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주자들, 美 대사에겐 속내 털어놨다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2011.09.17 03:0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17/2011091700103.html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6~2010년 美 외교 문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 “측근 보내 北과 비핵개방 논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성차별, 경선 패배의 한 이유”
손학규 민주당 대표 – “박근혜, 국가 지도자감 아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 “한미FTA, 향후 관계에 중요”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은 주한 미 대사와 만나 깊숙한 속내를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대사가 유력 정치인들을 만난 후 ‘대사와 박근혜의 회동(AMBASSADOR’S MEETING WITH PARK GEUN-HYE)’이란 식의 제목을 달아 미 국무부에 신속히 보고했다. 다음은 본지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최근 공개한 외교 전문 중 2006년에서 2010년까지 5년간 주요 정치인들이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무슨 말을 했는지를 분석한 내용이다.
◆박 전 대표 “성차별주의가 경선 패배 요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시장관저로 초대해 오찬을 나누는 등 네 차례 미 대사와 만났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6월 4일 버시바우 대사에게 “몇달 전 한 측근(representative)을 북한 고위관리와 만나도록 하고 그들에게 ‘비핵개방 3000′ 원칙을 설명토록 했다”며 “이후 북한이 이 계획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해왔으며, 북한은 내 후보직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0월 6일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 신임장 제정 직후 접견실에서 30분간 만난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대해 “쇠고기 위기 때에도 한 번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며 “(약속을 어기는 게) 편했겠지만 그것은 부시 대통령에게 한 약속에 완벽히 반대되는 것이며 한국의 국제 위상에 중대한 후퇴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2007년 12월 20일 버시바우 대사의 예방을 받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6년 이후 미 대사관저 등에서 미 대사와 6차례 단독 회동을 했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3월 18일 미 대사와 오찬 회동에서 “성차별주의(sexism)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패배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최근 실패로 인해 당내에서 그런 정서가 누그러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손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인 점을 들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를 잘 알기 때문에 정치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