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주삿바늘’…정부 쉬쉬하는 이유
전문가들, 농가 눈치보기…다른 이물질보다 위험 커 검사인력·장비 강화해야
장시복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2011.03.03 08:03
구제역 1·2차 백신접종 과정에서 소·돼지에 박힌 주삿바늘로 인한 식품사고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안이한 인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고기에서 바늘이 나올 우려가 없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개별 업체들에게 주의할 것만 촉구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다른 이물질과 달리 위험이 더 큰 만큼 검사인력 확보와 장비 지원 등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소와 돼지에 대한 1차 예방접종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됐고,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26일까지 총 1170만 마리에 대해 2차 접종이 마무리됐다. 겨울철 2달 사이 급속하게 접종이 마무리 되다보니 주삿바늘 등 이물질 침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하의 기온에선 주사 용품이나 소·돼지의 몸이 얼어있어 주사바늘이 휘거나 부러져 박힐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보도(2월 28일자 ‘구제역 주삿바늘 공포’ 참조)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같은 날 ‘예방주사 바늘, 철저히 검색하므로 걱정없어’ 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농식품부는 자료에서 “국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가축은 전문수의사(시·도 소속 검사관)와 도축검사원의 검사를 거쳐 합격된 경우에만 그 고기를 유통할 수 있다”며 “식육을 부위별로 분할·가공하는 과정에서 금속탐색기 등을 활용해 이물질을 검색하고 있어 주사 바늘이 남아 있는 상태로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당초 주삿바늘 파동을 걱정하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던 육가공협회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정부와 업계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게 된 것은 구제역 사태로 민감해진 축산농가와 외식업체 및 1차 식육포장처리업체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구제역 사태 이후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또 다시 주삿바늘 논란이 불거질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 고기전문점 대표는 “아직 실제적인 피해 사례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육가공협회가 미리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가공협회 관계자는 “(만약을 대비하자는) 선의를 가지고 정부에 건의를 했지만 오히려 업자들의 항의 전화를 받고 있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삿바늘은 다른 이물질보다 더 위험하다”며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 가축 이동 제한이 풀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백신주사를 맞은 소·돼지 고기의 유통이 본격화 될 경우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다”며 “너무 낙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추가 검사 인력 확보와 장비 지원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햄·소시지 등을 만드는 한 2차 육가공 업체 관계자도 “상대적으로 외식업체나 1차 포장업보다 규모가 큰 우리 업계의 경우, 만에 하나 잘못된 사례가 발생하면 영업정지는 차치하고 회사 자체가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본지 보도 이후 관련 업체들에게 별도의 공문(‘도축검사 및 식육 가공 처리시 이물검사 관리 철저’)을 보내 “주사바늘 등의 가축 체내 잔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철저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권고 이외에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한 육가공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에게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며 “자체 검수 인원을 늘리고 자석과 방사선 등을 활용한 금속탐지기 탐지 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