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후쿠시마 원전사고] “‘제2의 체르노빌’ 터져도 한국은 안전하다고?”

“‘제2의 체르노빌’ 터져도 한국은 안전하다고?”
[안종주의 '위험사회'] 우리가 핵을 무서워하는 이유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1-03-17 오후 12:34:12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317120304&Section=03


일본 국민이 다시 핵공포에 떨고 있다. 66년 만이다.


일본은 1945년 세계 처음으로(그리고 아직까지는 마지막이다) 핵폭탄의 제물이 된 국가이다. 그 일본에서 66년 만에 다시 핵이라는 괴물이 판도라의 상자, 즉 원자력 발전소의 격납고를 뚫고 나왔다. 진도 9.0이라는, 일본 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에 이은 가공할 지진 해일(쓰나미)로 엄청난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를 입은 일본인에게 몸과 마음을 추스를 여유도 주지 않고 잔인하게도 핵 재앙이 일본 열도를 덮치고 있다.


지진과 지진 해일은 그 피해가 즉각 드러나는 위험이다. 핵 재앙은 바로 그 피해가 드러나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피해가 나타날지 모르는 속성을 함께 지닌 위험이다. 전염병에 비유하자면 지진과 지진 해일은 사스나 신종플루와 같은 급성 전염병이고 핵은 이런 급성 전염병의 특성과 동시에 에이즈와 같은 만성 전염병의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피폭을 받거나 방사성 물질이 다량 체내에 들어와 쌓이면 즉각 사망 등 피해가 드러난다. 하지만 상당한 양의 피폭을 받거나 방사성 물질이 호흡기 등을 통해 몸속에 들어오면 방사능이 사라질 때까지 인체에 악영향을 계속 끼친다. 남성과 여성 생식기에 영향을 끼쳐 기형아 출산을 유발하는 등 여러 장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갑상선암, 백혈병, 폐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이 생길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우리가 핵의 위험성에 더욱 주목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이런 지연된 위험 때문이다.


일본인이 특히 민감하게 느끼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하나는 공해병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선 피폭이다. 일본인은 전 세계 환경 교과서에 나오는 이타이이타이병(카드뮴중독증)과 미나마타병(유기수은중독증)이라는 역사적 공해병을 1950~1960년대 경험한 국민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 국민에 견줘 공해병에 매우 민감하다. 다른 하나는 핵 피폭이다.


