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우병 발생하면 당연히 수입중단 한다더니…
한겨레신문 등록 : 2012.05.15 16:19 수정 : 2012.05.15 16:2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2923.html
왼쪽부터 정운천 전 장관, 김종훈 본부장, 민동석 전 정책관 |
2008년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때 ‘수입중단’ 약속한 정부
이제와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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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1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관련 한·미 기술 협의의 과정 및 협정 내용의 실태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록의 한 대목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의원이 물어본 이유는 최근 미국에서 재발한 광우병 사태에 대한 정부 대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선 2008년 8월28일 여·야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했다. 개정한 내용에는 제32조의2 1항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위생조건이 이미 고시되어 있는 수출국에서 소해면상뇌증이 추가로 발생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이 포함된다.
즉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와 ‘등’ 이라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 포함된 조건 때문에 강 의원은 당시 정부를 상대로 ‘무조건 수입 중단’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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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4년 전 정부가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대해 ‘일단 수입 중단’을 수차례 확인했지만, 서 장관은 다시 그 법을 이유로 수입 중단을 하고 있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국장은 “정부의 거짓말을 기록이 보여준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입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 2008년 이후 미국 광우병 관련 정부 관계자 발언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한다 그랬지요?”라는 질문에)
“예”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2008년 5월7일)
(총리께서는 미국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셨지요?”라는 질문에)
“예” (한승수 국무총리·2008년 5월9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2008년 8월28일)
(아무런 단서조항 없이 미국에서 광우병만 발생되면 무조건 우리는 수입 중단한다, 확실합니까?”라는 질문에)
“예, 일단 수입 중단을 합니다.”(조중표 국무총리실장·2008년 9월1일)
미국 광우병 재발(2012년 4월)
(과거 수입 중단을 약속하지 않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명문화할 때 그때 했어야지요, 국회에서. 국회에서 국민 여론을 감안해서 규정을 만들었다는….”(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2012년 5월1일)
이정훈 기자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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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한국 광우병조사단의 과학 흉내내기
파인만이 경계했던 ‘카고 컬트 사이언스’를 생각하며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검역관들이 미국에서 수입된 냉동 쇠고기를 개봉해 검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2년 4월27일
제2차 세계대전 중 남태평양 어느 섬의 주민들은 어디선가 비행기가 날아 올때마다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을 싣고 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군대가 철수한 뒤 더 이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자 섬 주민들은 다시 비행기가 물건을 싣고 오기를 기대하면서 활주로와 유사한 것을 만들어 양쪽에 불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관제탑과 비슷한 오두막집을 짓고 대나무로 안테나를 만들고는 관제사처럼 머리 양쪽에 헤드폰처럼 나무 막대기를 꽂은 사람을 앉혀 놓고 비행기가 착륙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전에 보았던 실제 상황과 차이가 별로 없을 만큼 완벽한 과정을 따랐건만 비행기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1974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캘리포니아공대 졸업식 연설 중에 나온 것입니다. 섬 주민들이 비행기의 착륙을 고대했지만 비행기가 오지 않은 것은 비행기 착륙 과정을 완벽하게 흉내만 내었을 뿐 실제 비행기가 오도록 하는 과정을 준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었습니다. 파인만은 이것을 ‘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를 기다렸던 원주민을 ‘카고 컬트 주민’이라 부르고, 이런 의식을 ‘카고 컬트 사이언스(Cargo Cult Science)’라 칭했습니다.
과학적 조사가 과학적 방법론을 따른 것처럼 보이지만 흉내내기에 그치고 가장 필수적인 과학적 진실성이 없을 때, 이처럼 비행기가 올 수 없는 상황인데도 곧 올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카고 컬트 사이언스가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런 카고 컬트 사이언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모든 정보를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하며, 의도하는 특별한 방향이나 다른 방향으로 판단을 유도하는 정보만을 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파인만은 보았습니다.
