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구제역] 2010년 경기도 <구제역 백서> 건의사항만 수용했어도

“소 잃어도 외양간 안 고쳐 폭삭 주저 앉았다”


2010년 경기도 <구제역 백서> 건의사항만 수용했어도


출처 : 프레시안  2011-03-03 오전 7:23:0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302212132&section=03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소 잃어도 외양간 안 고쳐 외양간이 주저 앉았다”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구제역 사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책을 보면 그렇다.


2003년 정부가 발간한 <구제역 백서>를 따르지 않아 2010-2011년 구제역이 재앙 수준으로까지 번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최근인 2010년 9월 발간된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의 <구제역 백서> 개선 방안(건의 사항)도 상당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백서는 2010년 1월 포천·연천 등에서 발생한 구제역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백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방역 추진상 문제점’ 항목 중 “항원검사용 간이진단키트 부재로 신속 대응 미흡”이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연구소는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항원용 간이진단키트 시·도 배부”를 건의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2010년 11월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지역 가축위생시험소에서 간이항체키트로만 검사했다가 ‘음성’ 판정을 내리는 바람에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항원검사키트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만 갖추고 있다.








▲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가 2010년 9월 발간한 <구제역 백서>의 일부분.(361쪽)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2010년 1월 경기도 발생 구제역에서 이미 키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빨리 시정했으면 2010년 11월 안동에서 초동대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국장은 “통상 항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7~14일 지나야 체내에 형성되기 때문에 감염초기 진단방법으로 무의미하고,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임상증상을 나타내기 하루 전부터 이미 혈액 중으로 바이러스가 분비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항원검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단을 내린 후 곧바로 살처분, 이동제한 등 차단방역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건의한 “시·도 방역기관에 방역 권한 이양” 대목도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실제 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으로, 이 부분에 대한 조치만 제대로 됐어도 안동발 구제역 대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간이항원검사키트를 비롯해 혈청검사도 시도에서 실시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는데, “이들 검사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검사라서 시도에 이양하는 것 자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3년 발간한 <구제역 백서>에는 “간이항원검사키트를 이용한 신속한 진단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확진할 수 있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백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살처분 매몰지의 2차 환경피해에 대한 대책 수립도 촉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백서에는 문제점으로 “살처분 가축, 분뇨 등 처리 방안이 정립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한다”며 “농장 내 살처분 가축 매립으로 악취, 지하수 오염 우려로 인근 주민 반발”이라는 구체적 내용을 적시했다. 또한 ‘건의 사항’으로 “매몰지 선정시 환경부서 참여”, “방역·축산·환경 등 합동으로 매몰지 사후관리”를 비롯해 “대규모 살처분 대비 국·공유지에 매몰지 사전 확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는 제 때 매몰지를 구하지 못해 하천변은 물론이고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도 매몰지가 만들어졌다.


박상표 국장은 “2010년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 미리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며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아 결국 외양간까지 주저 앉아버린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혹한기 방역 활동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개선된 것은 없어 보인다. 백서 첫 머리에 김문수 지사는 “영하 25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밤낮 없이 통제초소 근무에 열중하셨던 군인·경찰·자원봉사자 여러분, 이외에 방역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고 쓸 정도로 2010년 1월은 추웠다.


백서 본문에도 ‘방역 추진상 문제점’으로 “혹한기(영하 10°C) 발생에 따른 긴급방역 추진 어려움”이라는 제목으로 “액상 소독제 사용 제한으로 차단방역 한계”, “현장근무 방역요원(살처분 인원, 초소근무자 등)의 활동성 저하”, “차량소독기 등 방역장비 관리·운영 차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제역 사태 때도 방역 장비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문수 지사는 발간사에서 “본 백서가 구제역 방역 업무 추진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으나, 결국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지 않았다.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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