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녀온 농가가 구제역 원인?…창피한 일”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 인터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718100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2월 14일 (월)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
▶정관용> 시사자키 3부 시작합니다. 오늘 3부도 전화인터뷰 2건으로 꾸미겠습니다. 구제역. 경북 안동에서 베트남 다녀온 축산농가, 거기가 진원지로 알려져 왔습니다. 정부가 또 그렇게 말했고요. 그런데 이미 지난해 11월 구제역 발생 초기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이 아니라 홍콩이나 러시아 쪽 것이다, 라는 것을 국가에서 알았으면서도 축산농가에 책임을 전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어요. 이 문제 서울대학교 수의대 우희종 교수와 짚어보고요, 이어서 정리해고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어온 한진중공업, 오늘 직장폐쇄를 단행해서 극한 대치 상황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도 함께 알아보지요. 광고 듣고 서울대학교 수의대 우희종 교수부터 먼저 만나봅니다.
▶정관용> 구제역. 정부가 발생 초기에 홍콩이나 러시아쪽 바이러스다, 라는 검사결과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베트남에 다녀온 축산농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왔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어 왔어요. 어떤 내용인지 서울대학교 수의대 우희종 교수 연결해봅니다. 우희종 교수님, 안녕하세요?
▷우희종>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오늘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무슨 바이러스 검사결과를 공개한 게 있지요? 어디에서 검사한 겁니까?
▷우희종> 이것은 국제식량기구 산하의 검증기구입니다.
▶정관용> FAO 산하의 기구? 거기에서 어떤 내용을 공개한 거지요?
▷우희종> 결국 이번에 안동에서 유행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홍콩에서 발병해서 그 후 중국에서 유행하는 형과 거의 같다는 것이 밝혀졌고요, 더 말한다면 지난해 봄에 한국 강화에서 유행했던 형과 거의 동일하다는 검사결과입니다.
▶정관용> 아, 그럼 베트남에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우희종> 그럼요. 베트남에도 이런 유형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는 아시안 1형이라고 해서 조금 많이 다릅니다.
▶정관용> 그런데 베트남쪽에도 홍콩에서 발생한 유형이 있긴 있어요?
▷우희종> 있기는 있지만 혈청형이 같은 게 있고요, 유전자가 이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정관용> 유전자 지도로 봐서는 분명히 다르다?
▷우희종> 예, 맞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정부는 FAO 산하 기구의 조사결과를 모르고 있었을까요?
▷우희종> 몰랐다고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왜냐하면 FAO에 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정부 기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정관용> 아, 검사 의뢰를 정부에서 해요?
▷우희종> 예, 맞습니다. 수의과학 검역원이나 이쪽에서 그쪽에다 공식적으로 확증을 해달라고 요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면 요청한 결과가 그쪽으로 통보가 됐을 것 아닙니까?
▷우희종> 당연히 통보 되었고요, 저도 이미 12월에 알고 있었고요.
▶정관용> 12월에 알고 계셨어요?
▷우희종> 네.
▶정관용> 그러면 정부가 조사결과를 받은 것은 12월이나 아니면 11월이겠네요?
▷우희종> 11월 30일 날짜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정관용> 11월 30일 날짜로? 그런데 왜 계속해서 베트남 다녀온 축산농가 이야기를 했지요, 정부가?
▷우희종> 글쎄 말예요, 그래서 결국 그것 때문에 저도 어떻게 보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만, 정부가 어떤 자체 방역의 실패나 책임 부분을 회피하기 위해서 손쉬운 희생양을 찾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관용> 이건 별개의 문제인데요, 제가 볼 때.
▷우희종> 그렇지요, 정식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식의 사회 약자에 대한 책임전가는 아주..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릅니다만, 비열한 짓이지요.
▶정관용> 이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문제인데요.
▷우희종> 네, 그렇습니다.
▶정관용> 초동대처를 잘못 했다, 이 문제는 어디에서 처음 발생했느냐와 또 다른 문제란 말이에요.
▷우희종> 그렇지요, 향후 역학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다른 문제이지요.
▶정관용> 안동에서 발생한 유형은 작년 봄에 강화에서 유행했던 유형이다? 그러면 그게 지금 어떻게 해서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거지요?
▷우희종> 그건 모릅니다. 실제로 질병의 발생 자체는, 우리가 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생태계나 산업구조나 그 당시 사회환경 요소 등이 있기 때문에요. 예를 들어서 영국이나 대만에서도 창궐한 사례가 있습니다만, 그때 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발생 원인은 미상이라는 것입니다. 그게 솔직한 과학적 자세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매번 구제역 발생하면 대부분 이주근로자, 해외여행자, 이렇게 결론을 내려요, 아예.
▶정관용> 예, 그러니까 이주근로자, 해외여행자, 그런 쪽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 말을 하려고 하는 거지요?
