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독감이 유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미국-유럽에선 요즘, 변종 돼지독감 바이러스 ‘H3N2v’의 유행 잠재력 연구 한창
» 2009년 11월 신종플루 감염을 의심하는 환자들로 붐비는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병원을 찾은 환자를 살피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김봉규 기자
세계를 긴장시켰던 신종플루(A/H1N1)도 이제는 많이 잊혀진 3년 전의 옛이야기가 된 듯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거의 잊혀져 가던 신종플루를 2011년 중반부터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다시 상기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인 2011년 7월부터 새로운 변종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확인되기 시작했고, 이 변종독감 바이러스는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서 2009년 신종플루의 유전자 일부를 획득하여 사람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H3N2v’로 명명된 변종독감 바이러스. 출처/ CDC 이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는 현재 ‘H3N2v’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돼지독감 바이러스 H3N2는 그동안 돼지와 직접 접촉한 사람에 한해 아주 드물게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가 보고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돼지독감 바이러스 H3N2와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 바이러스 H1N1에 동시 감염된 돼지의 몸 안에서,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M유전자를 획득하여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인 H3N2v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1년에 이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미국의 5개 주에서 환자 12명이 발생했으나 2012년 초부터 지금까지는 2011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해 현재 270명 넘는 감염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발생 지역도 하와이를 비롯해 5개 주가 추가되어, 이제는 모두 10개 주로 늘어났습니다. 변종 바이러스의 갑작스러운 증가 속도와 감염 지역 확대는 변종 돼지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잘 전염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추측되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변종독감 유행 가능성에 대한 CDC의 연구
미국과 유럽은 지난해부터 이미 이 변종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대유행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예방백신 개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동물을 대상으로 변종독감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과 복제 능력을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의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상태에서 유전자에 더 이상의 돌연변이나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직접적인 접촉과 간접적인 비말감염 실험에서 모두 다 잠재적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을 지닌 전염 능력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온
특히 사람을 이미 감염시킨 변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람의 호흡기관 안에서 진행되는 복제 능력이 기존에 유행한 비슷한 계절독감(H3N2)보다도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변종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상기도 상피조직을 감염하는 데 필요한 친화적 특성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이미 예상하고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연구결과를 미리 뒷받침하는 듯한 연구결과가 지난해 중반에 있었습니다. 미국 몇몇 대학의 공동연구로 진행된 실험 결과는 돼지독감 바이러스(H3N2)에다 2009년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M유전자를 혼합하면 그것의 감염 능력이 증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연구에서는 M유전자의 획득이 감염 능력을 증가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전의 다른 여러 연구들에서도 독감 바이러스의 M유전자가 사람의 조직에 친화력을 증가시켜 감염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많이 나타났으로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변종 바이러스 자체가 갖추고 있는 대유행의 잠재력를 주목해야 하는 점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대유행의 다른 조건들도 갖추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비록 지금은 이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감염시키지는 않지만 이미 미국 전역에 걸쳐 돼지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감염 환자의 증가와 더불어 감염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부, 중부, 서부 지역, 그리고 심지어 하와이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에게 많이 퍼져 있을수록 사람에게 감염이 더욱 쉽게 일어나고, 또한 감염 능력이나 병원성을 증가시키는 돌연변이나 유전자 재조합이 생길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변종 바이러스가 또 다른 변화를 겪어 대유행에 더욱 적합하도록 재탄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할 수 있습니다.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가능성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 환자들의 증상을 볼 때, 이 변종독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독감 증상은 기존의 계절독감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고, 아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도 제한적으로 일어나기에, 병원성을 증가시키는 돌연변이나 유전자재조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2009년 신종플루와 같은 치명성으로 인해 공포감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습니다.
기존의 돼지독감과 다르게 이 변종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직접 접촉을 했을 때 돼지에서 사람으로 감염하는 능력은 상당히 향상되었으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전염 능력은 아직 제한적임을 가정한다면, 대유행까지 진행되지 않거나, 진행되더라도 전염성을 증가시키는 변화를 거치기 이전까지는 느린 속도로 진행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이미 예방백신 개발에 사용될 변종 바이러스를 선택하여 백신 개발을 시작하였으므로 대유행이 시작되기 이전에 백신을 접종해 예방할 수 있다면 대유행이 사전에 방지될 가능성도 역시 있습니다. 또한 기존 독감에 쓰이는 항바이러스제들이 모두 효과가 있기에 기존 독감에 취약한 위험군에 속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유행에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변종 독감 바이러스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아직은 불확실하고, 또한 세계 여행이 자유롭고 빈번하게 이뤄지는 오늘날에 와서는 지역적인 독감 유행도 빠르게 세계적인 유행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변종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감시와 관찰을 지속적으로 하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듯이, 대유행이 발생하기 이전에 경계심을 갖고서 대책을 준비하는 사전예방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주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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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dc.gov/flu/swineflu/influenza-variant-viruses-h3n2v.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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