일본이 핵 재앙을 겪은 것은 66년 전이므로 대다수 일본인에게 핵이라는 위험은 낯설다. 하지만 위험학에서는 과거 큰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는 역사적 위험은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방사성 물질 누출이 일어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 시민들도 공포를 느끼는 것에는 이런 역사적 경험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위해성분석센터가 2002년 48종의 각종 위험에 대해 그 위험의 노출 정도(발생 가능성)와 실제 피해 정도를 파악해 위험 측정계(risk meter)를 만들어 <리스크(RISK)>란 책을 통해 발표한 적이 있다. 어떤 위험은 노출, 즉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한 위험도 있고 발생 가능성은 높지만 그 위험이 별 것 아닌 것도 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 등도 상, 중, 하 가운데 중과 하의 경계선상 정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다른 47종의 위험에서는 없는 항목이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하나 더 있었다. 인간에게 끼치는 심리적 영향과 사회·경제적 영향이 엄청나게 높다는 위험 측정 지표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다른 많은 위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일본 국민과 한국인 그리고 세계가 일본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화재에 주목하고 있는 것과 지진과 지진 해일보다 원자력 발전소가 일본 경제와 세계 경제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 더욱 클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은 핵이 지닌 이런 위험 특성, 즉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The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노심 용융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연간 100만분의 5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3번의 방사성 물질 방출을 초래한 노심 용융 사고가 있었다. 이번 일본 사고는 네 번째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영국의 셀라필드 원자력 발전소에서 1957년 화재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일어났다. 이 발전소는 핵무기 원료로 사용할 방사성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1950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윈드스케일 핵시설로 불렸다. 1964년부터 전력생산에 들어갔으며 1981년 셀라필드 원자력 발전소로 이름을 바꾸었다. 냉각재로 흑연을 사용했다. 30년이 지난 1987년 영국국가방사선방호위원회는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수십만 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33명이 이로 인해 조기암 사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 1979년 3월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2호기에서 발생했다. 기계적 설비 결함과 운전자의 실수가 겹쳐 일어난 미국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였다. 핵연료봉을 감싸고 있던 냉각수가 증발해 노심 절반이 녹아 수소 기체가 격납고에 가득 찼다. 발전소 쪽은 폭발을 막기 위해 방사성 제논이 포함된 기체를 며칠간 외부로 방출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3500명의 학령 전 아동과 임신부에게 발전소 반경 8㎞ 밖으로 피난할 것을 명령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약 20만 명의 주민들이 이보다 더 멀리 피난했다.
20년 뒤 주 보건 당국은 3만 명의 지역 주민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무런 건강 악영향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건강 악영향 피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패소했다. 그 뒤 대대적인 몇몇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모두 건강 악영향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진짜 제대로 된 연구인지 아니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을 감추려는 정부의 의도가 개입된 연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미국 NRC는 사고 당시 원자력 발전소 터 경계에서 방사능에 최대로 노출된 사람의 방사선량은 100mrem(밀리렘, 1mSv(밀리시버트))이었으며 주민들의 평균 노출량은 1mrem이었다고 추정했다. 미국인들은 평균 연간 360mrem 정도의 방사선량에 자연적으로 피폭된다. 태양에서 일상적으로 우주방사선이 지구로 온다. 지구 자체에도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 또 자연 상태의 토양에 있는 방사성 물질을 흡수한 채소 등 식품 섭취를 통해서도 인간은 자연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다. 노출되는 정도는 지역에 따라, 나라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지구에 사는 인간과 다른 모든 동식물은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항상 노출되는 것이다.
세 번째이자 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는 1986년 4월 우크라이나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났다. 셀라필드 발전소처럼 노심의 중성자를 제어하기 위해 흑연을 냉각재로 사용했다. 운전자의 실수 연발로 흑연에 불이나 폭발이 생겼다. 물론 이는 핵폭탄 폭발과 같은 핵폭발은 아니었다. 수일간 화재가 지속됐고 고준위의 방사성 물질이 환경 중으로 곧바로 방출됐다. 이는 곧바로 바람을 타고 북반구 전체로 퍼져나갔다. 세계는 긴장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 등 체르노빌 인근 지역 국가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25만 명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발전소 반경 30㎞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방사능 고도 오염 지역으로 남아 있다. 사고 이후 수십 건의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명확하고 완전한 피해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엔이 주도해 이루어진 한 연구에서는 1800명의 어린이들이 갑상선암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피폭 후 2~5년 뒤 흔히 나타나는 백혈병의 증가는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암은 40~50년 뒤에도 일어날 수 있다.
체르노빌에서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은 방사성 물질 오염 지역을 정화하거나 방사성 먼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고 발전소에 콘크리트 벽을 설치하는데 동원됐던 청소부 80만 명이었는데 이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역학자들은 이런 높은 자살률이 체르노빌 사고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집을 탈출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해야만 했던 수십만 명의 사람 가운데 많은 수가 정신적 문제를 겪었다. 일본에서도 만약 지진 해일과 방사능 오염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고, 특히 이들 가운데 가족까지 잃은 슬픔을 지닌 이들이 자살을 하거나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발전소 가동 중에 생기는 방사성 기체를 발전소 통풍구를 통해 외부로 방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100mrem(1mSv) 또는 시간당 2mrem(20μSv(마이크로시버트))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원폭 생존자의 경험을 근거로 마련한 안전 기준들이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 재앙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 현재 진행형이어서 그 수준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상황만 보더라도 이미 미국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수준은 훌쩍 뛰어넘어 체르노빌 재앙 턱밑까지 치고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교도통신>은 16일 문부과학성이 15~16일에 걸쳐 옥내 대피 구역인 후쿠시마 원전 반경 약 21㎞ 지점인 나미에초(浪江町) 주변에서 방사능 수치를 모니터링한 결과 기준치의 약 6600배에 달하는 매시 330μSv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물론 시버트는 방사능의 단위는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보도이다. 시버트는 인체 장기가 받는 방사선 양의 단위이다. 문부과학성의 발표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교도통신> 기자가 잘못 보도한 것인지, 한국에서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정확한 단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방사능과 방사선량의 단위