‘안전성’ 실은 미국 비행기가 날아오길 기다리며
2007 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오바마는 유전자 변형(GMO) 식품이 자연 식품과 구별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데 대해 불안감을 느낀 많은 미국 국민이 유전자 변형 식품을 식별하는 표시를 해달라고 요구하자 유전자 변형 식별 표시를 하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도 안전하다는 게 미국 식약청의 입장이었지만 불안감을 지닌 많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공약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현재까지도 오바마는 유전자 변형 식품의 식별 표시 공약을 지키지 않아 적어도 지금까지는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이에 분노한 미국 국민은 미국 식약청 웹 사이트에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여 이에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올해 3월에는 55명의 국회의원이 미국 식약청에 이를 시행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유전자 변형 식품에 식별 표시 여부 결정을 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방송 <에이비시(ABC)> 뉴스의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 식약청이 유전자 변형 식품이 안전하다고 하는 데도 조사 대상 여성의 62%, 그리고 남성의 40%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안전성 여부와 상관없이 식별 표시를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93%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식별 표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미국 식약청은 국민의 온라인 서명 자료를 웹사이트에서 삭제만 했을 뿐 식별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과 자연 식품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번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로 인해 공중보건이 직접 위협을 받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수입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을 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는 한국 정부는 마치 남태평양 섬 주민들이 비행기의 착륙 과정을 따라했듯이 오바마의 약속과 미국 식약청을 흉내내고 있습니다. 과학적 논란이라는 활주로를 만들어 놓고 객관성을 상실한 언론으로 불을 피웠습니다. 대나무로 안테나를 세우고 나뭇조각으로 헤드폰을 만들어 쓴 관제사처럼 전문가 모양을 한 조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수입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결론을 실은 비행기가 착륙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한국 광우병조사단의 카고 컬트 사이언스
남태평양 섬 주민들은 카고 컬트 의식을 벌이고도 실제 비행기의 착륙을 보지 못한 것과는 다르게, 한국 정부가 벌인 카고 컬트 의식은 기다리던 비행기가 미국에서 날아와 착륙한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 비행기는 어김없이 ‘미국 쇠고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는 물건을 싣고 왔습니다.
2008년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의해 도축장에서 쓰러진 소가 학대를 당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캘리포니아주는 쓰러진 소(downer cattle)를 포함해 이런 동물들을 식용으로 도축하여 유통하는 것을 금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이에 미국 육류협회는 캘리포니아 주법이 연방법을 위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에 대해 올해 1월 미국 대법원은 캘리포니아 주법을 뒤엎고 미국 육류협회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미국 육류협회의 승소에 따라 쓰러진 소들까지 식용으로 도축하여 유통시킬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쓰러진 소가 무작위 검사에도 포함되지 않고 식용으로 도축되거나 다른 동물의 사료용으로 충분히 도축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준 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약 3개월만에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광우병이 발생한 소를 발견한 육류가공회사의 간부인 데니스 럭키(Dennis Luckey)는 4월25일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와 한 인터뷰에서 검사 대상 소는 항상 무작위로 추출하며, 이번 광우병 소도 그렇게 우연히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에 포함되었고, 어떤 질병의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광우병 위험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겠다며 미국으로 건너왔던 한국의 광우병조사단은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발병 젖소는 우연한 발견이 아니며 예찰에 따른 결과이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사를 거쳐 밝혀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문제의 소가 여러 가지 임상 증세가 있었기 때문에 조직 검사 대상이 됐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의 광우병 예찰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광우병 조사단은 데니스 럭키의 <비즈니스 위크> 인터뷰 내용이 허위임을 입증해야 할 입증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 광우병 젖소 실태 조사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이 미 농무부를 방문해 광우병 발생 상황과 역학조사, 사료 안전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4월30일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대만의 광우병조사단, 한국의 광우병조사단
같은 문제로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한 대만의 광우병조사단은 첫 날 미국의 예찰 시스템에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연맹(Consumer Union)을 방문했습니다. 농무부, 국립수의연구소부터 방문하여 그들의 일방적 주장을 듣고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 한국의 광우병조사단과는 문제의식과 접근방법 모두에서 차이가 있음을 확연히 보여주었습니다.
