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FTA, 미국수준 자동차 재협상” 목소리
유럽의회 스페인 대표, 집행위에 공개 질의서
“미국이 얻은 양보, 한-EU 협정에도 반영돼야”
정은주 기자
출처 : 한겨레신문 2011-01-23 오후 07:33:26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60142.html
» 한-미, 한-EU FTA 동등대우 주장 내용 |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자동차 분야를 대폭 양보했다며 유럽연합(EU) 쪽도 동등 대우(패리티)를 요구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퍼주기식으로 끝난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을 지켜본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스페인 대표인 파블로 살바 의원은 지난 1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낸 공개 서면질의서에서 “지난해 12월3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자동차업계에 여러 가지를 양보했는데 일부는 유럽 자동차업계에 견줘 미국이 이익을 얻는 중대한 변화로 보인다”며 “한-미 재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양보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도 반영되도록 유럽연합 집행위가 나서길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살바 의원은 지난해 3월 유럽연합 집행위가 제출한 세이프가드 법안을 54군데 뜯어고쳐 한-유럽연합 협정문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초강력’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처) 법안을 내놓았고, 같은해 6월 해당 상임위인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압도적인 표차(찬성 27명, 반대 0명)로 통과시켰다. 세이프가드 법안 마련은 한-유럽연합 협정 비준을 위해 유럽연합이 밟고 있는 이행 절차다.
살바 의원이 지적한 중대한 양보안은 네 가지다. 우선 미국 안전기준만 통과하면 한국 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는 미국 자동차업체의 조건을, 연간 판매 대수 6500대에서 2만5000대로 4배나 늘린 것에 주목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를 전부 합쳐도 1만대를 넘지 않은 상황이라,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 자동차 업체는 수년간 한국 안전기준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유럽 자동차 업체는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한국 안전기준 42개 가운데 동등성이 인정되는 32개를 제외한 10개 항목을 준수하도록 돼 있다.
한-미 재협상에서 도입한 자동차 특별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살바 의원은 “한국산 자동차 수입량이 급증하면 미국 쪽은 세이프가드를 4년간 발동할 수 있는 반면, 유럽연합 쪽은 처음 2년간 발동했다가 다시 2년 연장하려면 한국과 보상에 합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그는 한국은 자동차 관련해 주요 규정을 도입하거나 개정할 때 미국 쪽에 12개월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미국의 한국산 화물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인 반면 유럽은 3~5년이라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서면 답변서를, 유럽의회가 다음달 14~17일 본회의에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세이프가드 법안을 최종 표결하기 전까지 살바 의원한테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질의한 부분이 있고, 유럽연합 집행위가 이를 고려해 적절히 답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