▷우희종> 그렇지요. 그리고 뭐 우리 책임 아니다, 저 사람들이 나쁘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하는 거지요.
▶정관용> 그렇게 바이러스를 유입한 것으로 지목된 농가라든지, 그쪽 베트남 다녀온 분들이라든지 이런 분들은 자기들이 대역죄인이 된 것 같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 아닙니까?
▷우희종> 그렇지요, 실제로 그때 지적당한 농민들은 자살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책임이나 주위의 눈치 때문에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정부의 무책임한 발언은 우리 사회를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분열시키는 아주 안 좋은 폐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방역당국의 전문가들도 이거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닙니까, 사실?
▷우희종> 당연히 알았어야 합니다. 알았을 것이고요.
▶정관용> 예, 그런데 어느 사람 하나 이야기를 안 했군요?
▷우희종> 그렇습니다. 제가 이야기한 것 외에는 지금까지 이것을 지적한 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우희종 교수는 12월에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우희종> 저는 이 자료를 보고 결국, 왜냐하면 베트남 여행객이라고 말하려면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거든요? 더욱이 정부의 공신력 있는 분들이 말했을 때에는요. 그래서 그 자료를 확인해봤더니 전혀 근거가 없이 오히려 강화형과 유사하다는 보고가 있었고요. 또 하나는 그 당시 일본에서 한국 안동에 유행한 형은 일본의 미와자키에서 유행한 형과 같다 라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것은 그렇다면 베트남 유형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국의 잘못된 발표를 일본에서 간접적으로 지적했던 것입니다.
▶정관용> 일본까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네요?
▷우희종> 그럼요.
▶정관용> 이거 국제적인 망신인데요, 그러면?
▷우희종> 창피한 일이지요.
▶정관용> 우희종 교수는 검사결과를 요청해서 받을 수 있었군요?
▷우희종> 이것은 사실 이쪽 관계된 전문가나 연구자라면 충분히 접근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국제 검증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낸 보고서이기 때문에요.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초동방역 대처에 실패해서 이 난리가 벌어졌는데 맨 처음에 어디에서 왔느냐, 이것을 거짓말로 마지막까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우희종> (웃음) 아마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사례가 많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에는?
▶정관용> 일본에서까지 알고 있다고 그러고, 우희종 교수도 자료를 다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분명히 다 드러날 게 뻔한데요. 이거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그 이야기는 그 정도로 하고요, 300만 마리가 훨씬 넘는 대량 살처분으로 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 우희종 교수께서 쓰신 글을 보면 이제는 대처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시지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희종> 예, 맞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것이 동물의 질병인데요, 앞으로 인수공통 전염병도 이런 식으로 창궐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구제역이 이번에 이렇게 창궐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잘못된 인식에 있습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거의 65년 만에 발생한 것이고요. 일본도 거의 90년 이상 되어서 발생했거든요. 전염병이라는 것은 이렇게 확률이 거의 제로인 상태에서도 우리 사회에 등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정부의 인식은 과거 미국 쇠고기 수입 때도 그랬습니다만, 확률이나 따지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자세거든요. 그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것은 또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이번 구제역을 미국 쇠고기 수입 사태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사실은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겁니다. 현 정부가 당시 광우병에 대한 안전대책을 위해서 이 전국의 이러한 광우병이나 구제역과 같은 위험물질을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을 다 만들었거든요,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데 그것이 단순한 전시행정으로만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 이 구제역을 초기에 확인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을 못 했던 겁니다.
▶정관용> 그래서 간이 키트로 검사하고 며칠 지나는 사이 확 퍼져버렸다는 거지요?
▷우희종> 그래서 당시 정부가 촛불의 주장만 겸허하게 받아들였더라도 이번과 같은 320만 마리 이상의 살상이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정관용> 예, 알겠습니다. 방역 체계 정말 앞으로 꼼꼼히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 말씀으로 마무리 듣겠습니다. 그리고 대량 살처분이 아닌 백신 위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계시지요?
▷우희종> 네, 맞습니다.
▶정관용> 지금이라도 그렇게 가고는 있는데…
▷우희종> 네, 그런데 실기했지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최악의 상태에서 속된 말로 죽도 밥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정관용> 어쨌든 빨리 끝내야 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더 정부 욕하는 것도 지치고요, 욕할 문제만도 아니에요, 공무원들 굉장히 고생하시는 분들 많고요.
▷우희종>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좀 더 보탠다면, 처음에는 베트남 여행객, 그 다음에는 이주근로자, 지금은 뭐라고 책임을 떠 넘기냐 하면 지방의 공무원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빨리 고쳐야 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분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관용>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희종> 네, 고맙습니다.
▶정관용> 서울대학교 수의대 우희종 교수셨고요,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을 계속 베트남 여행객이다, 라고 말해온 분들이 있을 겁니다. 뭐라도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희가 한 시간이라도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방송국으로 꼭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