공익과학센터(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의 사라 클라인은 <시엔엔
그런데도 한국의 광우병조사단은 소의 사체가 승인된 매립지에 폐기처분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마치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광우병 논란에 대한 핵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비행기에 싣고 왔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은 언제든지 독성이 강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어 음식 유통과정에 들어 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기에,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비정형 광우병이라도 엘(L)형 광우병은 정형 광우병보다 더욱 독성이 강하고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광우병을 사전에 발견하고도 사체가 안전하게 폐기처분되지 않고 유통과정에 들어갔는지를 한국의 광우병조사단이 조사해야 할 정도였다면 미국의 예찰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지탄을 받는 중대한 사건이 되었을 것입니다. 애초부터 광우병조사단이 거론하거나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던 사체 처리 결과를 확인하고서 이것을 수입 쇠고기 안전성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과학적 진실성’을 지닌 조사단이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카고 컬트 사이언스에서만 볼 수 있는 일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현재 미국 예찰 시스템으로 과거에 이런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고, 같은 논리로 미래에 같은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예외없이 모두 찾아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연맹의 진 할로랜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 미국 농무부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새로운 광우병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하고, 검사 대상 표본을 늘려야 하며 동시에 민간 차원에서 광우병 검사를 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나무로 안테나를 세우고 나뭇조각으로 만든 헤드폰을 착용한 관제사처럼 전문가 모양을 한 조사단은 과학적 조사를 흉내내었을 뿐이며, 자신들이 내리고자 하는 결론에 부합하는 미국 농무부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정보만을 전달하여 국민의 판단을 의도된 결론으로 유도하는 카고 컬트 사이언스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합니다.
국민을 ‘비과학적’이라고 몰아세우는 뜻은?
미국 식약청이 안전성을 보장하는데도 유전자 변형 식품에 불안을 느끼며 식별 표시제를 요구하는 미국 국민은, 아마도 한국 정부의 눈으로 볼 때, 비과학적인 국민일 것입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더욱 큰 거부감을 보이며 더 큰 논란을 일으키는 유럽과 일본의 국민은, 아마도 한국 정부의 논리로 볼 때, 훨씬 더 비과학적인 국민으로 비쳐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미국 정부와 과학계는 이런 자국 국민을 ‘비과학적’이라고 몰아세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 과학계에서는 ‘과학의 민주화’, 또는 ‘전문성의 민주화’ 문제로서 유전자 변형 식품이나 광우병에 대한 논란을 분석해 왔습니다. 대중의 상식 수준에서 느끼는 불확실성은 과학적 수치의 불확실성과는 다르며, 대중은 가치 판단이 없는 과학적 사실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했을 때, 정치 쟁점이 된 의사결정에 대중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과학의 민주화 또는 전문성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만일 유전자 변형 식품에 식별 표시를 하라고 주장하는 미국 국민을 비과학적이라고 바라본다면, 미국 식약청이 과학적 근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국민의 요구와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식별 표시를 할 때에 이를 비과학적인 조처라고 비판해야 하는 모순이 생깁니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제기된 것처럼 주민 투표로 유전자 변형 식품의 표시 여부를 결정한다면 과학과 비과학을 주민 투표로 결정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현재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시각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불확실성에 대한 사전예방의 원칙과 연관되어 있는 광우병, 유전자 변형 식품, 방사선, 그리고 갖가지 유전자 치료술 등을 둘러싼 과학적 논란은 현재 알려진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다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전예방 원칙과 더불어 과학의 민주화 또는 전문성의 민주화가 이런 논란의 해결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0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전문성의 민주화와 과학적 참조 시스템 수립(Democratising expertise and establishing scientific reference systems)>이라는 보고서에서, 광우병 문제를 돌이켜볼 때에 ‘위험 소통’이 중요하며 모든 소통 과정에는 대중적 참여가 이뤄져야 하고, 다각도의 자료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소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이끌어낸 것도 역시 과학의 민주화를 문제 해결 