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침출수로 지하수 오염 첫 확인
원자력연, 이천 매몰지 주변 수질 정밀검사
검사 4곳서 모두 ‘가축사체 유래물질’ 검출
박경만 기자
출처 : 한겨레 2011-03-28 오전 09:04:43
» 지하수 오염 실태 |
정부와 경기도가 구제역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사례는 없다고 밝혀왔으나,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의 한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가 침출수로 실제 오염됐음을 보여주는 정부 연구기관의 검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27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천시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 분석 결과’를 보면, 이천시 백사면 한 돼지 매몰지 주변 비닐하우스와 가정집 등 4곳의 지표 7m 아래 지하수에서 모두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같은 ‘가축사체 유래 물질’이 검출됐다. 가축 매몰지에서 30m 떨어진 비닐하우스 2곳의 지하수에선 가축사체 유래 물질이 ℓ당 각 3.817㎎, 1.120㎎ 검출됐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침출수에 의한 오염 의심 지역’으로 원자력연구원은 판단한다고 유 의원 쪽은 전했다. 매몰지에서 60m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와 가정집의 지하수에서도 각 0.250㎎, 0.597㎎이 검출됐다.
이 매몰지 일대는 채소 재배 비닐하우스가 밀집된 곳으로, 지난 1월18일 돼지 9016마리를 매몰한 뒤로 지하수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이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환경부의 침출수 유출 판별법으로 경기지역 19개 시·군의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00m 안 지하수 3159건의 수질조사를 벌여 침출수로 인해 오염된 지하수는 1건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침출수 오염을 가리는 지표로 암모니아성 질소, 질산성 질소, 염소 이온, 총대장균군 등 4가지 항목을 설정해놓고, 이들 항목에서 모두 기준치를 넘어야 침출수 오염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축사체 유래 물질 분석법을 적용해 지하수 오염을 확인한 유승호 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축사체 유래 물질 분석법은 지문감식, 유기사체 발견 등에 널리 이용되는 검증된 방법으로, 이런 연구 결과를 환경부와 청와대에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경부의 침출수 유출 판별법은 먹는 물 적합성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구제역 침출수에 대한 판단 잣대로 사용하기는 무리”라며 “특히 염소이온의 기준치인 ℓ당 250㎎은 나오기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 분석 결과가 지난달 26일 나오자, 이천시는 뒤늦게 3월23~25일 매몰된 가축을 농장 안 축분퇴비장으로 옮겼다. 김상원 이천시 축산과장은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염소 이온이 검출되지 않아 정확한 조사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며 “침출수가 관을 타고 용출돼 지하수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원일 의원은 “정부 지침대로 매몰하면 지하수 오염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더는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이곳 백사면 매몰지처럼 꽤 양호하게 매몰했다는 곳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밝혀진 만큼, 정부는 모든 매몰지에 대해 가축사체 유래 물질 분석법으로 정밀검사해 지하수 오염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