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곡물 흉작’ 미국은 느긋, 빈국은 비상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2-08-22 22:13:10ㅣ수정 : 2012-08-22 23:08:5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8222213105&code=970100
ㆍ[세계 식량위기 오나](1) ‘나비효과’와 빈국
ㆍ가난한 수입의존국들, 정치 불안 이어져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 미국은 50여년 만의 가뭄으로 흉작이 예상되는 데도 느긋하지만 그 영향을 직접 받는 빈국들엔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옥수수의 40%를 생산하는 미국은 1995년 이래 최악의 소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옥수수 재배지는 이번 가뭄으로 경작지 약 90%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농가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 정부의 지원하에 부담비용 중 40%만 내면 되는 곡물보험에 대부분 가입해 손실을 보전받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와 보험회사가 약 200억달러를 농가에 지원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생산 곡물은 오른 값에 판매해 농가의 손해를 상쇄한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6월 이래 40% 이상 폭등해 21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이 부셸(27.2㎏)당 8.38달러를 나타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곡창지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도 가뭄 탓에 밀 소출이 22% 감소해 곡물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옥수수와 밀 소출 감소는 이를 주식으로 삼는 저개발국가와 빈곤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곡물가 상승은 빈국에 식량구호를 해온 국제단체들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부작용도 낳는다.
전체 밀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의 빈국 예멘은 전체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약 2200원) 미만 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은 예멘 국민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20년 전까지 식량자급이 이뤄진 남미의 과테말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농업투자 감소로 현재 밀 소비량 전체와 옥수수·쌀·콩 상당량을 미국에서 수입한다.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6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식량가격이 폭등한다면 대부분 국민은 최소한의 필수영양섭취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산 옥수수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도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2007년 대비 올해 6월 현재 52% 치솟았다. 게다가 올해 가뭄으로 경작지 40%가 타격을 입고 자체 공급량도 줄어 곡물가 충격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멕시코에서는 2년 사이 25% 오른 토르티야 가격에 항의해 2007년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 약 10억 인구는 이미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다”면서 “이번 식량가격 급등으로 수백만명이 추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20일 우려했다. 옥스팜은 특히 “지난 30년 가까이 당연시돼온 저가식량시대는 막을 내렸다”면서 “국제 옥수수 재고량이 6년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곡물 파동에 따른 식량난은 각국 정치에도 영향에 미칠 수 있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시위가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