방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불안감이 과학적 논란을 넘는 ‘과학의 민주화’ 차원의 문제라면 한국 국민의 광우병 논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현재 미국 정부와 식약청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실시하지 않는 유전자 변형 식품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논란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한국 정부의 해명은 사실 이미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유전자 변형 식품 표시 정책과도 양립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미국 정부와 식약청은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변형 식품 논란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식으로 바라보자면, 미국 정부와 식약청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변형 식품 논란에 대해 표시제를 시행하는 한국 정부는 비과학적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니면 국내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보자면, 그것은 위험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에만 매달리지 않고 과학의 민주화를 실천한 사례로 해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학의 민주화 차원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면 수입 쇠고기와 관련한 광우병 논란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일관성을 보여야 하는 것이 한국 정부이고, 미국과 벌이는 협상도 역시 그런 자국의 기준에 맞추어야 함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유전자 변형 식품 표시제와는 다르게 광우병 논란에 대해서만은 미국 식의 ‘과학적 근거’ 논리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광우병 논란에서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며 안전을 강조하는 것을 자국의 광우병 논란에 적용해 미국을 흉내내고 있는 한국 정부는 과학을 내세울 자격조차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과학적 진실성 빠진 ‘과학쇼’로 대중 속여선 안 돼
이런 사실과 논리를 눈앞에 두고도, 유독 한국 내에서만 광우병 소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을 비과학적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정부와 언론이 과학을 수단으로 삼는 불통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며, 그런 과학의 불통과 독재는 과학적 진실성이 없는 카고 컬트 사이언스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광우병 조사단이 명백히 보여준 것입니다. 카고 컬트 사이언스로는 절대로 비행기를 오게 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입니다. 카고 컬트 사이언스로 비행기가 왔다고 주장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속임수와 거짓말이 숨겨져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파인만은 평범한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는 남을 속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자로서는 절대로 대중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더욱 더 전문화되고 복잡해진 과학이 정치와 결합되고 정치적 이슈가 되는 시대에 과학적 진실성이 결여된 카고 컬트 사이언스로 대중을 속여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주요 참고자료]
CNN. Mad cow disease confirmed in California
http://eatocracy.cnn.com/2012/04/24/mad-cow-disease-confirmed-in-california/
Consumer Union. Jean Halloran, USDA mail
http://www.consumersunion.org/pdf/BSE_Vilsack_5_2012.pdf
Discovery of mad cow in Calif. was stroke of luck
http://www.businessweek.com/ap/2012-04/D9UBR2RO0.htm
Federal Appeals Court Reinstates California Law Banning Sick and Disabled Animals from the Food Supply
http://aldf.org/article.php?id=1311
Joel A Tickner, Sara Wright. The precautionary principle and democratizing expertise: A US perspective. Science and Public Policy 2003.
http://spp.oxfordjournals.org/content/30/3/213.abstract
Poll: Skepticism of Genetically Modified Foods
http://abcnews.go.com/Technology/story?id=97567&page=1#.T6tbbMVqS8A
Richard Feynman. Cargo Cult Science; Caltech Speech.
http://calteches.library.caltech.edu/3043/1/CargoCult.pdf
The European Commission, Working Group. Democratising expertise and establishing scientific reference systems. 2001.
http://ec.europa.eu/governance/areas/group2/report_en.pdf
Theofanis Christoforou. The precautionary principle and democratizing expertise: A European legal perspective. Science and Public Policy 2003.
http://spp.oxfordjournals.org/content/30/3/205.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