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 차단
식품안전 감시위한 정보 습득 길 막혀
광우병 위험부위 수입업체 명단 공개 등 영향인 듯
김성훈 기자 | kimsunghoon@foodnews.co.kr
출처 : 식품저널 2012.06.05 10: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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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수입업체들의 반발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제공해 온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광우병 위험부위를 비롯한 수입 식품에 대한 감시와 추적이 사실상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1일 한국무역협회 정보자료실 관계자는 특정 품목을 수입한 업체를 조회하고자 하는 <식품저널> 기자에게 “더 이상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당초 정보제공의 취지와 다른 사례가 나타나 지난달 중순부터 회원사는 물론 협회 직원들조차 수입업체 목록을 접할 수 없도록 전산망이 막혔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이비즈사업팀 관계자는 4일 “몇몇 수입업체들이 해당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수입업체 정보제공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면서 “그동안 협회 회원사들의 동의를 얻어 수입업체 정보를 제공해 왔으나 관세법상 정보보호 차원에서 특정기업의 품목 수입에 관한 정보를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부터 회원사 뿐만 아니라 어떤 이에게도 회원사의 수입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회원사의 수입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가 기업의 품목수입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한 감시차원에서 소비자단체, 언론, 국회 또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업체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됐다.
관세청 무역통계 업무 담당자는 이에 대해 “관세청이 한국무역협회에 문제 제기를 해서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를 차단토록 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동안 관세청은 한국무역협의의 품목별 수입 업체 정보 제공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관세법은 기업의 수입 정보를 사실상 개인정보와 마찬가지로 보호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에도 불구, 국회의 국정감사나 소비자단체의 감시활동,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위해서 기업의 수입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수사에 대한 협조나 법원의 판결을 위한 자료 제공 외에는 사실상 특정 기업의 수입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식품저널>은 지난달 한국무역협회가 제공하는 유럽연합에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관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미처 규제하지 못한 광우병 위험부위를 들여온 수입업체 목록을 근거로 대기업들의 미국산 소의 내장, 머릿고기 등의 유통실태를 추적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관세로 분유를 들여올 수 있도록 물량을 배정했음에도, 혼합분유 수입에 매달려 분유재고를 부추기고 있는 이름난 유업체들의 행태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업체들의 반발에 따른 한국무역협회의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 제공 중단은 단순한 수입물량 확인만 가능할 뿐, 실제 수입업체를 파악할 수 없게 해 특정 식품에 대한 유통경로의 추적과 감시는 사실상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의 수입업체 정보는 갈수록 위축돼 온 것이 사실이다. 기자는 지난 1995년부터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를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제공받아 취재와 보도에 활용해 왔다. 지난 1997년 당시엔 수입업체 목록과 함께 관세 부과를 위한 품목분류체계인 세 번(HSK코드) 분류 10자리에다 물량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 번(HSK) 분류 6자리에 한해 특정 품목별 국가별 수입업체 정보가 물량 표기없이 제공됐으며, 급기야 <식품저널>이 광우병 위험물질과 분유재고 과잉 속 혼합분유 수입 사실을 문제삼는 보도를 내보낸 이후부터는 아예 정보제공 자체가 중단돼 버렸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관세법이 이번 수입업체 정보 제공 중단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금까지 수십년에 걸쳐 해오지 않았느냐? 외국에서도 리콜사태가 벌어질 경우 해당기업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한다.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해당기업에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해당 업체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과거 국회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업체정보를 얻으려 해도 여의치 않았다. 사실상 수입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는 한국무역협회가 유일했다”고 아쉬워 했다. 또 “소비자단체가 대대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4일 “그렇지 않아도 특정 식품에 대한 수입업체 목록을얻기 위해 한국무역협회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안타깝다”면서 “소비자·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센터, 그리고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통해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품목별 수입업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된 언론 또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정훈 한겨레 기자는 “한국무역협회가 더 이상 품목별 수업업체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허탈해 하면서 “수입업체들의 반발이 한국무역협회의 정보제공 중단에 한몫한 것 같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식품의 수입정보를 보다 세분화하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광우병 위험물질로 의심되는 미국산 소의 분쇄육 등이 제대로 차단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현행 정보제공 방식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품목별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한 수입정보가 필요한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밝혀, 위험물질 수입, 특정 품목의 수급에 관한 모니터링를 위한 수입정보 제공의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