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Quarantine)의 어원

검역(Quarantine)의 어원은 라틴어 quadraginta(40일) 또는 프랑스어 quarantaine(40일)에서 유래했는데, 예수가 황야에서 40일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귀로부터 갖가지 시험을 받고 단식과 굶주림에 시달린 성경의 내용을 기리는 부활절 전날(Easter eve)까지의 사순절(四旬節, Lent, 이탈리아어 fare la quarantana)에서 연유했다는 설(국립통영검역소 편, 한국검역자료 제1장, 2004.6, p 44)과 과부가 남편의 사망 후 그 집에 40일 동안 머물 수 있는 권리인 과부잔류권에서 연유했다는 설(옥스퍼드사전 quarantine항목, 2006 http://www.encyclopedia.com/topic/quarantine.aspx#5-1O27:quarantine-full) 등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 전파 이전 미트라신을 신봉했던 고대 로마인들은  12월 25일과 춘분 사이에 미트라신이 정의와 사랑의 신인 오시리스를 찾는 40일의 기간이 있다고 믿었으므로 기독교에서 검역(Quarantine)의 어원을 찾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이러한 고대 로마의 관습도 고대 이집트의 죽음과 재생의 신 오시리스(Osiris) 신앙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세트(Set)에 의해 살해된 오시리스가 지상에서 모습을 감춘 기간이 40일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검역(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14세기  베네치아의 방언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고 판단된다. 

중세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유행하여 1348년~1359년 사이 유럽인구의 30%가 희생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엄청난 재앙이 나타났다.  1347년 크림반도의 카파지역에서 3년간 몽골군의 포위에서 풀려난 제노바 상인들은 페스트에 감염된 선원들과 쥐를 싣고 이탈리아로 항해하면서 여러 항구로 페스트를 전파했다. 이에 따라 외부로부터 페스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사람과 물건을 일정기간 동안 격리시키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1348년부터 선박, 여행자, 상품을 격리하는 조치가 취해졌으며, 크로아티아의 라구사(Ragusa,현재의 드브로브닉 Dubrovnik)에서도 1377년부터 항구로 들어오는 사람이나 물자를 30일간 격리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는데, 1397년부터는 40일로 늘어났다. (http://en.wikipedia.org/wiki/Quarantine) 당시 라구사는 베네치아의 지배 하에 있었으며, 달마시아 지방의 라구사는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폴로의 고향이었다고 전해온다. 1423년에는 베네치아에 최초의 검역소가 설치되었으며, 1626년에는 프랑스 마르세이유항에 최초로 증명서 제도를 시행하는 검역소가 설치되었다. 1664년에는 영국에서 검역법을 시행하였고, 166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황열이 발생함에 따라 입항허가제도가 도입되었다.

의사학자인 헤커(Heker)에  따르면, 14세기 당시 급성질환과 만성질환을 40일을 경계로 구분했다고 한다. (국립통영검역소 편, 한국검역자료 제1장, 2004.6, p 45)

따라서 검역(Quarantine)의 어원은 중세 유럽의 질병관이 반영된 베네치아의 방언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한국에서는 메이지 일본으로부터 서양의 검역 개념이 도입되었다. 1881년 박정양은 일본 내무성 주도의 위생사업의 전모를 조사하여 고종에게 보고하였으며, 1882년 김옥균은 환경의 청결을 통한 전염병 관리의 내용을 담은 치도(治道) 사업에 관한 ‘치도약론’을 집필하였다. 1883년에 발간된 [한성순보]는 전염병 관리를 위한 근대위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근대위생의 실천과 그를 통한 인구의 유지, 국가의 부강을 역설하였다.(신동원, 한국 근대 보건의료체제의 형성, 1876~1910,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6) 

조선정부 차원에서는 1885년부터 외국 선박에 대한 검역규칙을 준비하여 1886년부터 인천, 부산, 원산 등 3개 항구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