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실린 ["구제역 가축 살처분 방식 폐기하라" 교수 200여명 호소문] 기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09/2011030902292.html)를 보고
기자회견문 원문을 찾아보니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내용으로 봐서는 지난 2월 20일자로 7명의 교수가 연명을 한 호소문과
내용이 똑같은 것 같습니다.(아래 첨부)
그런데 황성남 중앙대 교수 등은 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백도명 서울대 교수 등 220여명의 교수·지식인들이 서명했다는 과대 선전에 비해 그 내용은
전혀 학술적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히려 내용은 실망스럽다 못해 짜증나기까지
합니다.
중국, 베트남 같은 구제역 상재국들은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중 수시로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고… 이번 안동 바이러스는 병원성이 그리 높지 않은 바이러스임인데,,
2차까지 예방접종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돼지 농장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여 어린
돼지 새끼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소에서는 병원성이 더 약하여 증상도 가볍게
나타나고, 백신접종 효과도 좋은 편이나 carrier 문제가 있고… 실제 소의 살처분 두수는
돼지에 비해 1/20도 채 안됩니다. 매몰지의 환경오염 문제도 주로 돼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소 얘기만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 보건대 교수 입장에서 전염병의 감염사망율이 5% 이하이면 어떤 질병이라고
평가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동물에서 50%~100% 치명율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게다가 면역에 대해서는 1812년 수준의 엉뚱한 얘기들을 하고 있네요. 프랑스 리용 수의과대학의
유명한 교수였던 레이날()Reynal) 교수는 구제역에 한 번 감염되면 2번 다시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Reynal J. Traite´ de police sanitaire des animaux domestiques. Paris: Asselin; 1873. p. 1012
당시 그는 유명한 교수였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정설로 받아들여졌고… 전문가들과 대중들은 한동안 잘못된 이야기를 사실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이번 안동 바이러스에 자연감염된 후 항체가 형성되어 면역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다른 strain의 O형 바이러스가 새로 유입되거나, A형, C형, Asia-1형 바이러스가 새롭게 유입되면 방어가 안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strain별로 병원성의 차이가 있듯이 구제역 바이러스도 strain별로 병원성이 강한 경우가 있고, 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구제역은 공장형 축산업에 의해 발생한 전염병은 아닙니다. 구제역은 아주 오래 전
유기농업 시대부터 있었습니다. 유기농업을 하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습니까?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유럽보다 더 공장식 축산업을 하고 있는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만 문제도 실증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최근 NEJM에 한국인의 경우 BMI 22.6~27일 때
사망률 가장 낮다는 집단 코호트 연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Association between Body-Mass Index and Risk of Death in More Than 1 Million Asians
N Engl J Med 2011; 364:719-729February 24, 2011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010679
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일본이 비만율이 가장 낮고 육류소비량이 가장 낮습니다.
환경, 동물보호라는 이념의 과잉으로 과학적 fact마저 무시하면서 교수-지식인이라는 포장지로
위안을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국 정부의 현재 구제역 정책은 비발생 청정국 회복이 목표라고 볼 수 없으며, 아무리
관대하게 봐줘도 백신 청정국 정도가 목표라고 봐야 합니다. OIE의 구제역 평가에 대해서도
좀 더 실증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고… fact에 충실하지 않는 이념은 허망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근본주의로 돌리려는 시도는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근본주의적
종교만큼이나 인간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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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사태, 정부당국과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
이번 구제역사태는 특수전문분야의 기술관리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걱정하게 되었고 특히 종교인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을 깊이 성찰하고 비록 가축전염병 전문가들은 아니지만 학문연구의 학자적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연구분석 검토한 결과, 향후 대책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다음과 같이 정부당국과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묻습니다
구제역이 인간에게는 무해하다고 홍보하면서 왜 이렇게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어 농촌경제를 마비시키면서까지 환경재앙을 야기하는 살처분을 해야 합니까? 단지, 구제역 청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까? 이런 중요한 정책의 결정을 위해 전문집단의 총의를 물은 적이 있습니까?
