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쇠고기 수입 느슨한 기준은 미국업체 로비 때문
ㆍ규제 피하기 위해 민간 자율 규제 QSA 도입
2008년 한·미 양국의 쇠고기 협상 결과 미국 쇠고기 수입은 민간업체가 자율적으로 규제 기준을 정하는 QSA(Quality System Assessment·품질관리평가제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한국 EV(Export Verification·수출증명제도) 프로그램을 대다수의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가 여전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럴 경우 재협상을 통해 이전처럼 EV 프로그램을 택하는 것이 미국 쇠고기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8년 6월 한·미 양국은 미국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EV 프로그램 대신 QSA를 채택했다. EV는 미국과 당사국 양국이 협의하여 만드는 데 비해, QSA는 미국의 민간 수출업자가 자율적으로 도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당시 QSA 인증방식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QSA 프로그램이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입증하는 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업체는 QSA 인증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미국 농무성(U.S. Department of Agriculture) 자료를 보면 한국에 수출하는 대다수의 미국 업체는 EV와 QSA 인증을 함께 받고 있다. EV 인증을 먼저 받고, QSA 인증을 받는 식이다. 여전히 미국 업체들이 EV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한국 정부가 한·미 협상에서 왜 EV 프로그램을 고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과 대만만 QSA 프로그램 채택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이 6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쇠고기 10대 수입국에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때 대부분 EV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멕시코, 일본, 베트남, 홍콩, 러시아는 EV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과 대만만 QSA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이 발표한 QSA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과 대만에 수출하는 업체는 60여개다. 이 중 35개(58%) 업체는 EV 인증도 받은 상태였다. 예를 들면 벅헤드 비프(Buckhead Beef)사는 2009년 7월 9일 EV 인증을 받았는데, 같은 해 8월 6일 QSA 인증을 받았다. 콜로라도 프리미엄 푸드(Colorado Premium Foods)사는 2008년 9월 24일 EV 인증을 받은 후, 같은 해 10월 7일 QSA 인증을 받았다. 대다수의 업체가 EV 인증을 받은 후 QSA 인증을 받았다.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는 EV 인증을 받으면 대부분의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다. EV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좀 더 엄격한 단계이기 때문에, EV 인증을 받은 업체는 당연히 QSA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7일, 미국 농무성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회사는 DOCP(Declaration of Conforming Product·규정에 맞는 제품 보증) 또는 QSA/EV 프로그램 중 하나를 승인받아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EV 인증만 받아도 한국에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수출업체가 QSA 인증을 받는 이유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높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를 직접 규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부 검사관이 도축장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미국 업체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런데 미국 업자들이 미국 정부를 압박해서 QSA로 바꾼 것이다. 쇠고기 수출업체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QSA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때도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와 검역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수입이 금지되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인증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업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QSA는 신뢰감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는 대다수의 업체가 EV 인증을 받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부에 EV인증 요구해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은 “EV 인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가 50%를 넘어서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 EV 인증 프로그램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면서 “2008년 5월 쇠고기 청문회에서 당시 정운천 농림부 장관이 재개정에 대한 약속을 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청문회 당시 정운천 장관은 “(대만, 일본, 중국이 쇠고기협상을 하는 데 한국보다 조건이 더 유리하거나 새로운 것이 있으면) 재협상을 확실히 요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일본은 2010년 9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EV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2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과 함께 QSA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대만도 한국에 비해 엄격하게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을 내걸었다.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고, 광우병 위험이 높은 내장·분쇄육·뇌·척수 등 6개 위험 부위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소는 뇌·눈·머리뼈·척수도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QSA 프로그램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30개월 미만 부분에 대해서만 미국 정부와 QSA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면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이나 QSA 프로그램이나 거의 똑같다”고 해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2008년 한·미 양국의 쇠고기 협상 결과 미국 쇠고기 수입은 민간업체가 자율적으로 규제 기준을 정하는 QSA(Quality System Assessment·품질관리평가제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한국 EV(Export Verification·수출증명제도) 프로그램을 대다수의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가 여전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럴 경우 재협상을 통해 이전처럼 EV 프로그램을 택하는 것이 미국 쇠고기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주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 경향신문
2008년 6월 한·미 양국은 미국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EV 프로그램 대신 QSA를 채택했다. EV는 미국과 당사국 양국이 협의하여 만드는 데 비해, QSA는 미국의 민간 수출업자가 자율적으로 도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당시 QSA 인증방식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QSA 프로그램이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입증하는 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정부의 말대로라면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업체는 QSA 인증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미국 농무성(U.S. Department of Agriculture) 자료를 보면 한국에 수출하는 대다수의 미국 업체는 EV와 QSA 인증을 함께 받고 있다. EV 인증을 먼저 받고, QSA 인증을 받는 식이다. 여전히 미국 업체들이 EV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한국 정부가 한·미 협상에서 왜 EV 프로그램을 고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과 대만만 QSA 프로그램 채택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이 6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쇠고기 10대 수입국에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때 대부분 EV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멕시코, 일본, 베트남, 홍콩, 러시아는 EV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과 대만만 QSA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이 발표한 QSA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과 대만에 수출하는 업체는 60여개다. 이 중 35개(58%) 업체는 EV 인증도 받은 상태였다. 예를 들면 벅헤드 비프(Buckhead Beef)사는 2009년 7월 9일 EV 인증을 받았는데, 같은 해 8월 6일 QSA 인증을 받았다. 콜로라도 프리미엄 푸드(Colorado Premium Foods)사는 2008년 9월 24일 EV 인증을 받은 후, 같은 해 10월 7일 QSA 인증을 받았다. 대다수의 업체가 EV 인증을 받은 후 QSA 인증을 받았다.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는 EV 인증을 받으면 대부분의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있다. EV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좀 더 엄격한 단계이기 때문에, EV 인증을 받은 업체는 당연히 QSA 기준을 통과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11년 2월 7일, 미국 농무성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회사는 DOCP(Declaration of Conforming Product·규정에 맞는 제품 보증) 또는 QSA/EV 프로그램 중 하나를 승인받아야 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EV 인증만 받아도 한국에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수출업체가 QSA 인증을 받는 이유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높다.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미국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를 직접 규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부 검사관이 도축장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한다. 미국 업체들이 정부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런데 미국 업자들이 미국 정부를 압박해서 QSA로 바꾼 것이다. 쇠고기 수출업체가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QSA를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때도 미국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와 검역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수입이 금지되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인증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업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QSA는 신뢰감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는 대다수의 업체가 EV 인증을 받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한국 정부가 나서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정부에 EV인증 요구해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은 “EV 인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체가 50%를 넘어서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 EV 인증 프로그램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면서 “2008년 5월 쇠고기 청문회에서 당시 정운천 농림부 장관이 재개정에 대한 약속을 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쇠고기 청문회 당시 정운천 장관은 “(대만, 일본, 중국이 쇠고기협상을 하는 데 한국보다 조건이 더 유리하거나 새로운 것이 있으면) 재협상을 확실히 요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농무성에서 발표한 EV 프로그램에 의해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업체 명단. 한국에 미국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업체는 대부분 EV 인증을 받았다.
일본은 2010년 9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EV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2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과 함께 QSA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대만도 한국에 비해 엄격하게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을 내걸었다.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고, 광우병 위험이 높은 내장·분쇄육·뇌·척수 등 6개 위험 부위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소는 뇌·눈·머리뼈·척수도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QSA 프로그램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30개월 미만 부분에 대해서만 미국 정부와 QSA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면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할 때 EV 프로그램이나 QSA 프로그램이나 거의 똑같다”고 해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