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구제역, 홍콩·러시아 것과 일치”…정부 은폐 의혹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1-02-14 14:05:44ㅣ수정 : 2011-02-14 14:05:4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141405441&code=920100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면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을 유입 경로로 지목했던 정부 발표와 정면 배치된다. 특히 정부가 구제역 발생 직후 국제 구제역 전문연구기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도 공개하지 않아 초동 대응과정의 혼선과 은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14일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가 지난해 11월30일 공개한 안동 바이러스유전자 검사 보고서 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정부가 안동 바이러스가 베트남 바이러스와 관계가 없음을 알면서도 축산농에게 책임을 전가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지난해 11월 28일 안동에서 구제역 유전자 검사 시료를 채취,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고 같은달 30일 분석 결과가 나왔다.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안동 바이러스가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99.06%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소 homepage(http://www.wrlfmd.org/fmd_genotyping/asia/skr.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안동의 한 양돈 농가 농장주가 11월 초 베트남을 여행한 사실에 주목하고 역학조사를 벌여왔으며, 안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99% 일치한다고 말해왔다.
농수산식품부는 지난 1월20일 보도자료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양돈단지 내 한 농장주가 11월초 구제역 발생국(베트남)을 여행하고 국내 입국시 소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단지에서 분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농장주가 방문한 구제역 발생국에서 분리된 것과 99%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월1일 방송좌담화에서 구제역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변인은 “홍콩·러시아 바이러스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바이러스와 99% 일치하는 것으로 베트남 바이러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베트남에 여행을 다녀온 농민이 방역을 소홀히 해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한 것으로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안동 구제역 발생 이틀만에 나온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베트남을 여행한 축산농에게 전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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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희 교수 인터뷰…“안동, 작년 강화 바이러스 퍼졌을 가능성”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1-02-14 21:48:57ㅣ수정 : 2011-02-14 21:48:59
ㆍ“유전자 계통도 분석 결과 베트남 것은 가깝지 않아”
충남대 서상희 교수(수의학·사진)는 14일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의) 분석결과로만 본다면 경북 안동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오히려 강화 바이러스에 가깝다”면서 “논리적으로는 지난해 4월 강화에서 발생한 것이 퍼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퍼진 것이라면 처음부터 백신 접종이 아주 빨라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초로 신종플루 인체백신을 개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서 교수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의뢰를 받아 국제표준연구소의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분석 결과를 검토했다.
-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 분석 결과의 의미는.
“안동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2010년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유전자 트리(계통도)를 보면 안동 것이 지난해 봄 강화에서 발생한 것과 매우 가깝다. 베트남 것은 가까운 바이러스 목록에 오르지도 않았다. 논리적으로는 지난해 4월 강화에서 발생한 것이 퍼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제 안동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하지만 구제역 피해는 경기도가 가장 심했다.”
- 농림수산식품부는 홍콩·러시아·베트남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모두 1% 내에서 유전정보가 일치한다고 해명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했어야 한다. 정부는 베트남에서 유입됐다고 확정적으로 말해 오지 않았는가.”
- 정부는 2010년 베트남 발생 바이러스는 유전자 정보가 국제기구에 등재된 게 없어 비교할 수 없지만, 안동 바이러스가 2009년의 베트남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2010년 베트남 것이 유전자 뱅크에는 등재되지 않았어도 국제표준연구소는 균주를 갖고 비교하지 않았나. 2009년 것을 지목하려면 안동의 농장주가 2009년에 베트남엘 다녀오거나 2009년 것을 연구 중인 실험실을 방문해서 묻혀오는 시나리오밖에 없다. 2010년 베트남에서 구제역이 10건 넘게 발생했고, 국제표준연구소가 이것을 갖고 비교해서 연관성이 없다고 했는데 2009년 것하고 연결시키는 바보가 어딨느냐.”
- 해외에서 유입된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퍼진 것이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매우 중대한 문제다. 국내 보균종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방역대 설치도 훨씬 적극적으로 하고 백신 정책도 아주 빨라질 수 있었다.”
- 정부는 안동의 농장주가 지난해 11월 초 베트남을 방문한 것을 가장 큰 정황 증거로 댄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분석과 증거이지 정황이 아니다. 정황으로만 말하려면 유전자 감식은 왜 하는가.”
- 정부가 왜 분석결과를 숨겼다고 보는가.
“알 수 없다. 여하튼 검역원이 큰 실수를 했다. 국가 검역기관이라면 유입경로 추정을 신중하게 발표하거나 나중에 다른 분석결과가 나왔다면 밝히고 정정해서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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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짚은 구제역…같은 바이러스 자료 해석 천지차 ‘1%의 진실게임’
김다슬 기자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1-02-14 21:51:34ㅣ수정 : 2011-02-14 21:51:3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2142151345&code=940100
ㆍ이춘석 의원 주장에 정부 반박 해명
구제역 바이러스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의 바이러스는 베트남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가, 아니면 홍콩·러시아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가.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안동발 구제역이 베트남 바이러스가 아닌 홍콩·러시아 쪽 바이러스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베트남에 다녀온 최초 발생 농장주가 구제역을 유입했다고 확정적으로 발표한 정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그 논거로 영국 공식표준 실험실에서 공개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자료 검토 결과 안동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바이러스 10가지는 모두 홍콩·러시아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에 농림수산식품부는 14일 반박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열었다. 자료는 이 의원이 내놓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안동 바이러스는 지난해 홍콩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바이러스와 차수별로 각각 99.06%, 98.90%, 97.33% 일치한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발생한 것과는 99.06% 일치한다. 베트남은 빠져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안동 바이러스는 홍콩·러시아 바이러스와 가깝다는 이 의원의 설명은 타당해 보인다. 정부는 다만 보고서가 베트남 바이러스는 2006년, 2005년도 것만 담고 있어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2009년 발생한 베트남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제공받아 비교한 결과 베트남과도 98.59%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해석은 전혀 달랐다. 농식품부는 유전자 정보는 참고자료일 뿐이며, 역학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유입원인을 추정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국가의 바이러스는 이른바 ‘시조’가 같아 동일한 ‘가족’ 내에 있기 때문에 일치도의 차이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이들은 모두 시조 바이러스인 말레이시아 Mya-98주에서 유래된 바이러스이며 변이도 매우 빠르다”고 밝혔다. 그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홍콩·러시아·베트남 구제역과의 유전자 정보 일치도는 1% 정도인데 이는 큰 차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또 보고서의 안동 바이러스 계통도에 베트남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보고서 원문에는 베트남 바이러스가 나와 있으며 차수가 아닌 국가별로 일치도를 정렬하면 베트남도 10위 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말한 강화 바이러스 잔존 가능성에 대해선 “바이러스 변이는 매개체를 거쳐야 하므로 갑자기 변이해서 등장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베트남에서 유입됐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주 부장은 “역학조사 결과 농장주가 잠복기 내에 베트남에 다녀왔고 소독도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가장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유입경로를 추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보 전달 과정의 문제는 인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분석한 자료를 그대로 공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베트남에 다녀온 것으로 지목된 권모씨 등 세 사람이 발생농가와 역학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중 한 사람이 발생농가를 방문한 기록이 있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