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성장호르몬제 맘대로 사용 못할 듯
[기획|동물용 성장호르몬] 농식품부, 수의사 처방제 도입 검토
여성환경연대, “성장호르몬 사용 문제 제기”
김성훈 기자 | kimsunghoon@foodnews.co.kr
출처 : 식품저널 2012.05.30 1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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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고기 생산량을 늘리는 동물용 성장호르몬(rBST)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한 여성환경단체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최근 수의사 처방 없이는 동물용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유전자 조작’을 거쳐 만들어진 호르몬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도를 마련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식품저널>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소의 성장호르몬의 국내 사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15일 소의 산유촉진 성장호르몬(rBST)의 국내 사용실태와 대책에 대해 농식품부를 상대로 공식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올 2월 22일 수의사법 개정 및 공포에 따라 수의사 처방제 시행일인 내년 8월 2일까지는 관련법규 개정과 같은 후속조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용의약품 중 호르몬제는 수의사 처방제 도입 때 우선 적용할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농식품부가 동물용의약품 중 호르몬제에 대한 수의사 처방제를 도입할 경우 LG생명과학의 ‘부스틴S(젖소용)’와 ‘부스틴250(젖소ㆍ한육우용)’은 물론, 한국엘랑코동물약품(이하 한국엘랑코)가 국내 시판하고 있는 rBST ‘포실란’의 사용에 대한 제재가 뒤따를 전망이다. 중국의 독돼지 파문을 초래하고, 대만과 미국간 쇠고기 분쟁을 낳은 사료에 첨가하는 성장촉진제 ‘락토파민’에 대한 관리 또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유촉진) 성장호르몬도 유전자 조작성분이라는 점에서 GMO와 같이 표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여성환경연대측의 물음에, 농식품부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포장 용기에 그 사항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같은 법 제3조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적용을 배제했다”면서도, “같은 법에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세부사항을 마련해서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또한 rBST의 국내 사용현황을 묻는 여성환경연대의 질문에 대해 “소의 성장호르몬의 국내 시장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약 4억3,000만원”이라며 “취급규칙 제26조 규정에 따라 동물용의약품 등의 생산 및 판매 실적은 동물약품협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의 성장호르몬 시장규모 ‘4억3천만원’ 규모
29일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환경건강팀장은 “한국엘랑코와 LG생명과학에 전화해서 문의한 결과, 한국엘랑코측은 포실란 판매실적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농식품부가 밝힌 국내 소의 성장호르몬 시장규모 4억3,000만원에 대해 묻자, 2008년부터 부스틴S의 국내 시판을 완전히 중단했다던 LG생명과학측은 외주(위탁) 판매를 통해 국내 판매가 적게나마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특히 “조만간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열어 젖소 산유촉진 성장호르몬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앞으로 사용실태와 정부 당국의 대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소의 성장호르몬으로부터 돼지에 한정돼 쓰이고 있는 ‘락토파민’ 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생명과학 “국내 판매 중단”
이에 앞서 지난 24일 우유수급에 관한 기획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구제역 발병 이전인 2010년 3분기에 비해 올 1분기 들어 젖소 착유우 마릿수는 2.2% 감소한 20만3,185마리이나, 우유생산량은 10% 증가한 182,364톤으로 나타났다. 요즘도 부스틴S가 국내에서 팔리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LG생명과학 관계자는 “2년 전부터 국내 시판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오직 수출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월간 식품저널 6월호 >
한국엘랑코 관계자는 같은 날 “포실란의 국내 판매량은 부스틴S의 5~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스틴S 판매량의 5~10%라면 구체적인 물량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대해 “정확한 물량은 알고 있지 않다”며 “거의 팔리지 않는 수준”이란 입장을 보였다.
국내 rBST 사용은 크게 감소
국내 젖소에 대한 산유촉진 성장호르몬 사용은 지난 1999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3년 이후 우유공급과잉사태가 지속되자, LG생명과학은 자발적으로 부스틴S의 국내 시판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1994년 9월 개발돼 다음해 7월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부스틴S는 국내 출시 당시에 한국 생명공학의 개가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지난 1999년 LG생명과학은 국산 rBST인 부스틴S를 170억원어치를 수출하고 30억원어치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그때 국내 산유촉진 성장호르몬 시장규모는 연간 약 35억원(포실란 포함)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당시 △본래 젖소의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과도한 착유로 인한 젖소의 생명단축 △(체력이 고갈된) 소가 아래로 처지며 주저앉는 현상 발생 △사료 요구량 증대에 따른 경제성 논란 △국내 우유공급과잉 사태의 장기화 △EU와 미국산간 소의 성장호르몬 분쟁에 따른 국산 우유의 이미지 실추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rBST 사용량이 급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rBST 국내 시장규모는 4억3,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rBST시장의 88%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이를테면 10여년 전 국내 착유 젖소 가운데 10~15%가 rBST를 접종했으나, 지금은 1~2% 정도가 접종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LG생명과학의 부스틴S는 수출을 위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부스틴S 매출실적은 60억원으로 전년보다 33% 가량 늘어났다.
성장호르몬 논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로 비화 조짐
이와 함께 살을 찌우기 위해 호르몬제를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 고기를 먹은 사람들을 집단 식중독으로 몰아간 중국의 독돼지 파문의 주범이자, 대만과 미국간 쇠고기 분쟁을 몰고 온 성장촉진제 ‘락토아민’에 대해 한국엘랑코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돼지에 한해 2001년 5월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소에게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락토아민’은 부스틴S나 포실란과는 달리 농가가 직접 가축에게 주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료업체가 사료를 제조할 때에 섞어 돼지에게 먹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락토아민’은 이에 따라 농가의 의지와 무관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의 rBST과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2008년 8월 몬산토사는 미국 소비자단체들이 10년동안 제기해 온 산유촉진 성장호르몬 ‘포실락’의 안전성 문제 제기에 시달린 나머지 미국에서 ‘포실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뒤, 엘란코사에 3억달러에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 소비자단체들이 동물용 성장호르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동물용 성장호르몬을 널리 쓰고 있는 미국의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자연스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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