구제역·조류독감의 방제에 수조원의 국고를 쏟아 부으며 건강한 가축까지 생매장하는 준비 안된 방역정책으로 축산기반이 무너지고 국민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국토는 가축 사체의 부패된 무덤으로 변해가고 그 침출수의 환경오염이 인근 주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분별한 정책으로서는 구제역·조류독감 같은 가축전염병들을 막을 수 없으며 매년 반복될 때마다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경제적 부담과 환경오염 등의 국가적 재난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가축의 면역력을 고려해야
구제역의 경우, 성체가 된 동물에서는 감염사망율이 5% 이하로 매우 낮고 대부분 2주내에 항체가 생겨 자연치유가 된다고 합니다. 아무리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동물을 100% 감염시키지는 못합니다. 이는 동물 개체가 가지고 있는 자연면역력이 감염 후 생기는 획득면역력보다 먼저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비록 구제역 상재국이란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를 달고는 있지만 우리처럼 매몰처분하지 않고 축산업을 지켜가고 있는 것은 가축 자체의 면역력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일부 동물들이 감염되었다고 하여 근처에 있는 건강한 동물들까지 모두 살처분하는 것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획득면역력뿐 아니라 자연면역력을 갖춘 동물들까지도 모두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결과적으로 면역력을 갖지 못한 동물들만 남게 되어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마다 이러한 일은 매번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축산환경, 바이러스에 취약해
국내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직원들의 출퇴근 금지, 출입시 마다 샤워 등의 철통같은 방역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 부속농장의 돼지에게 구제역이 발생했음을 볼 때, 공기전염도 가능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의 완전차단은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구제역 상재국들과 육지로 맞닿아 있고 일년에 수백만명의 국가간 인적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고, 국내 바이러스관련 연구를 위한 생물안전밀폐연구실(BSL-3 Lab)도 불과 10여개로 연구인력이 부족한 실정에서 끊임없이 생겨나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제 때 개발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는 바이러스에 대한 동물개체의 저항력을 높여 바이러스감염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조류독감의 경우도 과거에는 닭에 발병하였지만 이번에는 오리에 발병하여 매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조류독감 변종이 닭에서 오리로 즉 다른 종 사이에 전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우리의 축산환경이 닭, 오리, 돼지, 소 등의 근거리 사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로 다른 종간에 변형된 바이러스가 양산될 수 있으며 인간에게로 감염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열악한 공장식 축산환경을 개선해야
현재의 살처분에 소요될 경비를 가축사육환경 개선에 투입해야 합니다. 밀집형 돼지농장은 다양한 변형된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일 수 있으며,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형 축산으로 인하여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등이 농가와 농장근무자 뿐만 아니라 병원시설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 반면 일반 밀집농장에서 부화된 오리에 비해, 실험실에서 부화하여 건강하게 길러진 오리가 상대적으로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저항력을 보여준 실험 사례도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집단사육은 동물들의 면역력을 극도로 약화시키기 때문에 이제는 법적,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서 건강한 동물을 생산해 내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동물들은 비인도적인 살처분 뿐만 아니라, 교배, 사육, 운송, 도살과정에서 국제동물기구(OIE)가 권장하는 지침에 의한 보호는 꿈도 꾸기 어렵고, 생지옥과 다름없는 생존조건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축 사료에 포함되는 항생제 종류와 용량, 성장호르몬 사용 유무, 사육환경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로 국민건강을 지키고 생명으로서의 가축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과밀사육으로 인한 축산농가들의 문제를 경감하는 방법은 축산환경을 친환경적 소규모로 전환하고 과잉 축산농가를 유기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합니다. 유기농업의 장려는 곧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건강을 지키고, 저비용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게 합니다.
청정국 유지를 위한 살처분은 즉각 중단해야
우리나라는 육류 수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구제역 청정국을 유지해야할 명분과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구제역 청정국 유지에 집착하여 전염병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동물들까지 모두 살처분하는 일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환경재앙은 동물들을 매몰대신 소각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소각에 드는 막대한 양의 연료, 대기오염, 소각대기중인 동물들의 부패문제 등 결국 자연의 자정능력을 벗어난 오염은 어떤 형태로든지 더 확대되어 재연되기 마련입니다.
근래 한국인에서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심, 뇌혈관질환, 암 그리고 당뇨병 같은 각종 성인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음은 심히 우려되는 바이며 우리의 식생활이 급속히 육식위주로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교나 직장에서 선택급식제나 주1일 채식제 도입을 권장합니다. 이번 사태로 우리에게 익숙한 친환경 식문화로 바꾸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국민건강보험비용을 절약하여 국가재정을 윤택하게 한다면 지구온난화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1년 2월 20일
강국희(성균관대 생명공학), 김기석(성공회대 신학),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 박창길(성공회대 경영학), 정용희(한림대 화학), 허종화(경상대 식품공학), 황성남(중앙대 의학) 교수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