방사능이란 어떤 물질 중의 어떤 방사성 핵종이 단위 시간 내에 몇 번 붕괴를 일으키는 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물질 중에 함유되어 있는 방사성 핵종의 양과 반감기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발생원의 강도에 해당한다.


방사능의 단위는 과거엔 Ci(퀴리)가 사용되었으나 1978년 국제도량형총회의 결의에 따라 Bq(베크렐)을 사용하고 있다. 종래의 Ci는 보조 단위로 사용할 수 있게 돼있다. 방사선의 양은 어떤 장소를 통과하는 방사선의 수, 또는 방사선이 통과함으로서 그 물질이 흡수한 양(전리량, 흡수에너지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선량당량은 신체의 일부 또는 장기(폐, 위 등)에 대한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방사선 방호 분야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옛날에는 rem(렘)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Sv(시버트)를 사용한다. 1Sv는 100rem에 해당한다. 따라서 1rem은 10mSv이며 1mrem은 10μSv이다.


미국 스리마일 섬 주민들이 피폭된 평균방사선량이 1mrem(10μSv)이었으므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반경 25㎞ 떨어진 곳에서 시간 당 33mrem(330μSv)이라는 것은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인체 급성 피해는 나타나지 않는 수치라 해도 일본인들이 불안과 두려움에 떨만한 수준이다.


위험학에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핵폭탄 폭발 낙진, 핵폐기물과 더불어 매우 두려운 위험군에 속한다. 이 위험군은 통제가 불가능하며 지구 전체에 위협을 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그 결과가 치명적이며 사고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공평하지 않은 위험에 속한다. 미래 세대에도 위험을 가하며 쉽게 그 위험을 줄일 수 없는 특성을 지녔다. 물론 원치 않는데도 노출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 위험에 속한다. 사람은 이런 위험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핵전쟁 다음으로 두려운 위험에 속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 위험은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위험 정도의 인식이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의 위험학자 폴 슬로빅 등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 사고, 자동차 사고, 흡연, 음주, 살충제, 총기 등 30가지 행위와 기술에 대해 전문가와 기업인, 대학생, 소비자단체 회원 등을 대상으로 위험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과 소비자단체 회원들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가장 위험한 것으로 인식한 반면 전문가들은 자동차 사고와 흡연을 1위와 2위로 각각 인식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20번째로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기업가들은 총기와 오토바이 사고를 1위와 2위로 인식했고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8번째 위험한 것으로 인식했다.


슬로빅은 피시호프, 리히텐스타인(Lichtenstein) 등과 함께 30가지 위험에다 석면, 우주 탐험 등 60가지의 행위나 기술을 보태 모두 90가지에 대해 인식하는 위험과 편익 그리고 이 두 요소를 고려한 조정한 위험을 조사했다. 인식된 위험은 핵무기, 전쟁, DDT, 총기, 범죄, 원자력 발전소, 살충제, 제초제, 흡연, 테러, 헤로인 등의 순서로 높았다. 또 원자력 발전소의 편익은 방사선 치료, 방부제와 같은 정도로 제법 높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이를 고려한 조정된 위험은 핵무기, 테러, 전쟁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인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일반인들은 그 위험이 가지는 심리적 특성에 매우 민감하며 전문가들은 사고가 일어날 확률과 지금까지 그 위험으로 사망하거나 손상을 입은 사람 수 등을 따져 위험의 정도를 인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와 원자력 기관, 원자력 전문가 등은 연일 방송과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나라 원전은 매우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설혹 일본에서 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염려할 일이 전혀 못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런 위험 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전략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 집회 파동 때 이미 겪었다.


핵에 대해서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우리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심리적 위험 인식까지 고려한 위험 소통에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안종주 리스크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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