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구제역 발생 초기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한 방역 당국의 ‘구제역 발생 상황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본지 1월 3일자 1면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애초 보고서에 누락돼 주목받은 바 있는 구제역 의심가축 첫 신고 농가가 신고 당시 상황에 대해 쓴 양돈일지 형식의 글을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다음 아고라)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이 농가는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를 신고한 것이 아니라 가축 질병에 관한 일반적인 문의였다”는 방역 당국의 해명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양돈일지 형식의 이 글에 따르면 날짜와 시간대 별로 구제역 증세가 의심되는 중대한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현장에 나온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은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고 단지 진단 키트의 반응 결과만을 들어 그냥 지나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 구제역 최초 의심 신고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이 농가는 “돈사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보인 것은 작년 11월 23일이었고 모돈(母豚) 6마리가 사료를 먹지 않았으며 그 중 4마리의 발톱과 발등 사이의 피부에 곪은 것 같은 증세가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구제역으로 의심돼 인터넷과 양돈책자를 찾아 보니 (증세가) 구제역인 것 같아서 이날 아침 9시 30분쯤 안동시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받은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에서 직원 4명이 나와 증세가 심한 돼지 4마리에서 채혈과 발톱 증세 사진을 찍었으나 구제역 간이키트 검사 결과가 음성판정이 나왔다며 “구제역이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신고 농가는 “채취한 시료를 위(국립수의과학검역원)로 올려 보내 (정밀)검사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건의했는데도 직원들은 “음성이면 올려 보내지 않는다”며 방역 기본 규정도 모르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음날 다시 돼지 35마리가 폐사한 사실도 알렸지만 가축위생시험소 측의 답변은 ‘왜 죽었는지 우리도 모르겠다’며 무성의했다고 이 농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신고 농가는 결국 가축위생시험소 의뢰를 포기하고 대전 소재 모 사설 가축질병연구소를 찾아 폐사 돼지 검사를 의뢰하는 등 구제역 의혹에 대한 자체 확인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지역 가축질병 전문가들은 “첫 신고 양돈 농가의 글을 보면 식욕 부진과 발굽 짓무르는 증세 등 이미 신고 당시에 전형적인 구제역 유사 증세가 나타난 것을 확연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돈사 앞에 생석회를 뿌리며 인근 이웃 축사로의 확산을 막고 돈사 내부 소독작업을 하며 나름대로 방역을 위해 애쓴 흔적도 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고 했다.
특히 구제역 의심축 신고 접수 즉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채취한 시료를 보내야 하는 가축위생시험소의 새 의무규정이 1년 전 ‘농수산식품부령’으로 공표된 것을 이 양돈 농가는 알고 있었으나 정작 숙지하고 있어야 할 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 확인됐다.
박순보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현재 축산기술연구소를 통해 당시 가축위생시험소의 조치를 감사하고 있으며, 검역원들의 잘못이 드러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 pinok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