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이이즈] 유엔의 에이즈선언문에 우려를 표하며


-유엔의 에이즈선언문에 우려를 표하며


1. 2011년 6월 8일~10일에 ‘에이즈에 관한 유엔고위급회의(UN general assembly high level meeting on HIV/AIDS)가 열렸다. 이 회의는 지난 10년간의 에이즈대응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10년을 대비하기위해 에이즈에 대한 새로운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해서였다. 6월 10일 ’에이즈에 대한 정치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 on HIV/AIDS: Intensifying our Efforts to Eliminate HIV/AIDS)‘이 채택되었다.


2. 선언문 채택과정에서 에이즈감염인그룹과 미국, 유럽연합, 일본정부가 에이즈대응의 목표와 그 목표를 실현하기위한 방법에 대해 정면 대립하였다. 유엔에이즈(UNAIDS)가 유엔고위급회의를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 ‘에이즈 30년: 기로에 선 국가들(AIDS at 30: Nations at the crossroads)’에 따르면 2001년에 비해 2010년 말 현재 저/중간소득 국가에서 에이즈치료를 받고 있는 에이즈감염인은 약 660만명으로 늘었지만, 치료가 필요한 900만명의 에이즈감염인이 여전히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접근권은 에이즈감염인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의 향상뿐만아니라 에이즈확산을 예방하기위해 필수적이다. 유럽연합이 2015년까지 1500만명의 감염인이 치료를 받도록 하자는 목표(15by15)설정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선언문은 15by15라는 구체적 목표를 갖고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자는 약속을 담았다.


3. 그러나 유엔의 선언문은 의약품접근권을 훼손하는 원인으로써 지적재산권과 FTA의 폐해를 명백히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15by15를 달성하기위한 방법으로는 트립스유연성을 활용하라는 선언에 그침으로 FTA 및 위조방지무역협정(ACTA)을 추진하는 정부와 초국적제약자본에게 물어야 할 책임을 회피했다. 세계 각국의 에이즈감염인단체와 사회운동단체는 유엔고위급회의를 앞두고 모든 FTA과 트립스플러스(TRIPs-plus)조치들에 모라토리움을 촉구하고, 의약품접근권을 훼손하는 원인으로써 지적재산권과 FTA의 폐해를 부정하는 미국, 유럽, 일본정부의 입장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지만 무시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정부는 4월말에 공개된 초안 21조에서 ‘의약품특허의 강력한 집행이 새로운 에이즈복제약의 경쟁을 제한하고, 더 나아가 트립스협정보다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보호를 강요하는 무역장벽 및 양자, 지역무역협정이 값싼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심각히 제한하는 것을 주목하라’는 문구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는 선언문 35조에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집행조치는 트립스협정에 부합해야한다’는 문구로 대체되었다. 또 일본정부는 ‘(강제실시와 같은) 트립스협정의 유연성을 전적으로 활용하도록 국내법을 개정하고, 트립스협정보다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보호를 강요하는 무역협정과 무역장벽들을 해소하고, 의약품특허풀(patent pool)과 같은 새로운 메카니즘을 촉진’하도록 해결책을 제시한 초안 51조 전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 유럽, 일본정부는 초안 20조에 ‘신약 개발에 있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삽입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선언문 71조에 반영되어 ‘더 효과적인 에이즈대응을 위해 지적재산권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조항이 트립스유연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라’고 수정되었다.


4. 이러한 대립의 배경은 인도-EU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위조방지무역협정(ACTA)과 유럽의 에이즈복제약 압류조치 등 미국과 유럽이 트립스협정보다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보호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서 복제약의 생산과 공급이 제한되고 약값이 폭등했다. 또한 한국정부도 참여하고 있는 위조방지무역협정(ACTA)과 지적재산권 집행조치는 복제약의 수입, 수출을 막아 의약품접근권을 약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초국적제약회사의 비협조로 의약품특허풀(MPP, Medicines Patent Pool)이 정체되고, 선진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에이즈,결핵,말라리아를 위한 글로벌펀드로 모인 기금이 2009년부터 줄고 있다.


2001년에 비해 에이즈치료를 받게 된 감염인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값싼 복제약 때문이다. 하지만 20년간의 특허보호를 강요하는 트립스협정과 (강제실시와 같은)트립스유연성의 활용을 방해하는 초국적제약자본과 선진국정부로 인해 값싼 복제약이 충분히 생산되지 못해 여전히 약 60%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FTA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음으로써 15by15의 실현은 고사하고 현 상태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5. 한국언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임을 톱뉴스로 내보내고 있지만 향후 10년의 에이즈대응방향과 약속을 담고자했던 유엔의 에이즈선언문에 대해서는 조용한 상황이다. 향후 5년간 국제적인 에이즈대응을 책임지고 15by15를 달성해야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연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 한국정부는 반인권적인 에이즈정책과 법부터 바꾸고, 에이즈대응에 큰 걸림돌이 될 FTA를 중단해야 한다.


2011년 6월 20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 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