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한겨레]한우농가 민심기행 보도에 대한 반론: 환경과 건강에 대한 고민이 없다

등록 : 2012.10.31 19:32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10월22일치 한겨레 민심기행 ‘대선 만인보’를 읽고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의 4번째 기사로 도산 위기에 몰린 횡성 한우농가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한 <한겨레> 기사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유감이다.

첫째, <한겨레>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후 한우값이 폭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대 선결조건 중 하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2008년 한우 가격은 45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의 졸속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으로 전 국민적인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한우 가격은 2009년에 610만원까지 올랐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로 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기름과 곡물값이 올라 사료 가격이 상승했지만 축산농가들은 사육 두수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 한우값은 그 이후에 폭락한 것이다. 정부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 없는 문제다.

둘째, <한겨레>는 “소비자가 한우 1만원어치를 살 때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5140원에 불과하다”며 현재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유통구조를 들었다. 물론 유통단계를 줄여 농가에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는 현재 위기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고기 1만원어치를 사면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기껏해야 3160원에 불과하다. 농업생산비에서 유통 부분의 비중이 큰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유통단계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식품가공업체에 그 수익이 돌아갈 뿐이다.

셋째, <한겨레>가 소값 폭락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한우의 해외 판로 개척과 송아지의 북한 지원’이라는 주장을 아무런 비판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문제가 있다. 쇠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8㎏이 필요하고, 소를 사육하기 위해선 곡물을 재배하는 것에 비해 15배의 물이 소모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곡물의 70%는 가축의 사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 축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그만큼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식량이 부족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소수 특권층을 위해 대다수 민중의 삶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 연료 사정, 자연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남한에서 선의로 보낸 송아지는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국내에 수입되는 사료의 원료는 거의 대부분 유전자조작 농산물(GMO)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사용이 금지된 유전자조작 소 성장호르몬을 젖소와 한우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그러한 사실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고기와 우유에 성장호르몬을 사용했다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축산업은 기형적인 구조에 놓여 있다. 축산농가는 국내 전체 농가 중 5.7%에 불과하지만, 전체 농업 생산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한우를 제외하면 양돈과 양계 농가의 수는 1만에도 못 미친다. 817만마리의 돼지를 불과 6300여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으며, 1억5000마리의 닭은 기껏해야 3400여 농가에서 기르고 있다.

<한겨레>의 민심기행 보도엔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점이 실종되어 있다. 이것은 과거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잘못된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양담배 수입으로 연초 재배 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고 민족정신까지 좀먹게 될까 두렵다”며 국산 담배를 옹호하고 양담배를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 것과 비슷하다. 국산담배든 양담배든 폐암을 비롯한 암을 유발하고 건강에 해로운 것은 똑같다. 2011년 말 현재 국내 17만 한우농가 중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는 35곳에 불과하다. 축산농가 스스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인간의 건강에 유익한 축산물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정부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으며, 축산업이 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위 글은 박상표 건강과대안 운영위원이 11월 1일자 한겨레(10월31일자 온라인 게재)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558413.html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